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딩동, 오늘 운동했나요?” 작심삼일을 깨는 똑똑한 노크

정은진 교수

생활 보조 앱이 당연해진 시대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체중감량 등 습관 변화 돕는 앱들
칼로리 예상부터 음식량 추정까지
딥러닝으로 정확도 점점 높아지고

새해가 되면 작년과 다른 자신이 되겠다고 결심하지만, 그 결심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작심삼일이 문제라면 삼일마다 작심을 하면 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습관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기적으로, 자주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혼자 공부하기 힘드니까 학원에 등록하고, 혼자 다이어트하기 힘드니까 친구들과 내기를 하는 것 등이 모두 주기적인 외부의 도움에 해당한다. 하지만 같이할 사람을 찾기 어렵거나 코로나19처럼 특수한 상황에 있어서 직접 만나 주기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매일 같은 시간에 약을 먹는다든가 하는 간단한 행동 변화는 휴대폰에 알람을 설정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물론 이 알람이 행동 가능한 시간에 울려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운전하고 있는데 알람이 울리면 쉽게 잊힌다). 하지만 좀 더 복잡한 행동 변화가 필요한 경우가 많이 있다. ‘틈나는 대로 영어 발음 연습하기’라는 목표를 위해 틈나는 대로 알람을 울릴 수도 없는 일이다. 실리콘밸리에는 “뭐 문제 있어? 앱을 찾아봐”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는데, 실제로 이런 행동 변화를 도와주는 앱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흔한 새해 목표인 체중 감량을 도와주는 앱의 경우, 여러 가지 기술이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종합기술” 상품이다. 사용자가 체중을 재고 직접 휴대폰에 입력하던 시대는 옛말이고, 이제 체중계가 블루투스를 이용해서 휴대폰에 체중을 전달해서 앱에 기록해주거나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클라우드에 저장해준다. 통계 기법을 이용해 지금까지의 체중 변화뿐만 아니라 최근 몇 개월간의 체중 변화를 바탕으로 6개월 뒤의 체중을 예측해주거나 언제 목표 체중에 도달할 수 있을지 예상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체중 조절의 핵심은 식단에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서버에 저장해서 먹은 음식의 종류와 양을 기록하면 자동으로 칼로리 예상치를 기록해주는 앱이 오랫동안 인기를 끌다가, 최근에는 음식 사진을 찍으면 종류와 양을 추정해주는 앱이 나왔다. 음식 사진에서 음식의 종류와 양을 추정하는 기술은 자율주행에서 전방에 보이는 물체가 무엇인지 추정하는 기술과 같은 딥러닝 기술을 사용한다. 블로그처럼 음식 사진과 이름이 함께 올라오는 데이터를 이용해 개발한 기계학습 모델을 사용하여 음식의 종류와 양을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칼로리뿐만 아니라 탄수화물이 식단의 얼마만큼을 차지하는지, 어떤 비타민이나 영양소가 부족할 가능성이 높은지 분석해주기도 한다.

스마트워치로 운동량 예측·기록
서로 응원 메시지로 동기부여하고
나아가 전문가 상담 추천·연결도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마트워치는 가속도센서와 자이로센서를 이용해서 자동으로 사용자가 어떤 운동을 얼마나 오래 했는지 기록하고, 사용자의 현재 체중에 따라 운동으로 소비된 칼로리를 오늘 먹어도 되는 칼로리에 더해준다. (스마트워치는 아무래도 정적인 운동은 자동으로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사용자가 휴대폰 앱에 직접 기록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달리기나 자전거타기처럼 야외에서 이동 거리가 많은 운동을 한다면 GPS를 이용해 사용자가 움직인 거리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지도에 보기 좋게 표시해준다. 거리와 속도, 그리고 사용자의 현재 체중에 따라 소비된 칼로리를 추가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 기능으로 주위 사람들의 응원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체중은 보여주지 않고, 다만 그동안 얼마나 감량에 성공했는지 혹은 오늘 목표했던 칼로리 이하로 먹는 데에 성공했는지, 오늘 목표했던 운동량을 실제로 채웠는지 친구로 등록된 사용자들에게 알려주고 친구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해준다. 다른 방식의 사회적 동기부여를 위해서 비슷한 감량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때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팀이 되어서 팀별로 목표를 정해주기도 한다. 팀원 전체가 함께 이번주에 스쾃 1000개 하기를 목표로 할 수도 있고 (이런 목표는 팀원들이 기존에 하던 운동량에 맞춰서 정해준다) 혹은 팀별로 어느 팀이 더 많이 감량하는지 경쟁할 수도 있다.

