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인터넷 익스플로어(IE)에서는 페이지의 일부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상적인 이용을 위해서 다른 브라우저 이용을 권고드립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현재 이 버전의 인터넷 익스플로어(IE)에서는 페이지의 일부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상적인 이용을 위해서는 다른 브라우저를 이용해주십시오.

로딩중입니다...

홈으로

노처녀가 사라졌다

베이글

몸매

육감

OO녀

여신

미모

각선미

비상구로 향하는 그림자 가장 왼쪽 여성 가운데 여성 가장 오른쪽 여성 바람
[Women in Headlines]
노처녀가 사라졌다

“저를 사람으로 생각해주시고 배려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옷을 반만 입은 적이 없습니다.”

지난 5월 배우 A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기사를 쓴 기자에게 말했다. 어떤 기사 제목은 그를 두고 ‘일본 가더니 옷을 반만 입었네’라고 했고 또 다른 기사 제목은 ‘가슴골 드러낸 ○○○, 일본 가더니 아찔해졌네’라고 했다. A씨는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수정을 요구했고, 해당 기사들은 삭제됐다. 그는 기사든 악플이든, 자신을 모욕하고 악성루머를 퍼뜨리는 이들과 맞서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일관된 모습에 누리꾼은 응원을 보냈고, A씨는 “움직여야 세상이 바뀌는 것 같다”고 답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디올의 수석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를 ‘금발녀’로 쓴 기사 제목도 논란이 됐다. 이화여대에서 열린 디올 패션쇼에 그가 이대 점퍼를 입고 나타났다는 것이 내용이었지만, 어떤 제목들은 그의 외모, 그 중에서도 그의 머리 색깔만으로 치우리를 규정했다. 치우리는 ‘디올 70년 역사의 첫 여성 디렉터’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2017년 데뷔 무대에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We should all be feminists)’는 메시지를 던진 페미니스트다. 누리꾼들은 “‘디올 수석 디자이너가 이대 과잠을 입은 이유는?’이 더 낫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시민들은 언론의 헤드라인을 더 이상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A씨와 치우리의 사례에서처럼 반박하고 되묻는다. ‘○○녀’에서 느끼는 독자들의 불편함, 인격모독에 맞서는 셀럽들의 목소리, 그 ‘발끈’에 보내는 대중의 지지는 점차 선명해지고, 많아지고 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는 그 불편함과 목소리와 지지가 언론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확인하려 한다. 10년 전 헤드라인과 지금 헤드라인에서 달라진 여성의 모습들을, 지금부터 데이터로 확인해본다.

1. 노처녀, 몸매, 여성미가 사라졌다.

다이브는 한국언론재단 뉴스아카이브 빅카인즈에 수집된 2011~2021년 전국 일간지 10개 매체의 온라인 기사 763만8139건을 전수분석 했다.

데이터 시트를 보여주는 이미지

763만8139건의 기사 헤드라인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여성 헤드라인’(여성을 지칭하는 표현이 들어간 제목)과 ‘비여성 헤드라인’(여성을 지칭하는 표현이 없는 제목)으로 구분했다. 여성 헤드라인은 전체 6%(45만7974건), 비여성 헤드라인은 나머지 94%(717만5769건)였다.

➡️여성 헤드라인이 뭐죠? 10개 매체는?

10년치 여성 헤드라인의 형태소를 형태소 분석기 Mecab-ko로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엄마(2만4155회), 아내(2만2425회), 소녀(1만9973회), 위안부(1만4081회), 공개(1만4054회) 순이었다.

여성 헤드라인 연도별 빈도수 상위 단어 목록

여성 헤드라인 속 단어 빈도수 그래프의 예시 이미지이다. 글자 크기는 빈도수에 비례하고 숫자는 단어 빈도수를 뜻한다.

단어를 클릭하면 해당 단어가 포함된 헤드라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펼쳐보기

hi! i'm working

빈도수 상위 50개 단어를 분류해보면 범죄·폭력에 해당하는 단어가 11개(위안부, 살해, 성폭행, 징역, 폭행, 논란, 사망, 구속, 성추행, 사건, 혐의)로 고정적 성역할에 해당하는 단어(엄마, 아내, 할머니, 결혼, 부인, 어머니, 아이, 여친, 언니, 신부, 가족)와 함께 가장 많았다. 불필요한 성별 표시를 한 단어는 6개(소녀, 그녀, 여왕, 여사, 여고생, 여배우)로 두번째였다. 남성에 해당하는 단어가 5개(남편, 아들, 남성, 남자, 아빠)로 그 뒤를 이었다.

