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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정 기자 longcut@khan.kr
강윤중 기자 yaja@khan.kr
김유진 디자이너yjdigital@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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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는 국토의 3분의1이
해수면에서 불과 1m 위에 있습니다.
7월부터 장마철이 시작되면
침수는 예사입니다.
길이 끊기고 농사는 엉망이 됐고,
아이들 교육은 차라리 사치였죠.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초등교육을 받지 못합니다.
방글라데시 북서부의
작은 마을 시두라이.
이곳에서 성장한 모하메드 레즈완에게도
우기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우울한 시즌이었습니다.
소년은 수도 다카의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후
오랜 소망을 이루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다면
학교가 그들에게 가야한다.
학교가 물에 떠 있다면 홍수도 걱정 없다.”
고향으로 돌아와 NGO를 조직하고
스쿨버스와 학교를 결합한
플로팅스쿨을 만들었습니다.
일반 보트의 바닥만 고쳐서
‘떠다니는 학교’를 열었죠.
지금은 지붕까지 갖추고 30명의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배가 22대나 됩니다.
배와 사람들을 클릭해보세요!
이 에피소드를 모두 보셨습니다!
다음이야기를 보실래요?
방글라데시 북서부의 베투안 마을에서 만난 플로팅스쿨의 교실은 아늑했다. 길이 16m, 폭 3.4m의 플로팅스쿨의 열린 창으로는 강바람이 넘나든다. 바깥에선 염소와 오리 소리가 들린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뱅갈어, 영어, 수학을 배운다. 갈색 종이로 곱게 싼 교과서는 얼마나 많이 봤는지, 책장 끝이 돌돌 말려 있다. 수업을 어려워하던 아이들도 선생님의 ‘잘했어!’ 한마디에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이들을 무척 좋아해서 수업 시간보다 일찍 학교에 나와요. 수업이 없는 날이면 시간이 빨리 흘러갔으면 하고 바라죠.” 레헤나 선생님은 8년째 플로팅스쿨에서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뛰어나다”며 상급학교로 진학한 제자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는다.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설득시키면서 가르쳐요.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세 번, 네 번 설득합니다. 하나도 지치거나 피곤하지 않아요.”
플로팅스쿨의 교육은 무료다. 정부의 무상 교과서와 함께 SSS가 자체 개발한 농업 및 환경 교과서가 제공된다. 지속가능한 농법, 생물 다양성, 기후 변화와 인권 등 환경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 거주민을 위한 필수 실용서가 아닐 수 없다.
교실 책장에는 위인의 회고록, 역사책, 시집 등 여러 장르의 책이 꽂혀있다. 지붕에 붙은 태양열 패널 덕분에 전기 사용이 가능하다. 교사를 위한 노트북과 아이들의 땀을 식혀줄 선풍기도 구비돼 있다.
아이들의 하굣길을 쫓아갔다. 수업 중간 레헤나 선생님이 스윽 어루만지며 애정을 표현했던 알마스의 집에 갔다. 취재진을 반갑게 맞은 엄마 라비아는 “알마스가 얼마 전에 학교에서 운동으로 상을 받았다”며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웃어보였다.
알마스네 집은 아버지가 없다. 엄마 혼자서 가사도우미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 아이들을 키운다. 가끔 플로팅스쿨을 찾아서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라비아는 “내가 어렸을 때 이런 학교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알마스는 “공부가 제일 즐겁다”고 말했다. 엄마의 꿈은 아이들이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이다. 그 직업이 의사인지, 변호사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항상 “친구들과 싸우지 마라,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마라”를 강조하는 엄마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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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가 운영하는 플로팅 병원 내부와 입구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주민들은 강에서 씻고 그 물을 마시기도 합니다. 때문에 식중독과 피부 염증이 흔합니다. 진료뿐만 아니라 위생교육도 함께 하고 있지요.”
의사 압둘 마지드는 방글라데시 건강부 산하 기관에서 경력을 쌓은 의사로 12년째 플로팅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한 마을을 찾으면 보통 3시간 동안 100여명의 환자를 상대한다. 10km 정도 떨어진 일반 병원에서는 5000~7000원 정도의 진료비를 내야 하지만, 여기선 진료는 물론 약도 무료다. 항생제, 기생충약, 영양 보충제 등을 상비하고 있다.
임신부 툭투키는 “예전에는 멀리 가서 진료를 받았지만, 이제 동네에서 임신 중 검진을 받을 수 있어서 편하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SSS는 수술실을 갖춘 진료소의 확장형 모델을 구상 중이다.
‘플로팅 도서관’도 있다. 그림자가 길어진 오후, 마을 사람들은 도서관을 사랑방 삼아 모여든다. 도서관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이용자가 그득했다.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동네의 아이들이 5대의 노트북 앞에 앉아있었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도서관 관리자 아리훌 이슬람은 “플로팅도서관은 하루에 3개 마을을 돈다”며 “한 마을당 일주일에 3일 동안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치른 예비 대학생 무사뭇 암비야 카툰은 “3년 전부터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는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국제뉴스와 관련 영상, 영화도 볼 수 있어서 좋다는 그녀의 으뜸 즐겨찾기는 유튜브였다.
또 다른 플로팅스쿨에는 주부 20여명이 아이와 함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성을 위한 수상농업교육 학교였다. 우기에 삶의 터전을 잃는 주민들을 위해 SSS에서는 수경재배를 통한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월 1회 교육하고 있다.
우기에 큰 곤란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목축업 의존도가 높은 이 지역 주민들의 체질 개선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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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처음 학교를 열었을 때는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보트 위의 학교라니, 이런 학교에 아이들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반응이었죠.”
SSS의 수프라카시 폴 프로그램 매니저는 지역 학부모회와 꾸준한 교류를 통해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했다. 국립학교는 학비 걱정이 없지만, 학생 수에 비해 학교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립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가정도 있다.
파스 베투안 마을에 거주하는 주부 타헤라 카툰은 “집에서 장난치거나 밖에서 싸우며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이 플로팅스쿨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마을 아이들이 플로팅스쿨에 다니기 시작한 지는 올해로 7년째. 그녀는 아이들의 미래가 궁금하다. “플로팅스쿨이 생기고 나서 모든 것이 바뀌고 있어요.”
SSS는 플로팅스쿨 외에 플로팅병원 5척, 플로팅 농업학교 5척, 플로팅 도서관 10척 등 총 111척의 배를 운영하고 있다. 200여명을 채용해 지역 내 고용을 창출했고, 300여명의 자원봉사자 참여는 함께하는 교육의 가치를 더했다.
“교육은 웃으면서, 즐기면서 그리고 선생님과 학생이 친구처럼 지내면서 해야 해요. 여기 오는 학생들은 그런 즐거움이 있기에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플로팅스쿨이 생긴 뒤, 파브나군과 인근 나토르군을 아우르는 습지대인 샬란빌 지역 아이들의 학교 입학률은 현저히 증가했다. 조혼과 지참금 제도로 인해 교육권의 차별을 받던 여학생들의 중퇴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다.
떠다니는 학교가 낳은 편리하고 유연한 등교 시스템은 홍수로 안정적인 초등 교육조차 담보 받을 수 없었던 어린이 7만여 명의 삶을 바꿨다. 또한 플로팅스쿨에서 파생한 각종 편의 시설은 최소 10만 가구에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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