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창간 70주년을 맞은 경향신문은 해방 직후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현장을 지면에 생생히 담아왔습니다.
경향신문의 1면에 담긴 주요 장면들을 통해 지난 70년 동안 한국사회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디지털로 재구성했습니다.
1946년 10월 6일
1946년 10월 6일,
경향신문 창간호 출간
1906년 프랑스 신부 플로리안 드망쥬가 창간한 주간 경향신문 제호를 계승해 51명의 창간사원으로 출범한다.
…인민은 어느 피리에 어느 정도로 춤을 추어야 좋을지 모를 형편이거니와 하물며 필진이 이에 추수하여야 안될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건국전후 초몽혼돈에 처하여 도의양심을 수완에 옮기는 실천적 일개 행자로서의 신문인과 신문이 필요한 시기가 왔는가 할 뿐이다.
1960년 5월 29일
1960년 5월 29일,
이승만 전 대통령 하와이 망명
3.15 부정선거로 4.19혁명이 발발하자 하와이로 망명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소식을 전했다.
이박사 부처 돌연 하와이로 망명.
오늘 아침 김포공항을 출발.
“이제 무슨 말을 하겠소. 그대로 떠나게 해주오.”
…이날 공항에는 허정 수석국무위원과 이수영 외무차관 그리고 그의 운전수와 경호원 수명이 전송할 뿐 십륙년 전 그가 국부로 추앙받으며 동포의 환호성에 묻혀 환국했을때와는 너무도 대조적이어서 파란 많은 그의 생애를 말하는 듯하였다.
남기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기자질문에 이박사는 “지금 내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하겠소. 얘기를 하면 내 생각하는 일이 달라질지 몰라. 다 이해해주고 그대로 떠나게 해주오”라고 말하였으며 후란체스카 부인도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낫씽… 아이 러브 코리아(아무것도 없소…나는 한국을 사랑합니다)”라고만 말했다.
1970년 11월 14일
1970년 11월 14일, 전태열 열사 분신
1970년 11월 14일 7면에서 한국 노동운동의 불씨를 지핀 전태일 열사의 분신 사망 소식을 전했다.
혹사 등 항의…분신
평화시장 재단사, 병원서 숨져
13일 하오 2시쯤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평화시장 앞길에서 평화시장 재단사 친목회원 전태일씨(23·서울 성북구 쌍문동208)가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자살을 기도, 국립의료원을 거쳐 성모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날 하오 10시쯤 숨졌다.
전씨는 “기업주는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 15, 16세 어린 아이들이 일요일도 없이 하루 16시간씩 혹사당하고 있으니 당국은 이런 사태를 시정해달라”고 호소, 미리 준비했던 휘발유로 ‘근로기준법해설’이란 책을 태우려다 제지를 받고 자기 몸에 불을 지른 것이다.
2000년 6월 14일
2000년 6월 14일 남북정상회담개최
2000년 6월 14일 1면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소식을 전했다.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 공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다. 1945년 분단 이후 55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두 정상이 악수하는 모습의 전면 사진으로 1면을 제작했다.
2008년 5월 30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강행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고시를 강행하자 전국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전국에서 4만여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700여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광우병 대책회의는 이날 저녁 서울 시청앞 광장에 3만여명(경찰 추산 9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범국민 촛불문화제를 열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규탄했다.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이명박 정권이 국민 의사를 묵살한 채 굴욕 협상의 실행을 강행했다”며 “이 같은 대국민 선전포고에 맞서 오늘부터 정부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벌여 나간다”고 밝혔다.
2009년 5월 30일
2009년 5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과 노제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레 만에 치러진 영결식 이후 노제가 열린 서울광장 모습을 담았다.
이 추모의 민심은 무엇인가
…세종로 로터리에서 시청 앞을 거쳐 서울역 앞까지 이어진 추모 인파 40여만명은 “노무현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후 운구차는 만장 2000여개를 들고 뒤따른 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아침이슬’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가 불려지는 가운데 서울역까지 이동했다.
2011년 10월 6일
2011년 10월 6일 창간 65주년을 맞아 되새긴 기자 윤리강령
경향신문 65주년 창간일을 맞아 언론의 본분을 되새기기 위해 한국기자협회가 공포한 ‘기자 윤리강령’을 1면에 실었다. 광고전문가 이제석씨가 제작해 경향신문에 재능기부했다.
