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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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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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 소녀들
마사이 소녀들의 방학

방학이라 텅 빈 초등학교 건물.
조용한 복도를 따라 걷다가 깜짝 놀랐다.

교실 한켠에는 책을 읽는
똘망한 눈의 두 소녀가 앉아있었다.

다른 교실에도 방학에 교실에 나와
공부하는 상급생들이 보인다.

소녀들은 변호사, 과학자,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공부한다.

"이곳 아이들 가운데 인기있는 꿈이 뭐예요?"

질문에 소녀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사람마다 다들 재능이 다른데
그런 게 어딨어요?

1999년 설립된 나닝오이 여학교는
마사이 최초의 여학교다.

성한 곳 없는 유리창, 헐벗은 벽은
20년이란 세월의 더께를 그대로 얹고 있었다.

허름한 건물이지만 이곳은
마사이 소녀들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다.

마사이 사회는 아직 강력한 가부장제가 유지되는 사회다. 집에 있다가는 공부는 커녕 집안일에 시달리기 일쑤고 조혼 풍습 때문에 결혼을 하고, 여성 할례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소녀들이 방학에도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마사이 어른
마사이 소녀

마사이 출신이자 나닝오이 1회 졸업생인
셀리나 은코일은 ‘나닝오이 지킴이’다.

공부를 끝내고 지난해 학교에 돌아와보니 나닝오이는 기존 후원단체의 지원이 끊겨 폐쇄 위기에 닥쳐있었다.

“나닝오이는 내 인생을 구했어요.
이젠 내가 나닝오이를 도울 때라고 생각했죠.

셀리나는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조혼과 할례의 위험에 놓인
마사이 소녀들을 구출해내 학교로 데려온다.

코코얀과 레손 자매는 마사이 라디오 방송을 통해 셀리나의 활동을 접한 뒤 사흘 밤낮을 걸어 이곳에 도착했다.

일흔 넘는 노인에게 시집간지 1년만에
도망쳐 나온 13살 채러티.

아홉살 나이에 27살 남성과 강제 결혼한 뒤 강간과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구출된 조그마한 몸의 수카타.

“전 이젠 집에 돌아가는 것도 두렵지 않아요”

단단해진 소녀들은 이제 손에 펜을 잡고 미래를 꿈꾼다.

마사이가 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귀한 아들일 수록 학교 공부 대신
유목기술을 가르치려 했다.
여자는 논외다.

마사이족 사회를 바꾼 것은
'성공한 딸’의 귀환이었다.

마사이 소녀 마사이 소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뭄, 환경의 악화도
이들의 변화를 재촉한다.

목축을 업으로 삼는 마사이족에게 가뭄은 더 치명적이다.

열여섯살 코이파텍의 집은 원래 소를 25마리 키웠지만 몇년에 걸친 가뭄으로 한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이전 세대처럼 가축에 의존하면 큰 가뭄이 왔을 때 영영 삶을 잃게돼요. 공부를 통해 지속가능한 직업을 가져야 해요”

또랑또랑한 눈동자를 밝히는 코이파텍은 항공엔지니어를 꿈꾼다.

레헤마는 도시공학자가 되어 비가 와도 무너지지 않는 도로와 다리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남자 아이들은 뭔가를 이루면 그것을 자신의 성취로 생각하지만 여성들은 공동체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이 더 커요. 우린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거든요.”

8남매를 둔 마사이족 여성 패리

“방학을 맞아 기숙학교에 간 딸이 집에 오면 나같은 인생을 살지 말라고 이야기해요. 이를테면 학교 교육도 받지 못하고 어린나이에 아이를 낳는 삶 말이예요”

8남매를 둔 엄마 패리의 말이다.

그는 학교의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전형적인 마사이 여성이지만 늘 딸에게 공동체의 악습은 따라선 안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패리의 남편인 네니아이도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딸의 꿈을 응원하는 보기 드문 아버지다.

마사이 소녀들

불합리한 가부장제를 깰 씨앗은 이미 여학교 담장을 넘어,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싹 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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