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중입니다

시리즈 전체 메뉴

기사 전문 기사 전문
램프
도형
도형
도형
도형
도형
맨해튼의 무지개 학교

“여긴 너희에게 안전한 곳이야”

"당신에게 이 곳은 어떤 의미인가요?"

“놀라워.”

존은 갑자기 눈물을 떨궜다.

“집이 없어서 어디서 잘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집도 찾아주고…

게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전히

심한 욕을 들어야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선 그렇지 않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하비밀크 고등학교

남들은 '성소수자'라 부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소수자가 아니다

1979년 정신과 의사 에머리 헤트릭과

뉴욕대 교수 데미언 마틴이

어린 성소수자들을 돕고자

헤트릭마틴재단(HMI)을 만들었다.

84년에는 두 학급의 작은 학교를 세웠다.

성소수자로는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이 됐던 하비 밀크의 이름을

따서 학교 이름을 붙였다.

2003년에는 공립학교로 전환됐다.

door
door

하비밀크 고교의 수업은

여느 공립학교와 다를 바 없다.

정식 수업이 끝나면 학교는 HMI의

방과후 프로그램 공간으로 바뀐다.

프로그램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하비밀크 학생뿐 아니라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오갈데 없는 청소년들도 참여한다.

누가 몇 시에 와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그저 간식을 먹거나, 휴대폰을 충전하러

잠시 들러도 된다.

“어떤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한 번도 수업시간이 안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이런 소중한 공간이 생기니까

그냥 와서 가만히 있는 것

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거야.”

청소년들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검정고시나 대학 입시,

인턴십이나 구직을 준비하기도 한다.

미술과 댄스, 킥복싱까지

개설된 수업도 다양하다.

벽에 붙은 종이에는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 이름이 적혀있었다.

“다니던 학교에서 정학이나 퇴학을

당한 아이들이 이 학교로 오는데,

얘들이 대학에 간다는 건 대단한 거야.

그 아이들이 실패한 게 아니라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뜻이지.”

‘괴롭힘은 그만’

‘여긴 너희에게 안전한 곳이야.’

‘난 너와 함께야.’

학교 곳곳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화장실은 성별이나 장애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이다.

‘팬트리’라 불리는 308호는 특별하다.

옷과 신발, 샴푸와 비누에서부터

생리대와 콘돔까지 비치돼 있다.

성정체성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학생은

이곳에서 입고 싶은 대로 갈아입는다.

“교육은 공부만 가르치는 게 아니거든.

밥은 먹고 다니는지, 안전한 집이 있는지

두루 살펴줘야 아이들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아이들 스스로 자신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깨닫고,

우리에게 요청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야. 이게 교육의 시작이야.”

18살 서맨사 베츠는

하비밀크 고등학교에 다닌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여자라고

생각하는 트랜스젠더다.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나니

나한테 맞는 학교라는 걸 느꼈어요.

소속감이 생기니 학교에 가고 싶어졌죠.

사람 대 사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것도 정말 좋아요.”

올해 스무살인 새미 유인티지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산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늘 맞았고, 17살 때 쫓겨났다.

그는 늘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슬프다.

“이곳은 ‘그녀’이든 ‘그’이든

내가 불리고 싶은 대로 불리는 공간이죠.”

HMI의 최고경영자 토머스 크레버는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 얘기를 꺼냈다.

기본적 생리, 안전, 사랑과 소속감

같은 기본적 욕구가 충족돼야(1~3단계)

스스로를 존중하고(4단계),

재능과 잠재력을 발휘하고

싶어한다(5단계)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러요.

노래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쉬울 수 있죠.

그런데 가장 아쉬운 게 뭔지 알아요?

이런 기관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요.”

‘환영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한국의 성소수자 청소년들에게

학교는 어떤 공간이 되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