빈도수 상위 50개 단어 주제별 비중

빈도수 상위 50개 단어의 카테고리 비중을 보여주는 파이 그래프.

10년치 여성 헤드라인 뭉치에서 나타난 여성의 모습은 주로 전쟁범죄나 강력범죄의 피해자, 논란과 의혹의 연루자, 결혼 후 가부장제의 성역할에 충실한 아내이거나 어머니, 또는 미모의 여신이었다. 언론이 묘사해온 여성의 ‘전형적 모습’은 그간 여성시민사회단체나 미디어의 성차별적 보도행태를 비판해온 전문가들의 지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는 2011년 이후 연도를 막론하고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이를 ‘언론이 본 여성’으로 단순화하긴 어렵다. 헤드라인은 기자의 판단, 독자의 수용성, 언론사의 이해, 당대의 유행이나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이브는 비슷해 보이는 단어 뭉치 안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10년치 여성 헤드라인 뭉치 안에서 오르고 내리는 단어들의 움직임을 좇았다. 그 안에는 뚜렷한 경향성이 있었다.

1. 노처녀, 몸매, 여성미가 사라졌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비하적 표현은 감소세가 분명했다. 대표적으로 ‘노처녀’는 더이상 전국 일간지 헤드라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표현이 됐다. 사전적 의미는 ‘결혼을 하지 않은 나이 든 여성’이지만, 노처녀는 노총각과 함께 특정성별 + 특정집단(미혼·비혼)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데 주로 쓰였다. 그간 한국사회에서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결혼 적령기’라는 개념도 사실상 사라졌다. 노처녀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표현’이라는 인식과 함께, 누군가를 노처녀라 지칭하는 것이 무례한 행동이라는 암묵적 합의도 생겼다.

연도별 ‘노처녀’ 헤드라인 현황

2011~2013년

네티즌이 선정한 ‘시집가는 모습 보고 싶은 노처녀 스타’는?

경향신문 2011.10.26

노처녀 관상 특징… 누리꾼 “결론은 못 생겼어”

세계일보 2012.03.17

노총각·노처녀가 명절 스트레스 이기는 법

문화일보 2013.02.06

2014~2016년

‘힐링캠프’ 강신주 돌직구, 43세 노처녀에 “남자가 많은 곳에서…”

한국일보 2014.02.04

남자 못지 않다더니… 이제 와 노처녀라고?

한국일보 2015.08.08

“뚱땡이 살 좀 빼셔, 노처녀시죠?” 어이없는 보험사 문자

국민일보 2015.11.11

30대 노처녀? 이젠 30대 새색시

동아일보 2016.04.08

2017~2019년

노처녀 비하 이케아 광고에 중국이 화났다

서울신문 2017.10.27

배우 이태원 “팔색조 변신”…

영화·뮤지컬 넘나들며 여왕에서 노처녀 역까지

세계일보 2018.11.15

마흔다섯 노처녀 간호사가 천사를 품에 안기까지

서울신문 2019.04.04

2011년 16회, 2015년 13회, 2018년 2회로 점차 줄어온 여성 헤드라인 속 ‘노처녀’는 지난해 0회로 아예 10개 전국 일간지 기사 제목에서 사라졌다. 과거의 노처녀는 특정 인물의 상황 또는 극 중 배역을 소개하는 연예기사에서 가장 많았고, ‘노처녀 기준이 몇 살인지’ 다루는 여론조사 기사도 적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여성 헤드라인에서 노처녀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쓴 곳은 세계일보(28회)였고 경향신문(13회), 중앙일보·한국일보(9회), 서울신문(8회) 순이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한 ‘노처녀’ 기사는 2020년 4월 세계일보에 실린 것이었다.

2020년

‘8년차 부부’ 장윤정 “남편 아니면 41세 노처녀 됐을 것”

토로에 도경완 “나도 기다렸을 것”

세계일보 2020.04.27

2021년

없음

‘육감’도 여성 헤드라인에서 더이상 나타나지 않는 표현이다. 여성 연예인의 신체나 성적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쓰이던 육감은 각각 2015년 30회로 정점을 찍은 후 2020년부터 여성 헤드라인에서 자취를 감췄다.

