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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9 18:34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 당할 거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 주셔야 될 거 같은데요."
112 신고

2022-10-29 20:33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막 지금 너무 이거 사고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 (…) 지금 이게 통제가 안 돼요, 그니깐 여기 길이 삼거리에서 막혀갖고."
112 신고

2022-10-29 20:53
"아 지금 사람들이 많아가지고, 00(지직) 막 제가 00(지직) 많아서 사람들이 압사 당하고 있어요 거의 (…) , 아수라장이에요 아수라장 (…) 진짜 장난아니에요."
112 신고

2022-10-29 22:11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 났어요. (…) 아~(비명소리) 아~(비명소리), 이태원 뒷길요 이태원 뒷길."
112 신고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인 10월29일 오후 6시34분부터 참사 직전인 10시11분까지 112신고는 모두 11건 접수됐다. 신고자들은 9차례에 걸쳐 '압사'라는 표현을 써 가며 다급함을 호소했고, 신고를 접수하는 경찰관도 '압사'라는 단어를 4차례 입에 올렸다.
   그럼에도 경찰은 '일반적인 불편 신고'로 판단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4차례 현장 출동을 했지만 신고 지점의 사람들만 해산시키는 데 그쳤다. 9시7분 이후 접수된 5차례 신고 전화에는 당장 긴급 출동이 필요한 '코드1'으로 분류하고도 현장 출동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후10시15분, 소방당국에 사상자 발생 신고가 접수됐다. 안타까운 참사의 시작이었다. 사망자 158명, 부상자 196명이 발생했다.(11월13일 오후 11시 기준) 단순히 "사람이 많이 몰려서" 벌어진 일일까? 시계를 몇 달 전으로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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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이미지
타이틀 이미지

타이틀 01
안전보다는 단속,
대통령의 메시지

챕터1 이미지 1
챕터1 이미지 5
챕터1 이미지 2
챕터1 이미지 3
챕터1 이미지 4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
_윤석열 대통령 (22.6.22,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

"어제 여기가 밤부터 수위가 많이 올라왔구나. 그런데 여기 있는 분들은 어떻게 대피가 안 됐나 보네."
_윤석열 대통령 (22.8.9, 신림동 반지하 거주자 수해 사망 현장에서)

"대통령이 계신 곳이 곧 바로 상황실입니다. (…) 비가 온다고 그래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합니까?"
_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8.10, 수도권 폭우 피해 뒤 KBS 방송에서)

대통령의 한 마디는 무겁다. 메시지 하나하나가 국가 정책이 되고 공직사회를 움직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도권 폭우 피해 이후인 8월10일 폭우 피해 상황 점검회의에서 "국민의 안전에 대해서 국가는 무한책임을 지는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간 발언과 행동으로 볼 때 그 무게감이 얼마나 전해졌을지는 알 수 없다.
_윤석열 대통령 (22.8.10, 폭우 피해 상황 점검회의 모두발언)

참사 직전 이태원 지역에 대한 경찰의 주된 관심사는 '마약'이었다. 그에 앞서 대통령의 '말'이 있었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달라."
_윤석열 대통령 (10.21, 경찰의날 기념식)

2015년 이후 마약사범이 증가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10~20대 마약사범이 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은 2020년 대비 10.5% 감소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감소 때문에 올해 마약사범은 비율로 보면 많이 늘어나 보이지만 재작년인 2020년에 비해서 눈에 띌 만한 증가세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약’ 강조는 계속됐다. 윤 대통령은 사흘 뒤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서도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시각화 1



이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참사 전날인 10월28일 '마약 단속을 위한 특별형사활동 계획'을 하달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당초 15명으로 계획돼 있던 마약수사 인력을 50명으로 3배 가량 늘렸다. 타 경찰서 인력뿐 아니라 서울청 마약수사대까지 투입됐다.

"마약 쪽에 상당한 비중을 뒀던 것은 맞다."
_김광호 서울경찰청장 (11.7, 국회 행안위)

경찰 배치 인력 1
경찰 배치 인력 2
경찰 배치 인력 3
경찰 배치 인력 4_1
경찰 배치 인력 4_2
경찰 배치 인력 5
경찰 배치 인력 6

10월29일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인력은 모두 137명이었는데

이중 마약 단속 및 범죄 예방을 위해 배치된 경찰이 79명이었다. 이들은 ‘사복 경찰’로 질서유지와 교통통제를 위해 경찰 근무복을 입고 배치되는 '정복 경찰'이 아니었다. 용산경찰서는 참사 발생 9분 전인 10시 6분까지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예고하는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보냈다. 그러나 마약 단속 건수는 하나도 없었다.

