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시간, 선생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컴퓨터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책상에 걸터앉아 떠들고 있기도 합니다.

시간표를 보니 분명 ‘수학’ 시간입니다.

덴보스의 '내맘대로 교실'

이곳은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스헤르토헨보스의 스테렌보쉬 초등학교입니다

한창 수업이 진행돼야 할 시간에 뭘 하는 걸까요? 한 아이에게 지금이 어떤 시간인지 물어봤습니다.

자율학습에 대해 말하는 루카스
“지금은 수업시간이지만, 저는 8학년이라 제가 할 일을 골라서 할 수 있어요.”

열두 살 루카스는 A4용지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개인별 활동기록지입니다. 각 과목의 진도뿐 아니라. 개인별로 달성할 과제가 적혀 있습니다.

루카스는 컴퓨터 활동을 오늘까지 끝내고, 내일부터는 수학 보충학습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활동기록지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체크합니다.

이 학교만 특별하게 운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4~12세 학생들이 다니는 8학년제의
아주 평범한 네덜란드의 초등학교입니다

스테렌보쉬 초등학교의 교장 아리장 반 산튼이 유치원생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테렌보쉬 초등학교의 교장 아리장 반 산튼이 유치원생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전 8시, 학교 문이 열리면 교장선생님이 교문에서 아이들을 맞이합니다. 자연스럽게 부모들과 이야기도 나눕니다.

책가방을 든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숙제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쓰기'나 '수학' 등 정해놓은 수업시간도 있지만, 개별 활동을 진행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아예 통째로 수업시간을 개별 활동 시간으로 내주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자율학습 시간에는 모둠별 프로젝트도 합니다. 8학년 아이들에게 ‘이집트’라는 주제가 주어지자 아이들은 함께 공부하고 발표합니다.

오후에는 3시까지 체육과 시민교육 시간이 이어집니다. 시민교육 시간에는 자유와 평등, 다른 문화에 대한 관용 같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칩니다.

스테렌보쉬 학교 모습
스테렌보쉬 학교 모습
스테렌보쉬 학교 모습
스테렌보쉬 학교 모습
스테렌보쉬 학교 모습
스테렌보쉬 학교 모습
스테렌보쉬 학교 모습

네덜란드에는 정부가 정해놓은 교과서가 없습니다.

교육과정과 성취 기준, 필수 과목은 있지만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할지는 학교와 교사들이 알아서 결정합니다.

“흘러간 것을 가르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학년 개념도 명확치 않습니다. 두 개 학년을 섞어서 반을 편성하기도 합니다.

본래 한 학년이라 해도 아이들의 학습능력은 다릅니다. 학년이 달라도 수준별 수업이 자리 잡혀 있어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학년 아이들끼리 섞여서 서로 돕고 돌보는 방법을 배웁니다.

수업 시간에
아이패드를?

스테렌보쉬 근처의 또 다른 학교, 노더리흐트 초등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 학교 아이들은 만 7세인 4학년이 되면
아이패드 한 대씩을 지급받습니다.
학교 예산으로 구매한 것입니다.

이 학교는 아이패드를 공책이나 연필, 교과서처럼 늘 책상 위에 꺼내놓고 그걸로 공부를 합니다.

노더리흐트 학교 모습
노더리흐트 학교 모습
노더리흐트 학교 모습
노더리흐트 학교 모습
노더리흐트 학교 모습
노더리흐트 학교 모습
노더리흐트 학교 모습

궁금한 점이 있으면 아이패드로 인터넷을 검색해 찾아봅니다.

전자책 교재를 읽고, 학습용 어플리케이션을 씁니다.

사진을 찍고, 필기도 합니다. 동영상 촬영과 편집도 하고 프리젠테이션도 합니다.

프로그래밍을 해서 로봇을 조종하기도 합니다.

책으로만 아이들을 가르칠 수도 있고, 스마트TV와 전자칠판만 써도 되지만 굳이 아이패드를 활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졸업 후 살아갈 앞으로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선 대부분 교실 안에서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게 합니다.

네덜란드에서도 스마트폰 과몰입은 걱정입니다.

그러나 못 쓰게 하는 대신, 적절하게 통제하며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학교에서 쓰지 못하도록 해도
밖에 나가선 쓰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더리흐트 초등학교 기술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연필에 전기가 통하는지 실험하고 있다.
노더리흐트 초등학교 기술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연필에 전기가 통하는지 실험하고 있다.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는 만큼
야외수업도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곤충에 대해 배우면 직접 나무 틈과 수풀을 뒤져 곤충을 찾아보고 만져봅니다.

노더리흐트 초등학교 자연시간. 교실에서 이론 수업을 들은 아이들이 실제로 수풀에서 곤충을 잡은 뒤 선생님에게 보여주고 있다.
노더리흐트 초등학교 자연시간. 교실에서 이론 수업을 들은 아이들이 실제로 수풀에서 곤충을 잡은 뒤 선생님에게 보여주고 있다.

하루에 30분은 꼭 바깥 놀이 시간을 보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모든 초등교사가 체육교사 자격증을 갖춰야 하고,학교는 법적으로 체육관을 갖춰야 합니다.

노더리흐트 초등학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다.
노더리흐트 초등학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다.

네덜란드 초등학교에도 시험은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점수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학업성취도를 평가해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는데 참고합니다.

8학년 때는 중고등학교 입학시험 시토(CITO)를 치릅니다. 상위권은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학교로 가고 하위권은 직업학교를 택하게 됩니다.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은 아닙니다. 대학 진학률은 20% 미만입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네덜란드의 학교 모델은 근대 학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세계의 여러 실험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경직된 학교 시스템의 틀을 깨고 있습니다.

교탁 앞에 선 선생님,
일렬로 앉은 학생들,
똑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는 수업

세상은 급속도로 바뀌었지만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교실의 풍경은 똑같습니다.

스테렌보쉬 초등학교 7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고 있다.
스테렌보쉬 초등학교 7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고 있다.

물론 학교의 미래에 정답은 없습니다. 혁신은 쉬운 일이 아니고 때로 실패하기도 합니다. 한때 ‘공교육의 미래 모델’이라고 추앙받았던 학교가 슬그머니 문을 닫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학교의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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