2020년 이전과 이후의 ‘육감’ 헤드라인

2020년 이전

○○○, 육감 몸매로 ‘베이글녀’ 별명 얻어

경향신문 2011.04.05

이러니 안 반해? 컴백 ○○○, ‘D컵 볼륨 육감몸매’…5분만 더!

중앙일보 2015.05.07

[포토] ○○○-△△△, 한치 양보 없는 육감 몸매 대결!

한국일보 2017.04.06

2020년 이후

“육감만족 끝장수사”…유승호X이세영 ‘메모리스트’,

단체 포스터 공개

한국일보 2020.02.26

동물 육감 이용해 지진 예측 성공…과학이 초자연 현상 입증

서울신문 2020.07.09

[김기찬의 인프라]“색안경 금지”“육감 조심”

공기업 정규직화 뒤, 갑질 판친다

중앙일보 2020.10.06

‘베이글’도 그 사전적 의미를 되찾는 단어 중 하나다. ‘도넛형의 딱딱한 빵’을 일컫는 베이글은 2010년 이후 ‘녀’와 합쳐져 주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부각하는 신조어로 쓰였다. 여성 헤드라인의 베이글은 2015년 119회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0회를 기록했다. 전체 헤드라인에서 베이글은 점차 ‘빵’이 되고 있다. 2015년 전체 헤드라인에서 베이글이 등장한 145건 기사 중 9건(6.21%)에 그쳤던 ‘빵’ 베이글은, 2021년 10건 중 6건(60.00%)으로 그 비중이 늘었다. 이외에도 ‘숫처녀’, ‘봄처녀’, ‘여성미’, ‘알파걸’, ‘마귀할멈’, ‘독신녀’도 자취를 감춘 표현들이다.

빵이 되어가는 베이글

2015년

2015년 헤드라인 속 '베이글' 중 빵 베이글은 전체 베이글의 6.12%였다.

빵 베이글

6.21%

2021년

2021년 헤드라인 속 '베이글' 중 빵 베이글은 전체 베이글의 60%였다.

빵 베이글

60.00%

1. 노처녀, 몸매, 여성미가 사라졌다.

2013~2015년은 여성 헤드라인의 ‘흑역사’였다. 특히 2014~2015년에 미모·여신·몸매·충격·화제는 가장 많이 언급됐고, 빈도 순위도 높았다. 순위가 높다는 것은 다른 단어들에 비해 더 자주 언급됐다는 뜻이다. 여친·충격·얼짱·가슴·비키니·노출·경악·청순·자태·볼륨·허벅지 등이 2013~2015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미모’는 2014년 처음으로 빈도 순위 20위권 내로 진입했다. 2015년에도 18위로 한 계단 하락하는 데 그쳤다. 여신은 2013년 12위, 2014~2015년 19위를 기록했다.

살해·성폭행 등 범죄 관련 키워드는 꾸준히 높은 순위를 차지해왔지만 2014년, 2015년만큼은 예외였다. 2014~2015년에는 미모·여신·미녀·충격이 살해·성폭행보다 더 많이 등장했다. 2015년은 지금은 사라진 웹사이트 메갈리아가 탄생하며 미러링(온라인에서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던 혐오발언을 남성에 대입해 재현, 되돌려 준다는 의미) 논쟁을 일으켰던 때이기도 하다.

미모·여신·미녀·충격이 뒤덮었던 여성 헤드라인은 2016년 이후 그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2015년 여성 헤드라인에서 1094회 등장했던 ‘몸매’는 2021년 22회로 줄었다. 같은 기간 가슴골(98회→7회), 하의(39→1), 복근(99→1), 얼짱(213→14), 누드(90→6), 글래머(88→3) 등 여성의 신체 부위를 일컫거나 외모를 평가하는 표현들도 여성 헤드라인에서 등장하는 빈도가 확연히 감소했다. 조강지처(13→1), 골드미스(13→1), 비너스(86→1), 마녀(872→134), 꽃뱀(71→19), 마누라(50→5)처럼 불필요하게 성별을 강조하거나 고정적인 성역할을 부각한 표현 또는 특정 성별을 비하하는 단어도 점차 인기가 떨어졌다.

연도별·주제별 여성 헤드라인 단어 순위 추이

범죄·폭력
불필요한 성별 표시
젠더이슈
외모·신체·대상화
고정적 성역할
차별·비하적 표현

위의 카테고리 버튼을 눌러보세요.