남은 58명 가량의 '정복 경찰' 인원 가운데에서도 그나마 교통기동대 20명은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가 끝난 오후 10시쯤 이태원으로 배치될 계획이었다. 교통기동대는 실제 오후 9시30분이 돼서야 현장에 투입됐다.

결국 38명의 정복 경찰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인파 통제를 맡은 셈이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야근 인력이 투입되기 전인 오후 8시 이전 이태원 현장 통제 경찰 인력은 11명에 불과했다.
*관련 기사 : 소방 현장대응단 "참사 초반 경찰은 2명뿐이었다"

타이틀 02
매일 출퇴근하는 대통령,
경찰은 피곤했다

챕터2 이미지 2
챕터2 이미지 1
챕터2 이미지 3_1
챕터2 이미지 3_2
챕터2 이미지 4
챕터2 이미지 5

용산서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인구밀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대책을 포함한 '핼러윈 치안대책'을 세웠다. 특히 2020년 대책에선 안전사고 예방 및 조치사항에 '압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다중 인파 안전사고 지침은 올해 핼러윈 대책에서는 빠졌다. 무단횡단과 불법 주정차 단속, 마약투약 등 불법행위와 과다노출, 불법 모의총포(BB탄) 단속 등의 내용만이 담겼다. 보통 전년 계획을 참고해 작성하는 게 일반적인데, 지난 5년간 있던 대책이 올해만 빠진 것은 이례적이다.

10월 26일 용산서 정보과에서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이라는 문건을 내놓았다. 지난해 10만 명이 이태원을 방문했는데, 올해는 방역수칙 해제 후 첫 핼러윈이라 많은 인파가 운집될 것으로 예상되니 정보관을 현장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용산서 정보과정은 "당일 저녁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집회 상황에 집중하라"며 보고를 묵살했다. 이 문서는 참사 당일 72시간 후에 삭제되는 시스템 설정에 따라 자동 삭제됐다. 용산서 112상황실 역시 서울경찰청에 여러 차례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지만 "집회가 많아 불가능하다"는 답만 받았다.

용산서는 참사 이틀 전 "온라인상 핼러윈과 이태원을 키워드로 한 검색량이 폭증하고 있다"며 200명 이상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국회에서 서울경찰청에 여러 차례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지만 집회·시위 때문에 지원이 힘들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용산서 112상황실이 서울경찰청에 여러 차례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지만 "집회가 많아 불가능하다"는 답만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요청받은 일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10월 29일 투입된 경찰 기동대는 모두 81개나 됐다. 그 중 67개가 도심 시위 대응에 투입됐다. 나머지 14개는 주요 거점 네 곳에 배치됐다.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초에는 집회가 없었지만 2개 부대씩 교대로 24시간 배치했다.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 대응을 위해 용산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기동대 3개 부대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는 1개 기동대(11기동대)가 배치됐다. 오후 4시부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에서는 진보단체로 구성된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주관하는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을 위한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곳에서 직선 거리로 불과 1.5km 정도 떨어진 이태원에는 기동대 배치 계획이 없었다.
시각화3
(이태원 근처에 있던 11기동대는 오후 11시17분에야 출동 지시를 받고 23분 뒤인 11시40분 이태원에 도착했다)

타이틀 03
안전대책도 없고,
구청장도 없고

챕터3 이미지 1
챕터3 이미지 2
챕터3 이미지 3
챕터3 이미지 4

용산구청은 올해 핼러윈 축제 대비를 위해 '대책 문건'을 만들었다. 노후 옥외간판 점검, 불법노점상 단속, 불법 광고물 제거 등의 내용이 있었지만 많은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한 안전대책은 없었다. 10월27일 용산구청은 부구청장 주재로 '핼러윈 데이 대비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지만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불참했다. 2020~21년에는 당시 성장현 구청장 주재로 '핼러윈 데이 관련 민관합동 연석회의'를 열어 방역과 안전사고 대응을 논의했다.

박 구청장은 10월28일에 '구민공감 현장 소통', '아파트공감나누기 한마당' 같은 주민 행사에는 참석했다. 10월29일에는 고향인 경남 의령을 찾아가 집안 어른들에게 인사를 한 뒤 의령군수와 30분간 면담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오후 8시 즈음 이태원 부근의 자택으로 귀가하면서 참사 현장을 지나갔지만 “평상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귀가 후 용산구 국회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는 메시지를 올렸을 뿐이다.

참사가 발생한 도로 바로 옆 외벽과 철제 가벽 등은 건축 한계선을 넘어 있었다. 그러나 외벽은 1970년 지어져 2002년 설정된 건축한계선은 적용할 수 없었고, 철제가벽 역시 지붕이 없는 차폐 시설이어서 건축물 단속 대상이 아니었다. 가벽 때문에 골목은 폭이 4m에서 3.2m로 줄었다. 해밀톤 호텔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본관과 별관 사이에 테라스를 불법 증측해 통행로의 너비를 좁히기도 했다. 구청은 2013년부터 시정명령을 내린 뒤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지만 호텔 측은 5억원이 넘는 금액을 내면서도 시정조치 없이 영업을 계속해왔다.

