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 한국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대통령의 권한이 구현되고 시민에게 전달되는 핵심 통로는 말이다. 대통령의 말은 국정 운영의 시작이자 끝에 다름 아니다. 신현기 가톨릭대 교수는 “대통령의 말 그 자체가 권력 행위”라며 “대내적으로는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의제를 던지는 역할을 하고, 대외적으로는 국민 정체성을 규정하고 국가 이익을 위해 내는 단일한 목소리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년에 즈음해 그가 지난 2년 간 한 말들을 모아 집중 해부한 이유다.
대통령마다 메시지 작성에 관여하는 정도나 방식이 달랐다. 매번 깊이 관여한 대통령도 있고, 굵직한 사안만 신경 쓴 대통령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매우 꼼꼼하게 연설문을 챙기고 폭넓게 수정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독회도 대통령실 비서실장·정책실장·메시지비서관 등과 함께 자주 여는데, 올해 3·1절 기념사는 독회만 서너 차례 거쳤고 지난달 1일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는 발표 당일 아침까지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시지를 집중 해부해보니 알려진 것처럼 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수정하는 편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취임부터 강조한 '자유'는 약 1000회 언급됐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표현보다는 포괄적인 표현이 더 많았다. '공산' '기회주의' '패거리' 등 전임 대통령 메시지에서는 없었던 자극적이고 공격적 단어의 수도 적지 않았다. 평소 '첫째' '둘째' 등 번호를 매겨 나열하는 것보다 '또'를 써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문장을 선호하는 윤 대통령의 어투도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분석한 대상은 대통령실 홈페이지 '대통령의 말과 글'에 등재된 전체 메시지로, 당선 직후 첫 메시지부터 2년 치다. 큰 의미가 없는 조사·어미 등을 제외하고 명사·형용사·부사·동사 등 주요 품사 위주로 '말의 뼈대'를 추렸다. 각 단어가 사용된 빈도를 세고, 단어 간 연관도를 파악했다. 연관도는 같은 문장이나 맥락에서 자주 쓰인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가령 윤 대통령의 메시지 중 '글로벌'과 연관도가 높은 단어는 '위기' '세계' '역할' '경제' 순이었는데, 뜻만으로는 '세계'가 가장 가깝지만 '위기'와 더 연관 지어 말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 메시지의 특징을 더 입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임 대통령 청와대 홈페이지에 등록돼 있는 2년 간 공식 메시지와도 비교했다.
형태소 추출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주)바이칼에이아이가 뉴스 기사를 토대로 공동 개발한 형태소 분석기 '바른'을 사용했습니다. 분석에 사용한 형태소는 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등 10개입니다. 명사 등이 뒤에 반복돼 복합명사를 이루는 경우는 별도로 반복 추가했습니다.
문장에서 함께 등장하는 형태소를 '공기어'로 설정했습니다. 그런 다음 각각의 형태소와 공기어 간의 연관도를 측정하기 위해 티스코어(t-score)를 산출했습니다. 두 형태소가 함께 나올 예상치를 계산한 뒤 그 예상치보다 더 자주 함께 등장할수록 높은 점수를 주는 계산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각 형태소는 공기어와 그 공기어와의 t-score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 : 자유 → { 민주주의 : 12.5, 평화 : 8.7 … }) 형태소를 숫자의 나열인 벡터로 표현할 수 있는 셈입니다.
최종적으로 특정 형태소의 연관어를 구하기 위해서 그 형태소의 공기어와, 공기어의 공기어만을 대상으로 한정해 각 형태소 간 벡터의 코사인 유사도를 측정했습니다. 코사인 유사도는 -1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각 벡터가 비슷한 방향을 향하고 있을수록 1에 가까운 값이 나옵니다. 형태소 간 벡터의 유사도가 높다는 의미는 같은 공기어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문장이나 맥락에서 자주 등장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므으로, 이를 '연관어'라고 지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