해시태그 또는 선그래프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빈도가 늘어난 단어들도 있었다. 지난 10년간 여성 헤드라인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키워드들은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단어들이다. 2011년 1회였던 ‘혐오(직장녀가 혐오하는 성차별 발언·업무는?. 경향신문 2011년 4월6일)’는 2021년에는 140회로 늘어났다. 이전까지 혐오로 분류되지 않았던 행위들이 특정 집단 또는 성별에게 차별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혐오로 규정되는 말과 행동의 범위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충격적 여성혐오 범죄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이어 ‘여경 무용론’, ‘서울역 묻지마 폭행’, 후보 검증 빙자한 ‘쥴리 벽화’ 논란,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향한 ‘숏컷’ 공격, 여성을 젖소에 빗댄 서울우유 광고 등이 꾸준히 여성 헤드라인에 반영된 결과다.

위 예시를 보여주는 사진묶음.

여성 헤드라인은 페미니즘과 가까워지는 경향을 띠었다. 2011년 1회(여성계 18대 국회 ‘젠더 마이크’로 12명 선정. 경향신문 2011년 12월4일)였던 여성 헤드라인 속 ‘젠더’는 2021년 64회로 증가했다. 젠더는 여성 헤드라인 빈도 순위(869위)에서도 지난해 처음으로 1000위 안으로 진입했다. 여성 헤드라인 속 ‘페미니즘’은 2011년 3회에서 지난해 40회로, 페미니스트는 4회에서 27회로 언급이 늘었다.

이들 단어는 ‘강남역 10번출구 살인사건’이 발생한 2016년 전후의 빈도 차가 확연했다. 2018년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 뒤이은 ‘스쿨미투’도 여성 헤드라인에 영향을 미쳤다.차트보기⬆️

그러나 ‘젠더’가 더 자주 등장한다고 해서, 보다 성평등한 헤드라인이 많아졌다고 단정짓긴 어렵다. 원래는 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반동이란 뜻이지만 ‘페미니즘을 향한 반발’의 의미로 사용되는 ‘백래시’는 2018년 이후 그 빈도수(2018년 4회→2021년 8회)가 조금씩 늘고 있다. ‘젠더’는 ‘갈등’과 붙은 단어가 됐다. ‘젠더 갈등’이 ‘성차별’을 대체하면서 구조적 불평등 문제는 가려지고 남녀 간 대립구도만 부각됐다.

페미니즘보다 더 빠르고 가깝게 여성 헤드라인에 달라붙은 표현은 단연 ‘범죄·폭력’이다. 2021년 여성 헤드라인에서는 아내, 엄마 다음으로 ‘살해’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2014년 44위였던 살해는 꾸준히 올라 지난해 처음 10위권에 진입했다. 징역, 경찰, 폭행, 구속, 성폭행, 사망 등도 여성 헤드라인에서 언급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었다.

범죄·폭력 키워드 증가가 곧 여성 대상 범죄 증가를 의미하진 않는다. 강력범죄 중 살인(미수 포함)만 놓고 본다면 여성 피해자 숫자 자체는 줄고 있다. 여성 헤드라인의 살해는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과 관련이 있다. 김태현 살인사건은 ‘노원구 세 모녀 살해사건’으로, 이석준 살인사건은 ‘송파 신변보호 전 여친 가족 살해사건’으로 불렸다. 이처럼 ①여성이 사건의 피해자 또는 피해자 가족으로 등장하는 범죄이면서 ②충격적인 강력범죄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지난해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의자 10명 중 절반이 스토킹 또는 교제 여성을 살해한 경우였다. 여성이 연관된 충격적 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여성 헤드라인의 살해·살인 키워드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차트보기⬆️

1. 노처녀, 몸매, 여성미가 사라졌다.

여성 헤드라인은 여성이 등장하지 않은 헤드라인에 비해 부정적이었다. 카카오브레인이 공개한 자연어 처리 라이브러리 Pororo(Platform of neural models for natural language processing)를 활용해 헤드라인 감성분석을 실시한 결과다. ➡️감성분석이란?

10년치 전체 헤드라인의 감성 수치(AI가 판단을 확신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수치)를 살펴본 결과, 여성 헤드라인은 비여성 헤드라인에 비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분석 모델이 부정에 가깝다고 판단(부정 수치 0.5 초과)한 비중은 여성 헤드라인은 64.63%, 비여성 헤드라인은 61.38%였다.

