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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서도 ‘오징어 게임’ 열풍…‘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직접 해보니

이유진 기자
29일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에 참가했다. 자신만만하게 입장한 기자의 아바타 ‘경향맨’은 출발 10초도 채 되지 않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총에 맞아 쓰려졌다. 로블록스 캡쳐

29일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에 참가했다. 자신만만하게 입장한 기자의 아바타 ‘경향맨’은 출발 10초도 채 되지 않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총에 맞아 쓰려졌다. 로블록스 캡쳐

“게임이 곧 시작됩니다. 참가자들은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녹색 운동복을 입은 아바타들이 분홍색 옷을 입은 진행요원들 옆을 지나 운동장으로 몰려들었다. 출발선에 서자 멀리 대형 소녀 로봇 ‘영희’가 보이고, 그 너머엔 ‘5분’의 제한시간을 알리는 시계가 보였다.

‘띠~’하는 경고등 소리와 함께 게임이 시작됐다. 출발선에 서있던 수십명의 아바타들이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영희의 머리가 참가자들을 향했다. “탕!” “탕!”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뿔사. 조작 미숙으로 방향키를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기자의 아바타 ‘경향맨’이 땅으로 풀썩 고꾸라졌다.

29일 로블록스에 ‘Squid Game’(오징어 게임)을 검색하자 수백 개의 ‘방’이 등장했다. 로블록스는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 맵과 아이템을 만들어 배포·판매할 수 있다. 로블록스 캡쳐

29일 로블록스에 ‘Squid Game’(오징어 게임)을 검색하자 수백 개의 ‘방’이 등장했다. 로블록스는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 맵과 아이템을 만들어 배포·판매할 수 있다. 로블록스 캡쳐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는 지금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불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인기에 메타버스 세계에서 드라마 속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들었다. 29일 로블록스에 ‘Squid Game’(오징어 게임)을 검색하자 수백 개의 ‘방’이 등장했다. 로블록스는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 맵과 아이템을 만들어 배포·판매할 수 있다.

로블록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 속 게임은 단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이다. 각 방에서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같이 등번호가 쓰인 녹색 운동복을 입은 아바타들이 영어·태국어·아랍어로 대화를 나누는 진풍경이 펄쳐졌다. 90%가 넘는 추천 비율을 기록한 게임 방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동시 접속자가 4500명에 달했다. 이 방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줄다리기’와 구슬을 이용한 ‘홀짝’ 게임도 즐길 수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 세트장과 유사하게 꾸며 놓은 게임 속 한 구역. 참가자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로블록스 캡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 세트장과 유사하게 꾸며 놓은 게임 속 한 구역. 참가자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로블록스 캡쳐

로블록스 게임 속 대형 로봇 ‘영희’. 기자는 십수번의 시도 끝에 총을 맞지 않고 게임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로블록스 캡쳐

로블록스 게임 속 대형 로봇 ‘영희’. 기자는 십수번의 시도 끝에 총을 맞지 않고 게임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로블록스 캡쳐

전 세계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만큼 게임 진행도 대부분 영어로 이뤄졌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말 대신 영희가 뒤돌아 서있을 때는 “초록불(Green Light)”을 외치고, 참가자들을 바라볼 때는 “빨간불(Red Light)”을 외치는 식이었다. 실감나는 체험을 위해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음악과 한국어로 된 게임 용어를 그대로 쓰는 방도 눈에 띄었다. 게임마다 다르게 구현된 드라마 속 세트장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를 실감하는 동시에 우려할만한 지점도 보였다. 로블록스 내 ‘오징어 게임’ 콘텐츠들은 대부분 연령 제한 없이 체험이 가능했다. 월 활성 이용자 수(MAU)가 약 1억5000만명에 이르는 로블록스는 13세 미만 이용자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원작 <오징어 게임>은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인 데 반해, 게임 속에선 어디에도 연령 제한이나 경고 문구 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바타가 총을 맞거나 다리 아래로 추락해 죽는 모습은 원작과 유사하게 재현됐다.

기자의 아바타를 비롯해 게임 속 아바타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총을 맞고 쓰러져 있는 모습. 원작 <오징어 게임>은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인 데 반해, 게임 속에선 어디에도 연령 제한이나 경고 문구 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로블록스 캡쳐

기자의 아바타를 비롯해 게임 속 아바타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총을 맞고 쓰러져 있는 모습. 원작 <오징어 게임>은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인 데 반해, 게임 속에선 어디에도 연령 제한이나 경고 문구 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로블록스 캡쳐

현실에서도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아이들이 모이면 <오징어 게임> 얘기밖에 안 한다”며 “성인용 드라마를 어떻게 봤냐고 물었더니 게임이랑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하더라. 작품 내용이 잔인하고 선정적인데,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빚으로 벼랑 끝에 몰린 456명의 ‘밑바닥 인생’들이 456억원이라는 일확천금을 두고 목숨을 건 경쟁에 참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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