이태원 일대 골목에 무단으로 면적을 늘려 영업하는 곳은 해밀턴 호텔만이 아니다. 사고가 난 골목과 그 골목에 T자 형태로 접한 거리에 늘어선 건물 14곳 중 6곳이 무단 증축됐다. 나머지 8개 건물 중 1곳은 무허가 건물이고, 4곳은 과거 무단증축한 이력이 있다. 구청에 적발되면 잠시 철거했다 다시 증축하기를 반복한 사례도 있다. 상가 입장에서는 이행강제금을 물더라도 이익이 되기 때문에 '장사하면서 세금 낸다'고 생각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용산구는 불법건축물을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나서야 사고 현장 쪽 해밀톤호텔 건축물 5곳에 대해 건축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타이틀 04
밀집이 일상인 도시,
군중 압착 가능성에
둔감

챕터4 이미지 1
챕터4 이미지 2
챕터4 이미지 3
챕터4 이미지 4

서울의 인구밀도는 2010년 기준으로 ㎢당 1만6181명으로 도쿄(1만4386명), 베이징(8563명), 뉴욕(1만430명), 런던(5199명)보다 높다. 서울 시민은 일상적으로 인구 밀집을 접한다.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도 익숙하다. 불꽃축제, 보신각종 타종 행사 등에 몰리는 인파 역시 하나의 구경거리로만 여겼지 걱정할 거리로는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군중 밀집 자체가 사고의 원인은 아니다. 군중 밀집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상황을 판단해서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은 당국에 있다. 서울시는 이미 휴대전화 신호를 기초로 군중 밀집을 판단하는 실시간 도시데이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10월29일 이태원역 일대에는 코로나 이전 시기와 비교해 시간당 1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오후 10시쯤 이태원 관광특구에는 최대 5만7340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챕터4 이미지 5, 인물 및 기관 대처 상황도

대비를 못했다면, 대응이라도 제때 해야 했다. 참사가 발생한 곳은 인적이 드문 산간 지역이나 접근이 어려운 해상이 아니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민과 경찰, 공직자와 책임자들이 사는 도시에서 158명이 목숨을 잃을 때까지,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참사가 발생한 후 소방당국을 중심으로 전파된 현장상황은 경찰과 용산구청, 서울시, 행정안전부 그리고 대통령실에까지 전달됐다. 그러나 현장상황은 더디게 가 닿았고, 지시는 더 늦었다.

다음은 참사 발생 전후의 상황에서 각 기관별 대응을 시간대별로 나타낸 것이다.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관들이 언제 참사를 인지했는지, 기관 책임자에게 전달되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였는지, 모든 기관이 전면대응에 나선 것은 언제였는지를 알 수 있다.

현장 상황

소방당국

서울시/용산구

용산서

서울경찰청

경찰청

대통령실/행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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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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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29일 오후 6시34분부터 오후 10시11분까지 접수된, 다급했던 현장의 112신고 11건을 경찰은 끝까지 심각하게 대처해야 할 중대 위험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오후 7시34분 이태원파출소에서 서울경찰청에 요청한 교통기동대 20명은 두 시간이 지나서야 파견됐고, 그나마도 대규모 인파를 통제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 #2

    밀집한 인파가 넘어지면서 압착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을 시작으로 상황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장상황은 참사 발생 직후부터 공유되기 시작했지만, 소방을 제외한 모든 기관에서 특별한 대응 조치는 보이지 않았다. 소방당국이 분초를 다투며 보낸 위기 신호가 다른 기관들에는 전혀 닿지 않은 것이다.

  • #3

    재난 대응에서 책임자의 신속한 의사결정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서, 기관이 인지한 현장상황이 제 시간에 기관장에게 보고된 것은 사실상 대통령실밖에 없었다. 시민안전의 1차적 책임이 있는 기관장들은 잠들었거나, 연락이 안되거나, 타지에 있었다. 기관장의 공백 하에서 기관들은 ‘뭘 해야할지 몰라 아무 것도 안한 듯한’ 모습이었다.

  • #4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소방만큼 타 기관에 빈번하게 연락한 곳은 대통령실이었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첫번째 지시 이후 용산경찰서와 용산서장,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에 현장상황을 묻고, 신속 대응을 지시했다. 그러나 참사 발생 후 한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11시30분까지, 돌아오는 답은 “상황 파악 중(이임재 용산서장)”이었다.

