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청소년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경고가 잇따르자 인스타그램이 보호 방안을 내놨다. 부모가 자녀의 SNS 활동을 감독할 수 있도록 많은 권한을 부여하지만 이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는 17일(현지시간) 청소년 이용자에게 자동으로 보호 기능을 적용하는 ‘10대 계정’ 설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에서 인스타그램에 가입하는 18세 미만 이용자는 10대 계정으로 전환된다. 이미 계정이 있는 청소년은 앞으로 60일 안에 10대 계정으로 바뀐다. 올해 말 유럽연합(EU)을 거쳐 내년 1월부터는 한국을 포함, 모든 국가에서 적용된다. 메타는 내년 페이스북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10대 계정 설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인스타그램의 이번 대책은 원치 않는 콘텐츠나 메시지에 노출되면서 SNS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부모의 우려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 10대 계정은 기본적으로 비공개된다. 팔로어가 아닌 사람은 콘텐츠를 보거나 상호작용할 수 없다. 메타는 청소년이 팔로한 사람이 공유하는 경우라도 민감한 콘텐츠를 추천하지 않는다. 60분 이상 접속하면 애플리케이션(앱)을 종료하라는 알림이 울린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알림이 꺼지고 다이렉트 메시지(DM)에 자동 응답을 보내는 ‘수면 모드’가 활성화된다.
16세 미만 이용자는 부모의 허락이 있어야 설정을 끌 수 있다. 부모는 감독 기능을 이용해 자녀가 메시지를 보낸 상대를 확인하고 하루 총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메타는 청소년이 나이를 속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원 확인을 더 자주하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거짓 사례를 찾을 방침이다.
이 같은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SNS 규제 움직임이 일어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해 10월 미국 41개 주는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메타가 어린이·청소년들이 중독되도록 SNS 기능을 의도적으로 설계해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지에선 담배·술과 같이 SNS에도 경고문구를 적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EU는 지난 5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미성년자 중독 유발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호주에선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직접 “SNS는 사회적 피해를 초래한다”며 SNS 사용 연령 제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령 제한 기준이 14~16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청소년의 SNS 중독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 ‘게임 셧다운제’처럼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메타의 10대 계정 설정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여러 안전조치를 시행했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는 등 문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안이 여전히 부모에게 많은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메타가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도입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동 안전 비영리단체 ‘페어플레이’의 조시 골린 이사는 “메타가 수년 전에 시행했어야 할 보호장치”라며 “의원들이 (SNS 규제 관련) 입법을 막으려는 시도에 속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