여성 헤드라인은 여러 이유로 부정적일 수 있다. 여성이 부정적 인물인 경우,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 기사, 구조적 성차별을 비판하는 기사 등은 모두 부정적인 헤드라인으로 분류된다.

연도별·매체별 부정적 헤드라인 비중

여성 헤드라인 비여성 헤드라인
긍정 부정 긍정 부정

에 마우스를 올려서 자세한 데이터를 확인해보세요.

여성 헤드라인
비여성 헤드라인

경향신문의 여성 헤드라인은 10년새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2011년에는 여성 헤드라인의 62.38%가, 2021년에는 67.02%가 부정적 헤드라인이었다. 2011년과 2021년의 부정적 헤드라인은 그 내용이 확연히 달랐다.

2011년 경향신문 여성 헤드라인의 부정적 표현들은 여성 성별을 불필요하게 강조하거나, 비하 또는 차별에 해당하는 표현, 자극적인 범죄 보도였다. 부정 수치가 높은 사례에서 이같은 경우가 많았다.

2021년 여성 헤드라인은 양상이 달랐다. 범죄 기사의 자극적·선정적 표현, 여성을 비하·차별하는 표현은 사라졌다. 대신 성평등 관점에서 차별적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나, 성차별적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기사가 대체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기사의 비중이 높아진 점이 부정 수치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2011년 vs 2021년

부정적 여성 헤드라인

2011년

2500만원 들여 성형수술한 여가수 과연 결과는

2011.01.17

방송 출연 유부녀, NBA 스타와 바람 피웠다

2011.01.27

비만 공주병보다 더 싫은 최악 이성 스타일은

2011.09.11

“1000만원으로 집착하는 여친 죽여달라” 30대男 중형

2011.10.14

2021년

성별 무관한 성과위주 평가 5년째 여성 임원 절반 유지

2021.04.28

태극낭자, 얼음공주, 여우 같다… 올림픽 낡은 중계, 더는 용납 못해요

2021.07.27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 여성혐오…“포텐독 재방영 중단해야”

2021.07.29

대선 주자 부인 사생활 들추기, ‘검증의 탈’을 쓴 비방

2021.07.30

부정적 여성 헤드라인 비중이 높은 매체일수록 문제적인 여성 헤드라인이 많은 현상도 보였다. 2021년 기준 부정적 여성 헤드라인의 비중이 75%를 넘는 매체는 세계일보(80.73%), 서울신문(78.73%), 국민일보(78.72%), 중앙일보(75.79%) 4곳이었다. 여성 헤드라인과 비여성 헤드라인의 부정 감성 격차가 컸고 여전히 차별적 표현이나 불필요한 성별 표시가 빈번했다.

불필요한 성별 표시 /

차별·비하적 표현

닮은 꼴 미녀를 ‘은꼴 미녀’로?...‘야동 유튜브’ 버금가는 추나요법 영상

세계일보 2021년 11월3일

“짝퉁명품 들고 상류층 행세” 호텔 라운지 21일 무전취식한 女

중앙일보 2021년 12월6일

21일간 가짜 에르메스로 부자 행세하며 공짜로 산 중국 여대생

서울신문 2021년 10월6일

자극적 /

선정적 표현

‘앳된 여성 쫓는 강간마’ 관심 위해 올린 성범죄 예고였다

국민일보 2021년 4월27일

가스라이팅에 인분 먹인 과외교사 여학생 ‘노예 10년’

