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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입는 옷의 탄생부터 소멸까의의 과정을 함께 따라가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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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의(衣)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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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
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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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중고의류 수출업체 3층 컨베이어입니다.
이 옷은 어느 라인으로 분류되어야 할까요?

이곳은 중고의류 수출업체 2층 컨베이어입니다.
이 옷은 어느 라인으로 분류되어야 할까요?

이곳은 중고의류 수출업체 1층 컨베이어입니다.
이 옷은 어느 박스로 분류되어야 할까요?

저는 이제 나이지리아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3개국 최소 25525.2km를 이동했습니다. 지구를 돌고 돌며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나 의(衣) 생은 또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혹시 모르죠. 칠레 아카타마 사막에서 최종 생을 마감하게 될지. 이후의 이야기는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더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

저는 중고의류 수출업체의 재고 창고에서 또 오랜 잠을 자게 됩니다. 1년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 아무도 모르지요. 저의 생애 동안 2개국 최소 3888.2km를 이동했습니다. 지구를 돌고 돌며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나 의(衣) 생은 또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까요? 이후의 이야기는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더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

저는 곧 소각된다고 합니다. 한 브랜드 상품 친구는 '재고소각'이라는 이름으로 소각된다고 해요. 짧지만 화려한 기억이 있는 제가 그나마 행복한 걸까요? 그동안 2개국 최소 4072.4km를 이동했습니다. 지구를 돌고 돌며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나 의(衣) 생은 또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이후의 이야기는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더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

님, 아래 방법을 기억하고 게임을 시작해보세요.

  • pc : 상하방향키or마우스스크롤
  • mb : 상하터치스크롤

폴리에스테르 100%인 저는 캄보디아의 한 의류공장에서 태어났습니다.

저는 면 50%와 폴리에스테르 50% 혼방의 면에서 태어났습니다. 실에서 면으로, 면에서 옷이 된 저는 중국의 한 의류공장에서 태어났습니다.

저는 베트남에서 태어났습니다. 면 70%와 양모 30% 혼방으로 태어났습니다.

3주 남짓한 기간동안 배를 타고 한국으로 건너온 저는 한 쇼핑몰의 상품이 되었습니다.

일주일 정도 배를 타고 한국으로 건너온 저는 한 쇼핑몰의 상품이 되었습니다.

한 달 남짓한 기간동안 배를 타고 한국으로 건너온 저는 한 쇼핑몰의 상품이 되었습니다.

부산에 사는 한 사람이 저를 주문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을 떠나는 건 아쉬웠지만 새로운 곳에 가게 되는 건 기대됐습니다.

서울에 사는 한 사람이 저를 주문했고, 그렇게 저는 비닐에 꽁꽁 포장되어 다른 친구들을 떠나 새로운 곳에 가게 되었죠.

제주에 사는 한 사람이 저를 주문했습니다. 한국의 멋진 섬으로 가게 된다니 두근거려 잠을 설쳤습니다.

경기도의 한 쇼핑몰 창고에서 머무르던 저는 부산으로 이동해 저는 한 주택가 문앞에 배송되었습니다.

인천의 쇼핑몰 창고에 머무르던 저는 어느 날 택배상자에 담겨 한 가정집 문앞으로 배송되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쇼핑몰 창고에서 머무르던 저는 제주의 한 아파트 문앞으로 배송되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 날 저는 민준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죠.

저를 구매한 수현과 함께 서울숲 나들이를 떠났어요.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죠.

갓 돌이 된 아기 시아의 돌잔치에서 저는 화려한 조명을 받았습니다.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죠.

서리가 내리던 어느 날 저는 의류수거함이라는 낯선 곳에 버려졌습니다. 의류수거함에서 만난 친구에게 들어보니 이제 중고의류 수출업체로 이동한다고 하네요.

계절이 바뀌던 어느 날 저는 아파트 의류수거함에 버려졌습니다. 쇼핑몰에서 저를 '한 철 입고 버리기 좋은 치마'라고 표현했었단 게 떠오르네요. 저는 이제 중고의류 수출업체로 이동한다고 해요.

기쁨도 잠시, 돌잔치가 끝나고 일주일 뒤 저는 동네 의류수거함에 버려졌습니다. 시아가 생각보다 빠르게 자라 더이상 제가 맞지 않아서 버린 거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의류수거함에서 만난 친구에게 들어보니 이제 중고의류 수출업체로 이동한다고 하네요.

어두운 터널 같았던 의류수거함 생활을 마치고 어느 날 저는 중고의류 수출업체에 도착했습니다. 낯선 이곳에서 저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리저리 분류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의 많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저처럼 사람들과 짧은 만남 뒤 헤어진 친구들이었죠.

며칠 뒤 저는 경기도에 위치한 한 중고의류 수출업체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곳저곳 분류되었습니다. 짧게 입혀지고 빠르게 버려져 이곳에 모인 친구들. 놀라움과 서글픔으로 컨베이어벨트 위를 날아다녔습니다.

2주 정도 지난 뒤 저는 뭍으로 이동해 경기도에 위치한 한 중고의류 수출업체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저와 같은 처지의 많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입혀지고 또 버려져 한데 모인 친구들과 저는 컨베이어벨트를 이리저리 옮겨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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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 전시 정보

전시명 : 쓰레기 오비추어리(Trash Obituary)
일시 : 2024년 10월 07일 (월) ~ 2024년 10월 12일 (토)
장소 : (재)지구와사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66, 1층)
주최 : 경향신문 2024 창간기획팀
후원 : (재)지구와사람
소개 페이지 : 쓰레기 오비추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