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동토의 한 순록 야영장.
영하를 밑도는 차가운 공기를 뚫고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옵니다.
아이들의 발길은 눈밭에 세워진
작은 천막으로 향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춥다는 시베리아.
이곳에서 순록과 함께 살아가는
에벤족의 유목학교를 찾았습니다.
유목학교로 가는 길은 험난합니다.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 야쿠츠크,
그곳에서 눈덮인 얼음길을
스무시간 동안 달려가야 합니다.
끝도 없이 새파란 하늘,
하얗게 얼어붙은 강
구불구불 이어진 설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순록 야영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소수민족 에벤족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세비안큐얼의 순록치기들이
겨울을 보내는 곳입니다.
순록 먹이를 찾아 떠도는 에벤족에게
교육은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어린 시절을 마을 학교에서 지내다 보면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고
유목민 전통도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유목학교입니다.
아이들이 마을에 가는 대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가르칩니다.
올해 예순네살의 나에즈다 할머니는
야영장의 세 아이를 위한 특별 교사입니다.
선생님은 순록에 천막을 싣고
학생들을 찾아다닙니다.
평생 순록을 타 온 나에즈다에게
영하 20도의 강추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까마귀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어요”
칠판도 없는 조그만 천막 학교에
아이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가장 어린 에드바르는 형과 누나처럼
대답을 술술 하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선생님은 잘했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천막을 나와도 수업은 계속됩니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순록과 부대끼며
순록치기로 자라납니다.
열한살 코랴는
곧 갖게 될 순록에 붙여 줄 이름을
생각하며 들떠 있습니다.
에벤족의 삶 그 자체인 순록.
세비안큐얼의 학교에서는
순록 과목을 따로 편성해
어떤 먹이를 먹는지, 병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
“순록이 없으면 에벤도 없다”
순록치기의 아들,
고향의 언어를 사랑한 청년.
세비안큐얼 마을 학교
이반 교장선생님의 말입니다.
유목학교는 에벤족의 전통을
보존하려는 고민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1000년 넘게 내려온
전통을 지키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순록이 살기 힘들어졌고,
유목 인구도 줄고 있습니다.
세비안큐얼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에벤족 말을 할 줄 알지만,
다른 소수민족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거의 잊었습니다.
코랴와 친구들은 에벤족의 순록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유목민의 전통과 현대화의 물결,
그 사이에서 사하의 유목학교는
조용히 해답을 찾아 나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