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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N번방 리와인드,
디지털 성범죄를 되감다

n번방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 디지털 성범죄를 방조한 순간들이 조각조각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우리 사회는 성범죄를 ‘놀이문화’쯤으로 용인했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법과 제도의 방치로 숱하게 쌓인 이 같은 순간들은 n번방을 만든 조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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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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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의 도구

  • #가해자의 도구

    책, 비디오, 인터넷,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 타래

  • #사건명 바로잡기

    피해자의 이름으로 기록됐던 가해자의 성범죄로 특정해 바꾼 타래

  • #연대로 맞서다

    성범죄에 맞서 온 여성들의 연대 움직임 타래

  • #가해자 중심 사고

    지금까지 법과 제도는 피해자의 보호보다 가해자의 시선을 내면화했다.

사회 당시 문화, 언론

주요사건

법제, 판결

  • * 디지털 성폭력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들을 성격에 따라 사회(문화, 언론), 사건, 법 세개의 축으로 나누어 배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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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

1. 잘못 끼운 첫 단추

잘못 낀 첫 단추

대한민국 최초의 형법은 성범죄를 ‘정조에 관한 죄’로 묶었다. 가해자의 죄와 함께 피해자의 정조를 물었다. 이 단어가 삭제되는 데 42년이 걸렸다.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행태는 2020년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1980년대

2. 포르노 출판·상영 산업화

포르노 출판, 상영 산업화

빨간 책과 빨간 비디오 따위로 불린 것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전에도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왜곡된 성관념을 실어 날랐다. 이들은 상업화돼 동시 상영 영화로 상영되거나, 암시장에서 은밀히 거래됐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3. 내몰린 피해자들

3. 내몰린 피해자들

성범죄에 저항하다 가해자를 다치게 하면 피해자를 구속했다. 단죄를 위한 공소시효는 너무 짧았다. 일부는 직접 보복에 나섰다. 그제서야 법이 바뀌었다. 바뀐 법도 피해자에게 충분히 가깝진 않았다.

1993

4. 직장 내 성희롱 불거지다

4. 직장 내 성희롱 불거지다

피해자가 ‘알아서’ 대처할 문제였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1993년 처음으로 법정에 갔다. 한걸음 나아갔지만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인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2018년 미투 운동, 2020년 디지털 성범죄 사태가 이를 방증한다.

1990년대 말~

5. 수면 위로 떠오른 불법 촬영물

5. 수면위로 떠오른 불법촬영물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 인구가 급증했다.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성범죄를 퍼뜨렸다. 촬영기기 악용, 인터넷망으로 급속히 번지는 피해. 디지털성범죄의 특성이 이때부터 나타났다. 사건엔 피해자 이름이 붙었다. 피해자들이 오히려 고개를 숙였다.

1999년~2000년대 초

6. 디지털 성범죄 기업화

6. 디지털성범죄 기업화

사이버 공간에서 성범죄 영상을 유통하고 소비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범죄라는 인식도, 처벌도 미미했다. ‘초대형 사이트 검거-플랫폼 이동-검거-플랫폼 이동’의 악순환이 시작됐다.

2000년대 중반~2010년

7. 끊이지 않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7. 끊이지 않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아동 대상 성범죄가 잇따랐다. 가해자는 미성년자와 성인을 포함했다. 잔혹한 범죄가 드러날 때마다 제도를 고쳤다. 형량이 늘고 전자발찌를 채웠지만 이미 피해가 컸다.

2010년대

8. 스마트폰 확산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

8. 스마트폰 확산 악용한 디지털성범죄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됐다. 디지털성범죄는 새 플랫폼을 악용해 진화했다. 랜덤채팅은 성범죄 통로가 됐다. 각종 채팅 앱들이 생겼다. 랜덤채팅으로 피해자를 유인하는 수법은 텔레그램 성착취물 사태까지 이어진다.

동시에 성범죄는 빠르게 잊혀졌다. 잔혹한 범죄는 ‘일부 흉악범’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 공분이 모이면 제도가 조금 바뀌고 관심은 흩어졌다. ‘근본 대책’은 레토릭이 됐다. 다시 잔혹한 성범죄가 발생해도 이 과정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2010년대 초반

9. '범죄 -반짝 이슈화- 범죄'의 악순환

9. '범죄-반짝 이슈화-범죄'의 악순환

2010년대

9.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

9. 디지털성범죄와의 전쟁

‘조건만남’ ‘초대남’ 이름 뒤 벌어지는 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법은 범죄를 ‘일부의 일탈’ 정도로 치부했고 오히려 피해자의 책임을 물으며 성범죄를 방치했다. 음란물, 성매수를 ‘성착취’로 규정하는 싸움이 곳곳에서 일었다.

2016년

10. 한 발 진전, 그러나...

10. 한 발 진전, 그러나...

드디어 소라넷이 폐쇄됐다. 싸움의 성과였지만 끝은 아니었다.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여성혐오는 사회 구석구석 뿌리를 내렸다.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강남역 살인사건은 일상의 여성혐오를 드러냈다.

2017년

11. 폐쇄해도 계속되는 반동

11. 폐쇄해도 계속되는 반동

제2의, 제3의 소라넷이 등장했다. 처벌받지 않은 ‘소라넷의 후예’들은 사이트가 폐쇄될 때마다 다른 곳을 찾아 숨어들었다. ‘사이트 개설-폐쇄-도망’을 반복하며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장이 이어졌다. 이 반동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까지 계속됐다.

2018년

12. N개의 미투가 방증하는 것

12. N개의 미투가 방증하는  것</

성범죄를 고발하는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분야를 가리지 않은 ‘미투’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를 드러냈다.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범죄를 세상에 알린 피해자들에게 사회는 여전히 ‘피해자다움’을 요구했다. 2차 가해는 현재진행형이다.

2019년

13. 뒤안길에서 자라던 것과 스러진 이들

13. 뒤안길에서 자라던 것과 스러진 이들

‘여자답게’를 강요하는 세상에 맞서던 여성 연예인들이 결국 스러졌다. 같은 세상에서 남성 연예인들은 일상처럼 단톡방에서 성착취물을 돌려봤다. 텔레그램과 다크웹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조직적인 성착취가 자라고 있었다.

2020년

14. 대전환, 시작일까

14. 대전환, 시작일까

디지털 성범죄의 거대한 생태계가 드러났다. 디지털 성범죄를 방치한 사회가 만들어 낸 결과다. ‘근본원인’을 하나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법은 무관심했고, 제도는 느렸다. 여러 법안이 통과됐지만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20년은 악순환을 끊어낸 전환기로 기록될까, 또다시 반복된 악순환의 일부 사례로 남을까.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ID: 박사

ID: 갓갓

ID: 부따

ID: 와치맨

ID: 이기야

ID: 켈리

‘박사’와 ‘갓갓’…. 범죄자의 아이디들은 ‘디지털 성범죄 종합판’의 퍼즐 한 조각일 뿐이다.

그들은 잡혔지만 피해 여성들과 불법 촬영물을 거래하는 생태계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유사한 ‘방’들은 끊임없이 생겨나 여전히 여성들의 일상을 위협한다. 법은 더욱 교묘해지는 범죄를 또 한발 늦게 쫓아갈지도 모른다.

70년 넘게 켜켜이 얽힌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묵인해 온 n번방의 조각들을 하나씩 돌아봐야 한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사진 출처경향신문 DB, 여성신문 1988년 지면, MBN 뉴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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