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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문재인 정부 ‘싱크탱크’, 집권 4년 성적표는

인사에는 국정 철학이 담긴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새 인물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사는 국정 책임자의 의중과 고민, 정치적 지향과 정책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단초다.

모든 대통령은 ‘감동적 인사’를 꿈꾸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관심이 높은 만큼, 쓴소리도 쏟아진다.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와 ‘코드 인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모든 정부가 시스템 인사, 원칙에 따른 인사를 내세웠지만 평가는 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캠코더(캠프·코드·더민주)’에 수렴했다.

남은 임기 9개월. 이 한 장의 사진은 문재인 정부 인사의 현 상황이다.

계속 밑으로 스크롤

2021년 7월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는 문재인 정부 4년간의 정책 성과를 살펴보는 국제 컨퍼런스가 ‘문재인 정부 4년의 여정 : 포용적 회복과 도약’을 주제로 열렸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최하고 한국개발연구원이 주관한 이 행사에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브레인’이 다 모였다고 할 만했다.

조대엽 정책기획위원장,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모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몸담고 있거나 몸담았던 인물들이다.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장,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은 청와대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출신 대학(학부)은 22명 중 10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이 중 6명은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다.

이 중 2명은 ‘학현 학파’로 분류된다.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인물은 6명이다.

실제 이들의 성향은 어느 정도 가까운 것일까.

이들의 과거 논문·보고서와 책의 공저자를 선으로 연결했다.

정해구 이사장, 조대엽 위원장, 이태수 원장, 황덕순 원장,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장표 원장 등 11명이 이어졌다.

공직 진출 전 이미 이들은 저술과 각종 활동 등으로 끈끈한 인연을 맺고 있었던 셈이다.

행사에서는 문재인 정부 4년을 두고 칭찬이 쏟아졌다.

조대엽 위원장은 “(위기 때마다) 문재인 정부는 놀라운 대응 능력을 보여왔다”고 했고, 박능후 전 장관은 “(우리는) 코로나 상황도 빠르게 진정시키고 경제도 빠르게 회복시켰다”고 말했다. 이태수 원장은 “누구도 (문재인 정부 사회정책의) 의의를 쉽게 폄하할 수 없다”고 했다.

어느새 문재인 정부의 브레인으로 꼽히는 이들에게는 ‘그들만의 리그’, ‘끼리끼리’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학자 출신 공직자들의 연구 연결망을 중심으로

01

집권 4년차 문재인 정부
‘뷰로페서(Buro-fessor)’ 네트워크

*뷰로페서=Bureaucrat(관료)+Professor(교수)

컨퍼런스에서 나타난 네트워크가 문재인 정부 전반에 얼마나 실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 대상 범위를 넓혀봤다.

대상자는 학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 참여한 전·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관, 26곳 국책연구기관장 등 총 70명이다.

*지난달 29일 선임된 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장, 하태훈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음

대상 인물들의 저술 활동을 수집하고, 전체 논문·저술 공저자 목록을 뽑았다.

70명과 연관된 저술 2217개, 공저자 4101명이 집계됐다. 이들 중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 학자들을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참가 경력이 있는 인물을 추렸다.

공저 관계와 학력, 대선 캠프 참가 또는 지지선언 여부, 활동단체 등을 기준으로 인물들을 이었다.

①공동 저술 하나당 가중치를 1씩 부여하되, 지나친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제곱근을 적용했다. ②학부의 학교와 전공이 같은 경우, ③박사 출신 학교와 전공이 같은 경우, ④같은 학회, ⑤같은 단체에서 활동했거나 ⑥같은 학파로 분류되는 경우, 18대·19대 대선에서 ⑦문재인 후보의 캠프에 참여하거나 ⑧지지선언을 한 경우도 가중치를 1씩 부여했다.

연결고리가 많을수록 두 사람을 잇는 가중치도 높아지고, 가중치가 높을수록 선도 두꺼워진다.

