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스물 셋
저는 23살 여자입니다. 저는 참 무섭습니다. 길을 걸을 때, 특히 밤이고, 골목길일 때, 남자가 걸어오면 무섭습니다. 혼자 자취를 하는데, 7층에 살지만 어떻게든 창문을 타고 넘어올까 무섭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면 누가 옆 칸에서 몰래 찍고 있지 않을까 무서워 아래 위를 번갈아 쳐다봅니다. MT를 가면, 혹시 자는 나의 몸에 누군가의 손이 닿을까 겁이 납니다. 폐쇄형 화장실에 갈 때면 무서워 늘 친구를 데리고 갑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예민하다’고 말합니다. 네, 저는 예민한 여자가 되었습니다. 스스로 이렇게 경계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언제 칼에 찔려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늘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23살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