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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년기획
  • 전체 기사 56
  • 2025년2월 11일

    • 주민이 나섰더니 농촌이 일어섰다 [남태령을 넘어⑧]
      주민이 나섰더니 농촌이 일어섰다 [남태령을 넘어⑧]

      농촌 마을엔 쓰임새가 많지 않은 커다란 공공건물들이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흔들다리가 지어진 산골 마을도 많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 소멸을 막고 농촌 마을을 살리겠다며 중앙정부나 지자체 예산으로 세운 것들이다. 대부분 ‘탁상행정’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는다.반면 주민들이 직접 나서 마을이 필요한 사업을 벌이는 곳도 있다. 주민이 지역 공동체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마을은 뭐가 다를까. 경향신문은 주민들이 마을 발전 계획을 세우고 사업에 참여하는 강원 영월 운학1리와, 면 단위 농촌 주민들이 자치회를 구성해 마을의 과제를 풀어가는 전남 곡성 죽곡면을 찾았다.옥화 할머니의 그림책영월군 무릉도원면 운학1리는 치악산 자락에 있는 오지 중의 오지다. 2000년 폐교된 운학분교는 마을의 중심부인 ‘두무골’에 있는데, 이는 ‘두메산골’이란 뜻이다. 두무골 인근 골짜기는 ‘곰산이골’이라고 불리는데, 예전부터 인적이 드물고 곰 따위 산짐승이 많았던 곳이란다. 운...

      06:00

  • 2월 6일

    • 예정된 ‘힘돈사’의 길···그럼에도 ‘농촌’ 택한 청년들 [남태령을 넘어⑦]
      예정된 ‘힘돈사’의 길···그럼에도 ‘농촌’ 택한 청년들 [남태령을 넘어⑦]

      농촌에도 청년들이 산다. 농사지어 제값 받기 힘들고, 기후위기로 농작물 피해가 늘어도 농부로 살겠다는 이들이다. 농사 아닌 다른 일을 하며 농촌에 머무는 청년도 있다. 각기 사는 모습도, 생각도 다르지만, 이들로부터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경향신문은 농촌에 사는 20~40대들을 만났다. 연령대는 넓지만 농촌에서는 모두 청년으로 통한다. 농촌 청년들은 어떤 고민을 하며 살고 있을까.‘힘돈사’ 농부로 사는 법충남 홍성 홍동면에 있는 ‘채소생활’은 청년들이 모여 만든 농장이다. 교사 출신인 농부 박건오씨(46)는 초보 농부들이 농사와 창업 등 다양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농장을 운영해왔다. 2017년 교육생으로 온 이윤선씨(34)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다양한 채소로 요리하는 것을 즐겼다. 두 농부는 계절채소의 아름답고 건강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계절채소 농장을 시작하기로 했다. ‘채소가 가진 매력과 신비, 재...

      06:00

  • 2월 4일

    • 삼면이 댐인 동네, 송전선 관통할 마을···오로지 ‘반도체’를 위하여 [남태령을 넘어⑥]
      삼면이 댐인 동네, 송전선 관통할 마을···오로지 ‘반도체’를 위하여 [남태령을 넘어⑥]

      강원 양구에 저수용량 1억t 규모의 댐이 들어설 예정이다. 충남 금산에는 34만5000V 고압 송전선을 연결하는 철탑이 여러 개 세워진다. 2050년까지 반도체 공장 10개(삼성전자 6개, SK하이닉스 4개)가 지어지는 경기 용인에 공업용수와 전력을 보내기 위한 용도다.해당 지역 주민들은 댐과 송전탑으로부터 고향을 지키겠다며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댐과 송전탑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도 생기면서 주민 간 갈등으로 번졌다. 대체 이들 농촌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댐과 송전탑 건설로 뒤숭숭한 양구 방산면과 금산 진산면을 찾았다.육지 속 섬, 양구양구 방산면엔 휴전선 부근에서 발원한 수입천이 흐른다.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일교차도 크고 눈도 많이 내린다. 마을 주민들은 비닐하우스에서 고추·수박·아스파라거스 등을 키운다. 아까시나무와 싸리 등 밀원수가 많아 벌을 키우는 농가도 많다. 양구 해안면에서 나는 시래기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방산면에도 시래기 무 농사...