네트워크 연결 설명 사례

다만 지나치게 연결망이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중치가 2 미만인 경우, 즉 공동 저술이나 기타 관계가 미미한 경우는 선을 연결하지 않았다. 중심 네트워크에서 떨어져 5명 이하로 독립적인 무리를 형성하는 경우도 배제했다.

그 결과 154명의 네트워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관, 국책연구기관장을 포함한 154명의 인물들이 그려낸 저술 네트워크는 어떤 모습일까.

네트워크 살펴보기

- 각 인물 노드(원)를 클릭하시면 자세한 인물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네트워크 영역에서 마우스를 스크롤 하시면 그래프가 확대/축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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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정보

  • 성함 김수현
  • 경력 세종대학교 교수
  • 학부 서울대 건축학과
  • 박사 서울대 건축학과
  • 학회/학파/시민사회활동
  • 문재인 대선캠프 참여 출신 아님

*네트워크 차트를 그려주는 게피(gephi) 소프트웨어를 활용

필터링

  • 필터링 풀기
  • 위원회
  • 서울대 경제학과(학부)
  • 대통령 비서실
  •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

노동·경제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고리

네트워크의 클러스터링 계수(Clustering coefficient)는 0.66에 달했다. 154명 중에서 아무 인물 두 사람을 골라도 같은 책을 썼거나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친분이 있을 확률이 66%라는 뜻이다.

*클러스터링 계수: 네트워크 상의 점들이 뭉쳐있는 정도

그림으로 본 네트워크 역시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강고하게 형성돼 있었다. 원의 크기는 네트워크 내에서 차지하는 해당 인물의 중요도(페이지랭크 기준)를 의미하며, 밀접한 연결이 확인되는 인물들은 같은 색으로 표시됐다.

홍장표 KDI 원장,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커뮤니티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홍장표 원장을 비롯해 황덕순 원장, 류장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강신욱 전 통계청장, 박복영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이 포진한 그룹이다.

이들은 주로 서울대 경제학과 학부, 박사 출신에 학현 학파로 분류된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조대엽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 조흥식 전 보건사회연구원장 등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커뮤니티

또 다른 한 그룹은 박능후 전 장관, 조대엽 위원장, 조흥식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김연명 전 청와대 사회수석,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포진한 그룹이다.

이들은 주로 18,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거나 캠프에 참여했던 인물들이다. 박 전 장관, 김 전 수석과 같은 사회복지 분야 인물들과 김수현 전 실장,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과 같은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섞여 있다.

두 집단의 가운데에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 등의 경제학자 그룹이 있다.

이 네트워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함께 논문·책을 썼거나, 대학 동문이거나, 같은 대선 후보의 캠프에 참가하는 등 공직 진출 전부터 관계를 맺어온 이들이 다같이 현 정부의 주요 공직이나 연구기관, 각종 위원회에 포진해 있다는 뜻이다. 복잡한 그물망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주요 포인트가 확인된다.

네트워크 ‘핵인싸’는 홍장표

전체 네트워크에서 ‘핵인싸’(핵+인사이더)로 불릴 만한 인물은 단연 홍장표 원장이었다.

각 인물의 중요도를 측정하는 페이지랭크, 고유벡터 중심성, 연결 중심성, 근접 중심성, 매개 중심성 등 5개 지표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154명 인물들의 네트워크 안에서 홍 원장은 다른 인물들과 연결된 단순 횟수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연결이 많은 다른 유력 인사들과도 가장 많이 이어져 있고, 홍 원장을 거쳐야 형성되는 네트워크도 가장 많았다는 뜻이다.

네트워크 차트에서 홍장표 KDI 원장을 클릭한 모습.