…나는 이 구닥다리 문서가, 언론이 세상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이전에 스스로는 과연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를 먼저 묻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기자라는 직업은 사명감이나 보람 없이는 하기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하지만 만일 국민이 매일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 그리고 내가 쓴 한 글자 한 글자에 독자들의 생각과 감성이 얹히고 그로 인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1도씩 달라지고 있다면, 그만큼 심장이 요동치는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2011년 11월 24일
2011년 11월 24일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킨 의원 전원 공개
2011년 11월 22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하자 이에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의 얼굴을 1면에 실었다.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독소조항을 그대로 포함한 채 앞으로 우리의 법과 제도, 관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바꿀 수 있는 한미 FTA를 강행처리한 장본인이 누구인지 기록하고 알리기 위해 제작됐다.
2012년 4월 11일
2012년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일, 국민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내 한 표’가 의미하는 바를 강조하기 위해 투표 도장만으로 1면을 구성했다.
186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로버트는 35살 때 링컨에게 한 표를 던졌습니다.
노예가 해방되었습니다.
1940년, 영국 런던의 제임스는 70살 때 처칠에게 한 표를 던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승리로 끝났습니다.
1994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제인은 20살 때 만델라에게 한 표를 던졌습니다.
인종차별이 철폐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건희 회장도, 안철수 교수도, 이효리씨도 당신과 똑같은 한 표를 갖고 있습니다. 각자 재산과 재능, 지위는 달라도 4018만 시민들은 모두 평등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입니다. 당신은 당 신을 위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당신이 역사를 바꿀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십 시오. 투표는 목소리 없는 다수에게 목소리를 줍니다.
2014년 4월 17일
2014년 4월 17일 세월호 참사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17일 자정까지 283명이 실종되고 4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2년 뒤인 현재 사망자는 295명, 실종자는 9명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제주도 수학여행에 나선 고교생 등 462명을 태운 여객선이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 4명이 숨지고 283명이 실종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여객선 운항사는 배가 침몰하고 있음에도 승객들에게는 30분 동안이나 “가만히 있으라”며 구조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4월 14일
2015년 4월 14일, ‘성완종 리스트’ 보도
이 전 총리는 “한 푼도 안 받았다”고 부인했지만 총리직에서 물러났고, 결국 1심에서 유죄로 판결받았다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받았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성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기춘, 허태열 등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했지만 검찰이 불기소한 ‘친박 실세’들에 대한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4월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원의 선거자금을 건넸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개혁을 하고 사정을 한다고 하는데 이완구 같은 사람이 사정 대상 1호”라고 말했다.
2016년 1월 1일
2016년 1월 1일, 흙수저의 길(박순찬 화백 작)
…돈 사회다. 금마차는 돈의 힘으로 달린다. ‘금수저’는 ‘금수저’를 낳는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끊어졌다. ‘흙수저’들은 세상을 떠받치며 가시밭길 위에서 그저 견디고 있다. TV를 틀면 금수저의 삶이 생중계된다.
쌀값 폭락 대책을 요구하려다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매는 농민 이야기 같은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서민의 돈이 다시 한번 대기업에 빨려 올라간다. 심지어 아파서 병원을 찾는 순간에도….
새해가 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은 이 그림 속 어디에 있는가.
2016년 4월 13일
2016년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제20대 국회의원선거 투표 당일, 경향신문 1면은 국민의 선택에 따라 펼쳐질 미래 국회의 모습을 네 개의 가상 시나리오로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투표 결과 민심의 선택은 ‘새누리 참패…16년 만의 여소야대’였다.
2016년 10월 6일
2016년 10월 6일 창간 70주년, 컵라면과 김밥 밑에 깔린 신문으로 ‘청년의 아픔’을 보여주다
경향신문 창간 70주년 기념호 1면은 컵라면과 삼각 김밥 밑에 깔린 신문의 모습을 담은 파격적 다지인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어떤 신문 1면 보다 ‘현실적’이라는 평을 얻기도 했습니다. 광고 디자이너 이제석씨가 제작했습니다.
신문은 일상입니다.
시대를 기록하는 엄중한 사초이면서
때로는 누구나 바닥에 깔고 쓰는
800언짜리 간편 도구이기도 합니다.
경향신문 창간 70주년 신문 위에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올려 놓았습니다. 이 시대 고달픈 청년들의 상징입니다. ‘신문의 얼굴’인 1면 ‘공생의 길 못 찾으면 공멸...시간이 없다’는 제목과 기사, 사진을 가린 한 끼 먹거리는 기성세대의 형식적인 엄숙주의를 조롱하며 청년 문제보다 더 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