      06:00

  • 1월 23일

    • ‘인력’ 불렀는데···그들의 삶과 꿈도 함께 왔다 [남태령을 넘어⑤]
      ‘인력’ 불렀는데···그들의 삶과 꿈도 함께 왔다 [남태령을 넘어⑤]

      마라탕에 넣는 고수 한 묶음, 매일 마시는 우유, 크리스마스 케이크 위에 올라간 딸기…. 다양한 식재료가 농촌 이주노동자 손을 거쳐 도시 소비자에게 온다. 합법적으로 들어와 한국에서 몇년씩 일하는 이들도, 농번기에 와서 5~8개월간 잠깐 일하다 돌아가는 이들도 있다. 취업비자 없이 몰래 일하는 이주노동자도 있다.타국에서 온 농업 노동자들은 어떻게 한국에 왔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난해 12월 전남의 한 농촌 마을(1~2일), 경기 포천 일동면(6일), 충남 논산 연무읍(9일)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만났다.한국에 온 힌두교도2015년 입국한 네팔인 발크리슈나(36)는 포천 일동면 비닐하우스에서 일한다. 예전에는 너른 들판에서 벼가 익었지만, 지금은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상추·대파 따위가 자란다. 최대 소비처인 수도권 시장을 염두에 둔 채소들이다. 다만 겨울에는 난방비가 덜 드는 남쪽에서 재배한 채소가 올라오다 보니, 포천의 비닐하우스들은 잠시 문을 닫거나, 다른 작물을 찾...

      06:00

  • 1월 21일

    • 시들어버린 제주의 ‘푸른 겨울’···“온몸으로 맞서도 이젠 한계” [남태령을 넘어④]
      시들어버린 제주의 ‘푸른 겨울’···“온몸으로 맞서도 이젠 한계” [남태령을 넘어④]

      제주 겨울은 푸르다. 수확이 끝나 황량한 ‘육지’ 논밭과 달리 제주 밭에선 겨우내 채소가 자란다. 월동(越冬), 겨울을 살아 넘긴다는 그 이름처럼 무·당근·양배추 등 월동채소들은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적당한 추위를 견디며 영글어 간다.푸른 밤, 바다, 야자수로 유명한 제주는 국내 겨울철 신선채소의 약 80%를 공급하는 생산 기지다. 다른 지역 농민들이 쉬어가는 11~2월은 제주의 농번기다. 겨울에도 채소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 건 제주 농사 덕이다. “겨울엔 우리가 전 국민을 먹여 살리는 거지.” 수확이 한창인 지난해 12월2~6일 경향신문이 만난 제주 농민들은 오랜 자부심을 내비쳤다.근심도 컸다. 지난해에는 제주에 폭염과 가뭄, 긴 가을장마가 찾아왔다. 심지어 11월 말 ‘첫눈 폭설’이 전국 곳곳을 마비시킨 그때 제주엔 내리 비가 내렸다. 내려선 좋을 게 없는, 예상에 없던 비였다. 농민들은 “더 이상 날씨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

      06:00

  • 1월 14일

    • [일하는 노인③] 일본 기업 99%는 65세까지 고용···고용보험이 임금 삭감 보전
      [일하는 노인③] 일본 기업 99%는 65세까지 고용···고용보험이 임금 삭감 보전

      한국은 정년 연장의 참고 모델로 일본을 주목한다. 한국보다 17년 일찍 초고령화 시대를 맞은 일본은 65세 고용 의무화를 보편적으로 안착시켰다. 다만 일본 정부가 계약직 재고용을 허용하면서 고령자들의 노동조건이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일본은 2013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시행했다. 일본의 법정 정년은 60세이지만 노동자가 계속고용을 원하면 기업이 65세까지 의무 고용하도록 했다. 정년 60세를 맞은 노동자는 누구든 원하면 기존에 재직하던 기업에서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 기업에는 계속고용 대상자 선별권을 주지 않았다. 대신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계약직 재고용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줬다.그 결과 일본에서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한 기업 비율은 99.9%에 달한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약 70%의 일본 기업이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나머지 30%는 정년 연장이나 폐지를 선택했다. 60~64세 취업률은 2012년 57.7%에서 ...

