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바람의 나라’ 넥슨 창업주 김정주, 하와이 체류 중 별세

외부 투자 없이 상장까지 이뤄내 벤처 성공 신화 대표 주자로 꼽혀

지난해 7월엔 NXC 대표이사서 물러나…“최근 우울증 악화 추정”

게임업체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54세.

NXC는 1일 “넥슨을 창업한 김 이사가 지난달 말 유명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미국 하와이에서 지내다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NXC는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면서 “다만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용히 고인을 보내드리려 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광성고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카이스트 박사 과정 도중 1994년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본금 6000만원으로 넥슨을 창업했다. 일반인들에게 온라인 게임이란 개념도 없을 때 세계 최초의 PC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바람의 나라’를 개발해 크게 성공했다. 외부 투자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고 주식회사 상장까지 이뤄내 벤처 성공 신화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넥슨은 이후 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의 성공으로 국내 대표 게임업체로 자리 잡았다. 넥슨은 2000년대 초부터 엔씨(NC)소프트, 넷마블과 함께 국내 3대 게임사를 가리키는 ‘3N’으로 불렸다.

고인은 경영자로서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다 2005년에야 넥슨 대표이사에 올랐다. 2006년엔 넥슨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지주사인 NXC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넥슨은 국내에 상장하지 않고 2011년 넥슨 일본법인을 현지에 상장했다. NXC가 넥슨 일본법인을 지배하고, 넥슨 일본법인이 한국의 넥슨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한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고인은 2011년부터 카이스트의 바이오 및 뇌공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2012년엔 벤처창업대전 벤처활성화 유공부문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15년엔 서울대 동기이자 친구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회사 주식을 공짜로 줘 시세차익을 거두게 한 뇌물 공여혐의, 일명 ‘진경준 게이트’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됐다. 2017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단을 받았고, 2018년 5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인은 2019년 1월 넥슨 매각을 추진했다가 철회했다. 지난해 7월에는 16년 만에 NXC 대표이사에서도 물러났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정현씨와 두 딸이 있다. 넥슨 관계자는 “국내 조문 등 장례 절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