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업이 독점하던 내 데이터 가치, 나도 같이 누릴 수 있게 될까읽음

정은진 교수

웹의 새로운 비전 ‘웹3’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웹3가 대체 뭐지?

1990년대 ‘WWW’부터 진화한 웹
새 담론 제시하는 웹의 3번째 버전
탈중앙화·사용자 권리 향상 핵심

새해 각종 경제 전망에 웹3가 화두로 등장했다. 포브스지는 “2021년이 웹3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해라면 2022년은 웹3가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고,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수전 워치츠키도 웹3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웹3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명쾌한 답을 얻기는 어렵다.

웹3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웹의 세번째 버전이라는 뜻이다. 1990년대 초 웹브라우저가 개발되면서 시작된 월드와이드웹을 웹1.0이라 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웹2.0을 거쳐, 현재의 웹은 모바일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해왔다. 이러한 웹의 발전은 계획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유기적으로 일어난 것이라 언제 웹 다음 버전을 쓰게 될지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 웹3.0에 대한 예측과 논의는 이미 20여년 전에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실생활에 와닿는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기존의 웹3.0에 대한 논의와 다른 비전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최근의 담론에서는 ‘웹3’라고 표기하고 있다.

웹의 진화 과정은 데이터의 진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웹1.0의 데이터는 기존에 이미 존재했던 정보를 디지털화한 것이 전부였다. 예를 들어 잘 만든 식당 홈페이지라면 메뉴나 영업시간을 볼 수 있었다. 웹2.0으로 넘어오면 사용자가 생성하는 데이터가 압도적으로 더 많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아내는 트렌드가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식당에 가본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사진들과 후기, 별점 등의 데이터가 식당에서 올리는 데이터보다 더 많고 더 중요해졌다. 이렇게 사용자가 생성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요식업 트렌드를 파악할 수도 있고, 사진과 후기를 이용해 음식 사진을 보고 자동으로 메뉴 이름을 알아내는 인공지능(AI) 상품 개발에 사용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직접 올리는 데이터가 아닌 트렌드 분석이나 AI 상품처럼 데이터에서 파생된 상품이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사용자가 실감하기는 어렵다.

사용자가 만들어낸 데이터에서 파생된 서비스의 좋은 예가 바로 디지털 광고 사업이다. 사용자의 최근 검색어와 관련 있는 광고라든가, SNS에서 관심을 보인 상품과 관련 있는 광고를 보여주어 광고의 효율을 높인다. 이렇게 생성된 부가가치는 얼마나 될까? 구글과 페이스북이 가장 큰 이익을 내는 사업이 바로 광고 사업이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2020년 매출은 약 221조원인데, 그중 80% 이상이 광고에서 나왔다. 페이스북의 2021년 1분기 매출은 97%가량이 광고에서 나왔다.

■이익을 사용자에게

데이터 부가가치

검색어 연관 광고, 수백조원 매출
블록체인 기술, 기업 종속된 데이터
공유하고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줘
서비스 사용자서 ‘참여자’로 진화

웹3와 탈중앙화가 화두가 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높은 부가가치가 사용자에게 좀 더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물론 사용자들은 무료로 좋은 검색엔진을 사용하고, 무료로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테크기업들의 매출이나 높은 주가를 보면, 그렇게 만들어진 데이터의 가치 대부분이 사용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리콘밸리 굴지의 벤처투자회사인 앤더슨호로위츠의 크리스 딕슨은 웹2.0,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웹은 이런 데이터들이 중앙집권적 형태의 서비스에 “묶여 있는”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가 e메일 계정을 바꿀 경우 기존의 e메일들을 옮겨가기 어려운 것처럼, 특정 회사의 서비스에 저장된 자신의 데이터를 다른 회사의 서비스로 옮기는 일은 매우 어렵다. 사용자 데이터에서 파생된 상품을 옮겨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서비스 제공자가 서비스의 특정 기능을, 혹은 아예 서비스 전체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 사용자는 저항할 수 없다.

웹3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웹3의 새로운 서비스들이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같은 탈중앙화된 기반기술을 사용해 사용자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나아가 가치를 분배하기 쉽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블록체인은 위변조 가능성이 적은 데이터 저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응용 프로그램인 디앱(dApp)은 그 작동 결과가 블록체인에 저장되므로 실행 과정에 투명성을 더한다.

가령 SNS에 블록체인이 적용된 디앱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사용자들이 포스트를 올리거나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는 등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블록체인에 그 내역이 기록된다. 지금의 SNS는, 테크기업이 이 사용자 데이터를 독점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 광고를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대신 광고 수익을 얻고 있다. 테크기업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SNS를 제공하더라도 지금처럼 사용자에게 맞춤 광고를 보여줄 수 있고,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사용자가 그 디앱이 어떻게 데이터를 이용하고 수익을 올리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서비스 사용 데이터는 다른 디앱 개발자도 접근 가능하다.