  • #5

    기관에 사고가 통보된 시점과 기관장이 사고를 인지한 시점의 간극은 늦은 대응,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서울 곳곳에 산재했던 경찰 기동대가 처음으로 현장에 투입된 것은 오후 11시40분, 참사 발생으로부터 1시간30분 이상 지난 시점이었다. 추가 기동대 투입이 결정된 시점은 대부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상황을 인지한 시점 이후였는데, 김 청장은 오후 11시36분에서야 상황을 알게됐다.

  • #6

    용산구청은 기관장이 현장상황을 먼저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가 보이지 않는 곳이다. 구청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사고 수습을 지원했다고 하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 용산구는 ‘재난문자를 발송하라’는 서울시의 요청을 접수하지 않다가, 자정을 넘겨서야 재난문자를 보냈다. ‘피해예방 및 경감을 위한 예·경보 발령 및 특별지시’, ‘인명피해 최소화 종합대책 추진 확인’, ‘응급조치를 위한 장비·인력 등의 동원발령 및 응원 요청’ 등 구청장의 의무가 수행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 #7

    30일 0시14분, 충북 제천에 있던 윤희근 경찰청장이 현장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참사 대응에 책임이 있는 정부 기관장들이 모두 이태원 참사를 알게 됐다. 이미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이었다.

구급차 시간
사고 발생 뒤 첫번째 구급차는 종로119안전센터에서 10시18분에 출발해 10시41분에 도착했다. 24분이나 걸린 셈이다. 당시 현장은 차량 진입이 곤란할 정도로 혼잡했다. 소방 대원들은 도보로 현장까지 이동해야 할 정도였다.
서울 지역에서 출동한 119 구급차는 모두 108대였다. 그 중 최초 경찰기동대가 투입된 오후 11시40분 이전에 출동한 구급한 모두 52대였는데 이들이 출동해서 현장까지 도착한 평균 시간은 24분이었다.
반면 경찰기동대가 최초로 현장에 도착해 거리를 통제하기 시작한 뒤 출동한 구급차 56대가 현장까지 도착한 시간은 평균 9분에 불과했다. 미리 사고에 대비하지 못했지만 사고가 일어난 이후에라도 현장 통제가 조금만 빨랐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타이틀 05
우리 책임 아냐,
어쩔 수 없었다…
농담에 조롱까지

참시 직후 정부 당국자들은 어쩔 수 없는 사고였으며, 우리의 책임은 아니라는 말을 우선 늘어놓았다.

챕터5 이미지 1
챕터5 이미지 2
챕터5 이미지 3
챕터5 이미지 4
챕터5 이미지 4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대통령실 국정감사 도중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질의응답이 오가는 상황에서 옆자리의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노트에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를 썼다.

챕터5 이미지 6 윤 대통령 말대로 수사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그 책임추궁은 일선 지휘관과 직원만을 향했다.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등은 물러날 기색이 없다. 반면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해 대응했던 용산소방서장 등은 경찰 특수수사본부에 입건됐다. 이태원 축제 기간 안전을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입건된 용산서 정보계장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이틀 06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바로 옆에 있는,
우리의 얘기다

챕터6 이미지 1
챕터6 이미지 2
챕터6 이미지 3

"벚꽃·불꽃축제, 콘서트장, 지옥철 이런 데는 익숙했거든요. 이태원도 그런 곳일 뿐이지,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생각은 사실 못 해봤어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사고가 나는 건 당연한 게 아니잖아요. 많을수록 더 안전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요. 그런 축제들이 사람들 많이 오라고 홍보도 하잖아요. 애초에 준비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피해자들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특별히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일 수 있다는 얘기를 사람들한테 해주고 싶어요. 저는 생존자라는 말도요. 제가 아니라, 그날 죽지 않은 모든 사람들이 생존자인 것 같아요. 누구나 당사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안전을 기대했던 곳에서 죽을 수 있는 거에요, 지금 이 상황은. 핼러윈 축제가 아니었더라도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환경이라면 불꽃 축제에서도 사람이 죽을 수도 있던 것이고…. 이번에 살았을 뿐이란 생각이 들어요.

저와 같은 경험을 한 피해자나 생존자분들 다들 괜찮아지셨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이런 말이 상처가 되는 분들도 계실 거에요. 슬픔과 괴로움을 원하는 만큼 느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뚜렷하게 보일지도 몰라요.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 우리를, 희생자를 지키는 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봐요."
_이은영(가명·27) / 참사생존자

챕터6 이미지 4
챕터6 이미지 5

"피해 복구 지원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부가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것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사과다. 윤석열 대통령이 ‘무한책임’을 말했지만 국가기관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했다. 유족과 생존자는 물론 목격자까지도 참사의 분명한 피해자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린다. 피해자는 연대할 수 있어야 하고, 모여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정부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주체적으로 죄책감을 떨쳐낼 수 있다."
_오지원 / 생명안전시민넷 법률위원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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