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위해 만든 게임, 200억짜리 됐네요

이유진 기자
‘고양이와 스프’ 플레이 화면. 다양한 외모의 고양이들이 눈에 띈다.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는 “딸의 조언을 받아 여러 번 개선 작업을 거쳤다”고 말했다. 유튜브 ‘김동규하이디어’ 캡처

‘고양이와 스프’ 플레이 화면. 다양한 외모의 고양이들이 눈에 띈다.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는 “딸의 조언을 받아 여러 번 개선 작업을 거쳤다”고 말했다. 유튜브 ‘김동규하이디어’ 캡처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 인터뷰
1인 게임 개발사로 2012년 출발
이달 네오위즈가 200억에 인수

‘고양이 키우고 싶다’는 딸 말에
지난달 ‘고양이와 스프’ 출시
‘힐링’ 입소문…다운로드 150만건

“지난해 코로나19로 사무실도 없이 집에서 일하는데, 딸애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대요. ‘지금은 좀 그렇고, 아빠가 게임으로 만들어줄게’라는 약속으로 탄생된 게 ‘고양이와 스프’였어요.”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는 모바일 게임 ‘고양이와 스프’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하이디어는 김 대표가 2012년 설립·운영 중인 1인 게임사로 첫 작품 ‘언데드 슬레이어’ 이후 모바일 슈팅 RPG ‘로그라이프’ ‘인간 혹은 뱀파이어’ 등을 개발했다. 하이디어는 17일 중견 게임업체 네오위즈에 지분 100%를 200억원에 넘겼는데, 네오위즈는 하이디어 게임 중에서도 지난 10월 출시된 ‘고양이와 스프’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게임은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 2021’에서 톱 3에 뽑혔으며, 출시 한 달 만에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150만건을 돌파했다. 일일사용자(DAU)는 60만명에 이른다. 만화풍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손쉬운 조작법이 특징으로, 하이디어가 그동안 선보였던 ‘유혈낭자’한 게임들과 달리 고양이들과 요리를 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방치형 힐링 게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사 인수 논의가 지난 일주일 새 급하게 이뤄졌다”면서 “다들 축하한다고 하는데, 하이디어와 제 역할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앞으로를 더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개발부터 운영을 혼자 하다보니 한계를 많이 느꼈는데, 이제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집중하면서 네오위즈의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가 지난 10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고양이와 스프’ 이미지가 그려진 부채를 들고 있다. 김동규 대표 제공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가 지난 10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고양이와 스프’ 이미지가 그려진 부채를 들고 있다. 김동규 대표 제공

10년가량 1인 개발자로 일해온 김 대표도 팀을 꾸려 일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인간 혹은 뱀파이어’ 개발 때가 그랬다. 당시 5명이던 팀은 2018년 게임 출시 이후 해체됐다. 이후 한동안 게임을 만들지 않았는데, 게임을 다시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 판단했고,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로부터 영감을 받으면서 ‘고양이와 스프’를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양이와 스프’ 역시 일러스트부터 기획, 프로그래밍 모두를 김 대표 혼자 진행했다. 다만 주인공인 고양이 캐릭터 설정만큼은 여덟 살 된 딸의 도움을 적잖이 받았다고 한다. 딸이 고양이 소개 책자를 내밀며 어떤 고양이는 꼬리가 짧고, 어떤 고양이는 살이 안 찐다는 등 고양이 관련 상식을 알려줬다. 이를 바탕으로 일러스트를 개선했는데, 지금도 시스템을 업데이트할 때는 딸이 옆에서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다 내려놓고 만든 게임인데, 반응이 이렇게 좋을지 몰랐다”면서 “시간 날 때 한 번 들어와서 음악도 듣고, 고양이들과 쉬어 가시라고 만들었는데, 국내 유저들은 게임도 일처럼 정말 열심히 하더라”며 웃었다.

건축을 전공한 김 대표가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건 ‘그림이 좋아서’였다. 친구들이 건설회사 면접을 볼 때 게임회사를 찾아갔다는 그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아트디렉터로 일을 시작했고, 회사가 폐업을 하면서 독립을 하게 됐다고 한다. 게임 만드는 법도 독학으로 배웠다는 그는 “게임 개발자로서 큰 회사에 인수돼 집단지성의 힘을 빌릴 수 있게 된 건 좋은 일”이라면서 “최종 목표라면 만화를 꼭 한 번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유진의 겜it슈]8살 딸 위해 만든 ‘반려묘 게임’··· 200억원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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