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구글·애플연대’ 한국에서 뭉쳤다···"구글 갑질방지법, 귀중한 선례"

이유진 기자
16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글로벌 앱 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글로벌 앱 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 ‘반(反)구글·애플’ 인사들이 한국의 국회로 모였다. 이들은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한국을 중심으로 연대를 형성하고, 이를 전세계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글로벌 앱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에는 세드릭 오 프랑스 디지털부 장관과 메간 디무지오 미국 앱공정성연대(CAF) 사무총장, 마크 뷰제 CAF 창립임원(매치그룹 수석부사장),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구글·애플의 운영체제(OS) 및 앱마켓 시장 독점을 규탄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한국에서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세드릭 오 장관은 “프랑스에선 ‘디지털서비스법’이라는 반독점법을 준비 중”이라며 “미국·유럽 등 더 많은 나라간 협력이 필요하고, 여기에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마크 뷰제 수석부사장도 “이번 입법으로 한국이 전세계에 앱마켓 사업자들의 독점 행위가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외친 셈”이라며 “미국·유럽연합(EU)·프랑스·일본·호주·남아공까지 관련 조처를 하고 있고 앞으로 나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뷰제 부사장이 속한 CAF는 에픽게임즈, 스포티파이, 매치그룹 등의 기업들이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 불공정 행위에 반대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글로벌 앱 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에서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은 향후 수조 달러의 성장이 기대되는 메타버스 시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쳐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글로벌 앱 생태계 공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에서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은 향후 수조 달러의 성장이 기대되는 메타버스 시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쳐

한국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된 직후 트위터에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된 팀 스위니 대표는 “한국이 구글·애플의 OS 독점과 싸워 공정경쟁을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독점기업에 맞서는 여러분과 함께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게임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반발해 미국에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스위니 대표는 “구글과 애플이 OS를 독점하고 있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결제 처리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며 “양사가 자기 노력에 대한 수익을 가져가는 건 맞지만 독점적 지위를 통해 경쟁을 차단하거나 수수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금 메타버스라는 3차원의 소셜 엔터테인먼트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은 향후 수조 달러의 성장이 기대되는 메타버스 시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통과 이후 구글과 애플이 보여준 ‘꼼수’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구글은 제3자 결제방식을 허용하되, 수수료를 4%포인트만 감면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애플은 “(자사의) 현 정책·지침이 개정법에 부합한다”며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 상황이다.

영상으로 세미나에 참석한 마샤 블랙번 미 상원의원은 “애플이 한국의 새로운 법을 무시하고 있는 처사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암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메간 디무지오 사무총장은 “구글과 애플이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다”며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법안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애플이 법망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관련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공정한 경쟁환경과 국민들의 이익에 준하는 결제방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관심 많은 분야인 만큼 촘촘하게 일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이날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산업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를 시작으로 유럽 등에서 글로벌 앱 생태계 공정성에 대한 여론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 의원은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CAF와 IT 이슈가 집중되는 CES에서 관련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며 “미국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유럽에서도 관련 세미나를 열어 각국 정부와 의회의 관심을 환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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