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끼리 ‘5G 통신’…아이 모형 튀어나오자 동시에 멈췄다

주영재 기자

자율주행 ‘협력운행’ 첫 시연

CCTV 정보 통해 0.001초 반응…방송인 김진표 “인간보다 안전”

사고 정보도 전달해 바로 우회

5일 경기 화성 케이시티(K-CITY)에서 열린 ‘5G 기반의 자율주행차 협력운행’ 시연회에서 방송인 김진표씨가 어린이 모형이 튀어나오자 도로 주변 폐쇄회로(CC)TV에서 보낸 신호를 감지하고 스스로 멈춘 자율주행차에 앉아 있다.  SK텔레콤 제공

5일 경기 화성 케이시티(K-CITY)에서 열린 ‘5G 기반의 자율주행차 협력운행’ 시연회에서 방송인 김진표씨가 어린이 모형이 튀어나오자 도로 주변 폐쇄회로(CC)TV에서 보낸 신호를 감지하고 스스로 멈춘 자율주행차에 앉아 있다. SK텔레콤 제공

자율주행차가 스쿨존에 다가서자 속도를 줄이다 갑자기 멈춰섰다. 길가에서 어린이 모형이 튀어나와 순식간에 알아채고 반응한 것이다. 도로 주변 폐쇄회로(CC)TV가 이를 감지하고 관제센터를 거쳐 주변 차량에 알렸고 바로 제동장치가 작동했다. 이 과정에 걸린 반응 속도는 불과 1밀리미터초(0.001초)였다. 어린이 모형을 보지 못하고 뒤따른 차들도 이런 정보 덕분에 멈췄다. 차량들이 급정거했음에도 추돌사고를 내지 않은 것은 초저지연성을 특징으로 하는 5세대(G) 이동통신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아서다.

5일 5G 기반의 자율주행차 ‘협력운행’ 시연에 참석한 방송인 김진표씨(41)는 “인간이 예측하기 전 미리 알아서 위험을 예방해 안전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시연은 SK텔레콤이 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대학교 등과 협업해 구현한 협력운행을 선보인 자리였다. 지금까지 자율주행이 대개 차량 한 대가 카메라를 이용해 주변 차량과 장애물을 피하고 운전하는 것이었다면 협력운행은 복수의 자율주행차량이 신호등, 관제센터, 차량(들)이 수집한 교통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방식이다. 협력운행은 자율주행차들이 늘어날 경우 차량 간 통신으로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

이날 협력운행은 경기 화성에 있는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에서 열렸다. 약 2.5㎞의 시험용 트랙에 스쿨존과 다중추돌 사고구간, 공사구간, 무신호 교차로, 고속도로 등 다양한 주행 환경을 갖췄다.

두 대의 시연 차량 중 뒤차에 탑승한 김씨는 차량이 출발하자 태블릿PC를 꺼냈다. 그는 “일하러 왔는데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이 언제인지 검색해봤다”고 말했다. 운전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검색한 것이지만 책을 읽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율주행이 상용화할 경우 자동차가 생활과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될 것이라는 걸 실감 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관제센터는 두 차량이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 들어서자 먼저 진입한 차에 우선권을 줬다. 사고가 나거나 긴급 공사가 이뤄지는 구간에서는 앞 차량이 먼저 감지하고 뒤따라오는 차에 상황을 전달해 안전한 길로 우회하도록 했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원장은 “차량 간 통신(V2X)으로 25% 정도 사고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양자암호통신을 기반으로 중간에 해커들이 차량을 탈취하는 위험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 위에 있는 라이다 장치는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주변 도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이렇게 모은 정보로 25㎝ 단위의 정확도로 도로를 3차원 입체 공간으로 구현한 ‘HD맵’을 만든다. HD맵은 카메라와 센서 성능이 저하되는 악천후·야간 등 특수 환경에서도 사고 확률을 줄여준다.

박 원장은 “HD맵은 자율주행 플랫폼의 시작”이라며 “이 데이터에 영상을 입히면 거의 실물에 가까운 3차원 공간 정보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가상현실 기반의 상거래와 연계하면 맵이 단순히 자동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가능성까지 갖게 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이경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은 정밀 측위기술, 환경 인지기술과 통신기술이 융합한 차량 제어기술”이라며 “사고 발생에 대처하는 알고리즘을 통일하는 방안도 국제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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