웹3의 이런 아이디어가 실행될 수 있다면 사용자들은 지금처럼 서비스를 사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거래하면서 데이터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를 공유하는 참여자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의 데이터가 디앱 기반 서비스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감독할 수도 있다. 디앱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는 삭제나 변경이 어려워 서비스의 기능이 갑자기 없어지거나 서비스 자체가 사라질 염려는 거의 없어진다.

■탈중앙화된 거버넌스

웹3에서는 탈중앙화된 자율기구(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를 통해 거버넌스를 좀 더 투명하게 만들 수도 있다. 거버넌스는 정책의 입안, 결정, 집행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DAO는 디앱을 이용해 정책이 제안되고, 결정되고, 집행되는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투명성을 높이고, 높아진 투명성을 통해 커뮤니티의 참여를 독려한다.

이를 적용한 흥미로운 시도가 최근 국내에서 있었다. 간송미술관이 재정난으로 국보급 문화재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금동삼존불감’ 2점을 경매에 내놓았는데, 이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와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주축이 되어 ‘국보DAO’가 형성되었다. 클레이튼 블록체인상에서 기부한 사람에게 대체불가토큰(NFT)을 발행하는 형식으로 모금운동을 했는데, 목표액에 도달했을 경우 모금액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DAO 안에서 투표로 결정하는 등 탈중앙화된 자율기구로서 기능할 예정이었다. 2주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24억여원을 모았으나, 안타깝게도 목표한 금액인 50억원에 도달하지 못해 원래의 약속대로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

기존의 모금운동이 모금액 운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이 드물었던 만큼, 이런 모금운동이 실패했을 때 전액을 환불받는다는 약속은 믿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국보DAO의 경우 처음부터 목표 금액인 50억원이 경매 전날까지 모이지 않으면 모금액을 전액 환불처리한다는 정책이 수정 불가능한 형태로 디앱에 기록되어 있었고, 이 디앱이 클레이튼 블록체인에 기록되었기 때문에 투명성과 신용을 얻었다.

■웹3는 미래가 될 수 있을까?

한계와 미래는

일부 채굴자들이 대부분 블록 생성
사용 까다로워 아직 대중화 멀어
다수 이익 향유에 ‘촉매’임은 확실

웹3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탈중앙화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의 경우,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블록체인 시스템의 중앙화가 미칠 영향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전체 사용자의 0.01%에 해당하는 이들이 시장에 나와 있는 비트코인 중 27%를 소지하고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많은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들이 관련 암호화폐를 다른 사용자들보다 훨씬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흔한 일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블록의 60% 이상이 5개 집단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지적되어왔다. 새로운 블록을 만드는 집단이 블록의 내용을 결정하므로, 블록체인의 내용에 특정 집단이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용자가 편하게 쓰기에는 블록체인 관련 기술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블록체인이 나온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암호화폐 거래나 지불 서비스 외에는 대중화된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게임, SNS, 동영상 스트리밍, 파일 백업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왔지만 그런 서비스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각 서비스 제공자가 발행한 암호화폐를 구입해야 하고,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암호화폐 거래가 대중화된 것은 거래소라는 중앙집권형 서비스가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복잡한 과정을 대신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가장 많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거래를 처리하는 속도는 여전히 기존의 신용카드가 거래를 처리하는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매번 거래를 할 때마다 내야 하는 수수료가 암호화폐의 가격에 따라 달라지므로 예측하기 어렵고, 암호화폐의 가격이 올라 수수료가 비싸지면 사용자가 서비스를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때 권력과 부가 소수에게 독점되던 세상이 민주주의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모든 참여자에게 권리가 있는 체제로 발전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디지털 세상에서 부와 권력이 좀 더 많은 참여자에게 나눠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은 자연스럽고, 기대되는 방향이다. 그게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웹3일지, 혹은 지금의 이 논란을 기반으로 한 또 다른 서비스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최소한 이런 논의와 새로운 기술들이 현재 서비스 플랫폼이 독점하는 권력과 부를 데이터와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참여자들에게 조금 더 정당하고 투명하게 배분하고자 하는 노력을 촉발할 수 있는 계기임은 분명하다.

▶정은진 교수

[정은진의 기술을 기술하다](2)기업이 독점하던 내 데이터 가치, 나도 같이 누릴 수 있게 될까

서울대 전산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주립대학에서 전산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분산시스템과 인터넷에서의 보안을 연구했고, 최근에는 게임이론을 이용해서 합리적인 사람들이 블록체인처럼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최신 기술의 발전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컴퓨터과학을 오래 가르치면서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그 영향력을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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