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특수 끝나가니 빅테크 실적 암울…주가 급락

이윤정 기자
미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지수 추이.  월스트리트저널

미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지수 추이. 월스트리트저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주역이었던 기술주들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을 앞두고는 증시 급락의 주요인이 됐다. 팬데믹이 엔데믹(주기적 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비대면 온라인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알파벳(구글), 메타(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이 시원찮은 올해 1분기 성적표를 내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7일(현지시간) 전날 대비 1.81포인트(0.01%) 하락한 1만2488.9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3.95% 폭락하며 2020년 9월8일 이후 최대치 하락률을 보인 나스닥은 장 초반 반등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하락 마감했다.

원인은 빅테크 기업들의 저조한 실적이다. 지난 19일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구독자 수가 지난해 4분기보다 20만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1년 만에 처음 구독자가 감소하자 넷플릭스 주가는 37% 이상 폭락했다. 넷플릭스발 공포는 정보기술(IT) 업계 전체로 퍼져갔다. 다음날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의 주가는 일제히 2% 이상 하락했고 메타 주가도 5% 이상 떨어졌다.

이번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이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 하락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알파벳은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23% 증가한 680억달러(약 85조7000억원)였다고 26일 발표했다. 매출이 증가하긴 했지만 2020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 기업들이 디지털 광고 지출을 줄인 것이 알파벳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MS는 빅테크 기업들 중 나홀로 웃었다. 같은날 MS는 클라우드 사업 호조로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8% 증가한 494억달러(약 62조3000억원), 순이익은 8% 늘어난 167억달러(약 21조1000억원)라고 밝혔다. 특히 클라우드 사업 부문 매출만 1년 전보다 26% 상승한 191억달러(약 24조원)를 기록해 월가 기대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증시 분위기는 반전되지 못했다.

메타는 27일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7% 증가한 279억800만달러(35조3000억원), 순이익은 21% 감소한 74억6500만달러(9조4000억원)라고 발표했다. 7% 매출 성장률은 메타가 2012년 기업공개(IPO)를 한 후 최저치이다. 성장률이 한자릿수에 머문 것도 처음이다. 다만 페이스북 일일 활성 사용자수는 작년 말보다 3000만명 늘어난 19억6000만명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사용자수 증가에 메타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20% 넘게 치솟았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투자자들은 실적 발표를 앞둔 애플, 아마존에도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은 애플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346억달러)보다 감소한 233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아마존 영업이익도 전 분기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43억9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WSJ는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소비자 지출이 온라인에서 다시 오프라인 쪽으로 이동해 빅테크 기업들이 당분간 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 시장조사업체 펀드스트랫의 리서치 책임자인 톰 리는 포브스에 “빅테크 기업들은 꾸준히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엔 여전히 미래 성장 촉매제가 풍부하다”며 투자 가치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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