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열린 ‘2026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와 심사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상현 평론 당선자, 이정원 소설 당선자, 김남주 시 당선자. 뒷줄 왼쪽부터 이소·양윤의 평론가, 김미월·김홍 소설가, 이경수 평론가, 황인숙 시인, 경향신문사 장정현 전무, 이기수 편집인, 김준기 편집국장, 이용욱 문화에디터 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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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열린 ‘2026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와 심사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상현 평론 당선자, 이정원 소설 당선자, 김남주 시 당선자. 뒷줄 왼쪽부터 이소·양윤의 평론가, 김미월·김홍 소설가, 이경수 평론가, 황인숙 시인, 경향신문사 장정현 전무, 이기수 편집인, 김준기 편집국장, 이용욱 문화에디터 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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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문장과 문제를 조합하고 알고리즘이 취향과 욕망을 선별해주는 시대에 문학 비평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올해 응모작들은 이 질문 앞에서, 인간의 감각과 사유가 개시하고 발화하는 지점을 다각도로 탐색하고 있었다.정동의 미세한 리듬을 따라가며 퀴어 서사의 감정 구조를 짚어낸 ‘사랑의 여백, 퀴어한 정동의 자리에서-박상영 문학 읽기’, 동시대 시가 필요로 하는 존재론적 언어를 제안하는 ‘저월하는 유령들-안미린론’, 묵시록적 상상력을 삼분하며 동시대 시의 지형도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의 시적 상상력과 그 양상들’, 철학적·신학적 사유의 골격 속에서 오래된 물음을 현재화한 ‘생각하는 아이의 시-황인찬론’ 등은 시대적 조건과 접속하는 흥미로운 글들이었다. 이 글들 모두 개념과 이론을 배후로 하고 있어, 비평적 기본기가 갖추어졌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어떤 글들은 그 이해가 다소 단순하거나 피상적이었고, 어떤 글들은 작품을 앞질러 가거나 압도해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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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슬플 때마다 글을 붙잡았는데 이제 와 보니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행위 역시 저를 붙잡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더는 못 쓰겠다며 밤새 울다가 다음날 책상 앞에 앉아 고민 끝에 쓴 문장에 흡족해하는 이 기묘한 광경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이 단 한 순간도 밉지는 않았으니 아마 둘 사이는 오래 지속될 것 같습니다. 이 기묘한 관계로부터 쓰인 글을 정성스레 읽어주신 심사위원 양윤의, 차미령 선생님께 감사합니다.혐오가 손쉽게 농담이 되고 다정함은 생존에 걸맞지 않은 취약한 마음 따위로 치부되는 현실에서 글쓰기란 그야말로 절박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리 절박한 일을 하는 동안 제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다죠. 다만 그 얼굴이 분명히 하는 것은 앞으로도 제가 무언가를 써 내려가며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를 발견해준 소중한 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특히 저의 ‘쓰는 삶’을 지지해주시고 오랫동안 꺼내 볼 격려의 문장들을 주신...
21:49
사랑 얘기가 아무리 진부하다고 할지라도 감히 그 누가 사랑의 권능에 도전할 수 있겠는가. 사랑이 친밀한 이들의 ‘얼굴’을 앞세운 채 사회적 불의를 공모한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사랑은 우리의 여남은 대안으로 간주된다.2) 어느 노래의 제목처럼 사랑은 적대와 혐오로부터 승리할 수 있으며 끝내 승리하고 말 것이다.3) 이에 부응하는 듯 박선우의 소설 속 이 미련한 주체들은 사랑에 관한 한 자신의 역능을 과대평가한다. 우리가 구조주의 철학자들로부터 배웠던, 자신이 몸담아온 세계를 등한시할 수 있는 ‘순수한’ 주체도 의지도 없다는 사실은 사랑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다, 「햇빛 기다리기」 속 ‘너’는 잦은 이사에 지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로 한다. ‘네’가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못하는 ‘나’는 가책을 느낀다. 어떤 법적 보증도 없는 상태에서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에게 현금을 증여하거나, 함께 빚을 갚아 나가기로 약조하는 일은 비단 성소수자...
21:47
한 달 전, 모임에 다녀온 엄마가 말했다. 정원인 요즘 뭐 하냐는 이모들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 “소설 써” 하고 답했다고. 그러자 다들 “그렇구나. 정원인 소설을 쓰는구나, 소설을” 하며 한바탕 웃었다는 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웃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런 말에 웃어버릴 수 있을 만큼 소설이 좋아졌다. 솔직해졌다. 가벼워졌다.소설은 웃기는 것. 내가 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를 한바탕 웃길 수 있다면, 그냥 그거면 충분한 것 같다. 온갖 재미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나는 아직까지 소설만큼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영영 그렇게 된다면 좋을 것이다.나를 장녀가 아닌 철부지 딸로 키워주신 부모님,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책셔틀을 해주었던 내 동생, 언제나 응원해준 이모들, 이모부들, 그리고 나의 친구들과 언니들. 고맙고 사랑해요. 덕분에 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3년간 108개의 계단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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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는 작년보다 훨씬 많은 응모작이 도착했다. 웹소설이나 웹툰과 관련된 ‘뉴-예술가 소설’이 자주 눈에 띄었고, 애도와 윤리의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 역시 여전히 많았다. 다만 페미니즘 이슈나 비인간동물 대신 노동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 늘어난 점은 인상적이었다. 물론 최근 신춘문예 응모작들의 경향 또한 반복되었다. 서사가 느슨하고 인물이 모호하며, 안전한 거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이를 개별 작가의 특징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신춘문예를 통해 포착되는 시대의 단면을 바라보며,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소설을 읽고 쓰고 있다는 사실에서 위안과 희망을 느꼈다. 본심에 오른 열세 편의 작품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특히 세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세 작품은 완전히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었고, 그만큼 장점과 한계 또한 분명했다.고립된 한 여성의 죽음을 곰팡이의 시선으로 묘사한 <천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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