체중 감량이 정체기에 접어들거나, 식단이나 운동에 변화가 필요할 때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화상통화나 챗 기능으로 영양사에게 식단을 상담할 수도 있고, 운동 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 오늘 점심에 영양사가 추천한 식단을 먹으면 이 칼로리에 이런 영양소가 보충된다고 일깨워주기도 하고, 운동전문가가 만들어준 프로그램을 동영상과 함께 볼 수도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혈압이나 혈당 수치도 함께 기록해서 의사에게 식단이나 운동 같은 중요한 정보와 함께 공유할 수 있다. 최근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 5분마다 현재 혈당을 휴대폰 앱으로 전송해주어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혹은 어떤 운동을 했을 때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바로 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처럼 의사소통에 도움이 필요한 환자라면 혈당이 위험할 정도로 높아지거나 낮아졌을 때 바로 휴대폰에 경보를 보내주기 때문에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최근 <그릿>으로 유명한 펜실베이니아대학 안젤라 더크워스 교수와 <How to Change>(어떻게 변할까)를 지은 같은 대학 케이티 밀크먼 교수가 6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데에 가장 도움이 되는 동기 부여 방식은 계획했던 운동을 어떤 이유로든 하지 않았을 때, 다시 운동을 시작하도록 응원해주는 것이었다. 앱에 식단이나 운동 기록을 꾸준히 해왔다면 식단이나 운동에 소홀해졌을 때 앱이 빨리 그 변화를 알아차리고 다시 열심히 해보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이 메시지는 미리 사람이 써두었다가 앱에서 사용자에 맞게 수정해서 보내주게 되는데, 이미 이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다른 사람이 사용자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읽힌다. 예를 들어 “마지막으로 식단을 기록한 지 24시간이 되었습니다”라고 하는 대신 “어제 점심 사골곰탕은 맛있었나요? 오늘 점심 먹기 전에 아침 메뉴를 적어주세요!”라고 하면 훨씬 자연스럽다.

휴대폰이 고장나거나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경우 데이터를 잃어버릴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대부분의 앱에서 체중변화, 식단기록, 운동기록, 혈압이나 혈당 같은 의료정보는 물론 주위 사람들의 응원 메시지 모두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있는 서버에 저장되어 있어서, 원하는 사람들은 컴퓨터에 연결된 큰 화면으로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고, 휴대폰 기기를 변경했을 때에도 자동으로 모든 데이터와 기능을 유지해준다.

우리가 얼마나 자주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는지 생각해보면, 습관이나 행동을 바꾸는 일에 앱을 사용하면 좋다는 아이디어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2019년에 사람들이 하루 평균 58번, 3시간15분 동안 휴대폰 화면을 쳐다본다고 보도했다. 대중교통 이용시간이 많은 한국에서는 더 길지 않을까 짐작한다.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실제로 진동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진동이 울렸다고 느끼는 이른바 팬텀진동신드롬을 겪기도 한다. 이렇게 자주, 많이 보는 상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앱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들의 장점이다.

의료 서비스 등 데이터 악용 우려
무작정 쓰지 않기로 해결하기보다
사용약관 꼼꼼히 읽고 ‘동의’해야

이런 서비스들이 모든 사람의 필요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비대면 서비스가 급격한 속도로 확장되면서, 기계나 최신 테크놀로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얘기가 되풀이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처음 백신 예약을 받기 시작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접속해서 예약을 했고, 집에 고속인터넷이 없거나 웹사이트에서 예약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사람들에게 체중 관리나 만성질환 관리를 앱으로 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의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들의 경우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이용하여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앱을 만드는 회사를 의료보험회사가 인수·합병하면 어떻게 될까. 의료보험회사는 이 앱에 들어있는 정보를 토대로 개개인의 의료비용을 추정하고 보험료를 다르게 책정할 수 있다. 공공의료보험제도가 있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개인을 위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23andme라는 회사가 클락소스미스클라인이라는 거대 제약회사의 투자를 받으면서 유전자 정보를 공유했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유전자 정보는 한 사람의 정보가 공유되면 그 가족들과 미래의 후손들 정보까지 공유되기 때문에 그 여파가 심각해질 수 있다.

이런 단점들은 개인이 앱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기보다는, 기술발전의 속도와 정책이 진화하는 속도가 달라서 일어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인수·합병이 시장의 과독점 가능성을 염려했다면, 이제 앞으로의 인수·합병은 데이터의 오남용을 염려해야 한다. 유전자 데이터뿐만 아니라 이런 생활 보조 앱들에는 많은 사적인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다. 앱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서비스 개선을 위해 사용해도 좋다는 사용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해도, 이 데이터가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합쳐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생활 침해는 사용자 개개인이 짐작하기 어렵다. 이렇게 데이터를 모았을 때 사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혜택과 피해를 모두 고려하고 인수·합병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중립기관이 필요하다.

데이터의 가치를 이해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면서 이런 정책의 변화를 기다리는 동안 개개인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바로 사용약관을 꼼꼼하게 읽는 것이다. 특히 사용약관이 변경되었다고 이메일이나 알람이 왔을 때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그런 이유로 앱 사용을 중단한다고 알려주면 좋다. 사용자가 관심을 갖는 방향으로 서비스는 발전한다.

▶정은진 교수

[정은진의 기술을 기술하다](1)“딩동, 오늘 운동했나요?” 작심삼일을 깨는 똑똑한 노크

서울대 전산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주립대학에서 전산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분산시스템과 인터넷에서의 보안을 연구했고, 최근에는 게임이론을 이용해서 합리적인 사람들이 블록체인처럼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최신 기술의 발전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컴퓨터과학을 오래 가르치면서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그 영향력을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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