국민일보 2021년 10월6일

5. 헤드라인도, 현실도... 한 뼘씩 변해왔다

인터넷 상에서 성차별적 헤드라인은 더 왕성하고 더 교묘해지고 있다. 포털에 걸리는 기사 제목과 자사 홈페이지 기사 제목을 다르게 하거나, 노골적인 성차별 표현을 사용하지 않지만 은유적 표현 또는 사진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도 많다. 가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서술하거나, 범죄를 필요 이상으로 상세히 그리는 기사도 여전하다. 양육의 책임이나 가사노동을 여성의 몫으로 전제하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젠더는 한때 가치나 사상, 지향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의식·감수성·정체성과 함께 쓰였다. 최근의 젠더는 대결과 대립의 언어가 됐다. 갈등·폭력·혐오와 붙으면서다. 몸매·미모·여신은 줄었다. 하지만 애플힙·개미허리·납작배·극세사 팔뚝 등 여성 신체의 성적 대상화는 신체부위별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줄어든 ‘○○녀’와 여전한 ‘○○맘’, 늘어난 ‘페미니즘’만큼 늘어난 ‘백래시’, 사라지지 않는 ‘몹쓸짓’과 빈번해지는 ‘살해’… 10년치 헤드라인 속에서 나타난 우리 사회 성평등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데이터에서는 더디지만 뚜렷한 변화의 방향을 보였다. 10년치 헤드라인 속 여성의 모습은 변하고 있다. 대다수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틀린 말은 아니잖아’라고 가볍게 넘겼던 표현들이 누군가에게 차별이고 혐오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어떤 단어와 표현들은 언론 제목에서 사라졌다. 여성을 약하거나 감정적 존재로 묘사하는 경우도 점차 줄었다. 여성 신체의 특정부위나 외모를 강조하면서 성적 대상으로만 다루는 경우도 이제는 당연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느릿느릿한 현실과, 그 안에서 이뤄온 작지만 소중한 변화들. 이어지는 글에서는 그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더디기만 한 학교 현장의 성평등을 두고 차마 ‘나아졌다’고 말할 수 없는 10대와 50대의 만남, 그 현실을 한 뼘씩이라도 바꾸려는 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다.

💡 다이브가 실시한 여성 헤드라인 분석은 아래와 같은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① 분석 대상범위의 한계

빅카인즈가 수집한 전국 주요 일간지(10개 매체, 조선일보 제외)로 제한해, 더 많은 수의 인터넷 매체는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요 일간지는 헤드라인을 작성하는 방식이나 보도 방향 등을 관찰·감시하는 연구기관, 시민단체, 미디어비평지 등이 있어 비교적 그 표현이 정제된 편이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제공하는 매체는 훨씬 다양하며, 기사 수도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나 여건 상의 한계로 분석 대상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② 특정 표현의 감소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

특정 표현의 빈도가 변화하는 이유는 복합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처녀’의 감소는 1)성별·연령·혼인 여부에 따라 대상을 차별하는 표현이기 때문일 수 있고 2)유행이 지나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 된 경우일 수도 있다. 의도적 배제의 결과인지 자연스러운 도태인지 잘라말하기 어렵다.

③ 언론의 언어와 실생활의 언어 차이

전통 미디어가 주로 쓰는 표현은 변화가 더디고 실제 사용되는 언어와도 거리가 있다. 언론이 쓰는 문어체 표현과 시민들이 사용하는 구어체 표현은 다르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헤드라인에 신조어가 등장하는 일은 드물다. 주요 언론 헤드라인이 전체 언어의 트렌드를 곧장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④ 여성(을 지칭하는 표현)이 등장하는 헤드라인의 한계

여성을 지칭하는 표현이 들어간 헤드라인을 ‘여성 헤드라인’으로 별도 분류해 분석했기 때문에 여성 표현이 없는 헤드라인은 제외됐다는 한계가 있다. 명시적으로 여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특정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지칭이 없을 뿐 여성과 관련된 내용일 경우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 짧은 레깅스 입고 파격 노출 “너무 요염했다”’는 제목은 여성의 외모를 부각하는 표현이지만 분석 대상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또 신뢰수준을 제한해 정확도를 최대한 높였으나 AI 모델이 착오로 분류한 헤드라인이 있을 수 있다.

🧪 기사에 사용한 데이터 분석 방법론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헤드라인 속 노처녀가 사라졌다

inspired by When Women Make Headlines

다음 챕터를 이어서 읽어보실래요?

Chapter 2

언론이 부추긴 ‘여혐’, 교실에 스미다

보러 가기

헤드라인에서 노처녀가 사라졌다고, 우리 삶이 달라지나. 10대와 50대가 만나 언론과 교실의 여성혐오를 말한다. ‘혐오’를 ‘갈등’이라 부르는 사회에서 학교는 ‘너 페미야?’ 사상검증의 장이 되고 있다. 말을 꺼내는 것마저 두려워진 시대.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Chapter 3

페미니스트 교사의 ‘은밀한’ 성평등 수업 이야기

보러 가기

성평등 교육이 잘못된 거라고? 남들 뭐라 한들, 나는 내 갈 길을 가련다. 대신, 더 똑똑하고 치밀하게. BTS 잘못 건드렸다 탄핵 위기에 처하고, 야심차게 꾸린 장학사 참관 수업이 ‘폭망’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희망은 아이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차별의 세상에서, ‘이거 이상한데요’를 바라는 6학년 2반 선생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