네트워크 상으로도 홍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부’ 그룹(보라색)과 ‘문재인 대선캠프’ 그룹(하늘색)의 가운데서 양 그룹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순위 페이지랭크 고유벡터 중심성 연결 중심성 근접 중심성 매개 중심성
1 홍장표 홍장표 홍장표 홍장표 홍장표
2 김상조 김상조 김상조 김상조 박수근
3 조흥식 박능후 박능후 박능후 김상조
4 박능후 황성현 조흥식 김연철 양문수
5 임강택 김윤자 김윤자 조흥식 임강택
6 황성현 조흥식 황성현 성경륭 조흥식
7 조대엽 김연명 김연명 황성현 김인재
8 김연철 정세은 정세은 김연명 김연철
9 김윤자 이태수 변창흠 김수현 채창균
10 김연명 김수현 김수현 이태수 나영선
  • 연결중심성(Degree Centrality)

    각 인물에 얼마나 많은 인물이 연결됐는지를 단순 횟수로 세어 중요도를 판단

  • 근접중심성(Closeness Centrality)

    모든 인물에서 특정 인물에 접근하기까지 몇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 평균을 내서 짧을수록 중요하다고 판단

  • 매개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

    집단 간 연결고리 역할을 얼마나 하는가를 기준으로 중요도를 판단

  • 고유벡터중심성(Eigenvector Centrality)

    단순 연결 횟수가 아니라, 중요한 인물과 얼마나 많이 연결되었는가를 기준으로 중요도를 판단

  • 페이지랭크(PageRank)

    한 노드가 중요하게 계산될 경우 연결된 다른 노드들도 함께 중요도가 상승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각 노드의 영향력을 다른 노드로 전파할 때 모든 연결횟수로 나누는 방식. 구글을 창립한 래리 페이지가 고안한, 구글 검색엔진의 기반이 되는 알고리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네트워크 가운데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매개 중심성을 제외한 모든 지표에서 2위를 차지했다. 박능후 전 장관은 3개 지표에서 3위에 올랐다. 상위권에 나타나는 이들은 ‘서울대 경제학과’, ‘문재인 대선캠프 참여’, ‘왕성한 저술 활동과 공저’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표에서 나타난 인물 간 순서에서는 네트워크 내에서의 역할도 드러난다.

각 지표에서 모두 상위권을 차지한 박능후 전 장관의 경우, 매개 중심성에서는 순위권 밖으로 사라졌다. 박 전 장관이 다른 인물들과 이어지는 빈도는 높지만 그 연결이 반드시 박 전 장관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박 전 장관과 연결된 인물들은 꼭 박 전 장관을 통하지 않더라도 다른 경로(공저, 학력, 캠프 참여 여부 등)로 다른 이들과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 케이스로는 나머지 4개 지표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매개 중심성 지표에서 2위를 차지한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들 수 있다.

박 위원장은 다른 주요 인물들에 비해 연결 횟수가 많지 않고 네트워크 상에서도 그룹 바깥 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룹 외부의 다양한 인물과 이어진 모습도 확인된다. 박 위원장의 네트워크 안에서는 그를 거쳐야 서로에게 도달할 수 있는 두 인물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매개 중심성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네트워크 차트에서 박수근 위원장을 클릭한 모습.

실제 네트워크 상에서 박 위원장은 한인섭 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 조용만 건국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법학자 그룹(남색)과 대선캠프 그룹(하늘색)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왜 보이지 않을까

반면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남영숙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경우 네트워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154명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네트워크만 봐서는 이념적 성향이나 다른 참여 학자들과의 관계보다는 다른 경로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결정 과정에 들어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중심 네트워크에서 분리되어 홀로 떨어져 있는 장하성의 모습. 장하성의 경우처럼 중심 네트워크에서 떨어져 5명 이하로 독립적인 무리를 형성하는 경우는 연결망에서 배제했다.

장 전 실장의 경우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우선 학력부터 주류 그룹과 거리가 있었다. 교수 당시 집필했던 저술도 단독으로 집필한 경우가 많았고, 공저여도 공저자가 각종 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경우가 없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고 19대 대선에서는 특정 캠프에 들어가지 않았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이공계 계열 학자들 역시 네트워크에서 빠졌는데, 서로 간의 연결고리가 희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인사들은 주로 경제, 노동, 사회 분야에 포진해 있었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 정책의 조타수 역할을 해온 인물들이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문재인 정부 ‘싱크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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