      19:03

    • [일하는 노인③] 정년 연장하면 청년 손해?···“노인 부양 부담 완화”
      [일하는 노인③] 정년 연장하면 청년 손해?···“노인 부양 부담 완화”

      한국은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정년 연장 논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계속고용 관련 사회적 대화의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당장 국민 5명 중 4명은 소득 공백을 알면서도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2차 베이비 부머 세대 954만명이 곧 은퇴 연령에 도달하는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년 연장 논의가 시급한 이유다.정년 연장이냐, 퇴직 후 재고용이냐일단, 현재 연금 수급 연령과 법정 은퇴 연령은 일치하지 않는다. 기형적인 현 제도를 그냥 둘 수 없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2033년부터 전 국민의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65세가 된다. 지금의 60세 정년 체제로는 퇴직 후 5년간 ‘소득 공백’(소득 크레바스)이 생긴다. 특히 은퇴 시점이 다가오는 이들 가운데 80%는 소득 공백을 예견하고도 노후를 제대로 대...

      19:00

    • ‘금값’과 ‘헐값’ 사이···농부는 밭에서 손을 뗀다 [남태령을 넘어③]
      ‘금값’과 ‘헐값’ 사이···농부는 밭에서 손을 뗀다 [남태령을 넘어③]

      김치·된장국·쌈 주재료인 배추는 한국인 밥상에 공기처럼 존재한다. 마늘·양파·무·고추와 함께 정부가 민감 품목으로 지정해 연중 수급을 관리한다. 생산자나 소비자나 적정한 수준에서 값이 유지되길 원한다. 배추값은 종종 널뛰듯 오르내린다. ‘금값’과 ‘헐값’ 사이에서 배추를 키워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 전전긍긍하는 농부들 이야기를 취재했다.푸른 밭, 노란 푯말배추는 연중 나온다. 가을·겨울(월동) 배추는 ‘땅끝’인 전남 해남에서 주로 자란다. 봄이 되면 충남의 비닐하우스와 경남·경북의 비닐 터널에서 출하된다. 여름엔 고도가 높은 강원 고랭지, 가을부터 다시 전남에서 생산한다.전남 해남 학동리 토박이 박성용씨(69)는 원래 마늘 농부였다. 배추로 바꾼 건 30여년 전부터다. 제주에서 자라던 겨울배추 종자가 해남에 들어왔다.상인들이 여 와서 ‘땅이 좋으니까 배추 심어보라’고 하데? 한 농가, 두 농가 심다보니 ‘농사 괜찮네’ 반응 나오면서 다 퍼졌제. 배추 단지가 커지니까...

      06:00

  • 1월 13일

    • [일하는 노인②] 제일 많이 일하고 가장 가난한 ‘한국 노인’
      [일하는 노인②] 제일 많이 일하고 가장 가난한 ‘한국 노인’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이 일하지만, 그 어떤 나라보다 가난한 노인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나타난 한국 노인들의 현실을 요약하자면 이렇다.한국의 ‘일하는 노인’ 규모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가장 높다. OECD가 2022년을 기준으로 집계한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7.3%로, 2위인 아이슬란드(32.6%)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동시에 한국은 노인 빈곤율도 2020년 기준 40.4%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일하는 노인 대부분이 저임금·불안정 일자리에 종사하는 탓이다.특히 65~74세 전기 고령자 빈곤율(31.4%)보다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 빈곤율(52.0%)이 훨씬 높았다. 75세 노인 2명 중 1명은 평균 소득이 빈곤 기준선인 ‘중위소득 가구 가처분소득의 50% 미만’을 밑돌고 있다는 의미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세웠을 때 가운데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한국 노인들의 높은 경제활동 참가...

      07:00

    • [일하는 노인②]노인 일자리도 ‘오픈런’···짠물 연금이 만든 취업난
      [일하는 노인②]노인 일자리도 ‘오픈런’···짠물 연금이 만든 취업난

      “지금 접수하면 4시간은 기다려야 된대.”번호표를 뽑아 든 백발의 남성이 뒤따라 온 친구에게 손을 내저었다. 2025년도 노인 일자리 모집 첫 날인 지난해 12월5일 서울 동대문구 시니어클럽. 신청서 접수 10분 전부터 비좁은 복도가 인파로 가득 찼다. 지난해 관내 한 초등학교에서 교통안전도우미로 일했다가, 올해도 ‘재취업’에 나섰다는 박경자씨(가명·79)도 그 중 한 명이다. “솔직히 생계 때문이 크지. 자식들도 잘 안 풀리는데 용돈 달라고 하기 그렇잖아.” 일주일에 5일, 하루에 1시간을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월 27만9000원(지난해 기준).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식당 일을 오래 하느라 국민연금을 들지 못했던 박씨에겐 기초연금(30만원)과 함께 최소한의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소중한 소득원이다.문제는 노인들의 취업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하고자 하는 노인은 많은데 노인을 원하는 곳은 적다보니 노인들의 노동 환경...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