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라운지

오줌이냐 소변이냐

헬스경향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일전에 ‘오줌건강’이라는 원고를 신문사에 보냈는데 발행된 칼럼에는 원고에 40개나 포함돼 있던 ‘오줌’이 몽땅 ‘소변’으로 바뀌어 있었다. 혹시 오줌이 방송이나 신문에서 금지된 단어인지를 찾아봤더니 어디에서도 그런 규정을 찾을 수 없었다. 비록 인문학자는 아니지만 비뇨기과 의사로서 오줌에 관한 한풀이(?)를 좀 하려고 한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배설기관에서 만들어지는 최종결과물은 ‘똥오줌’을 뜻하는 변(便)이라 한다. 대변(大便)과 소변(小便), 즉 똥과 오줌으로 나뉜다. 이를 몸 밖으로 내보는 행위를 우리말에서는 똥과 오줌 모두 ‘싸다’ 혹은 ‘누다’라고 표현하지만 똥과 오줌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대사로 인해 생긴 노폐물인 오줌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는 배설(排泄)이라고 하며 똥을 누는 것은 소화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단순히 몸 밖으로 내보내는 배출(排出)과정이다.

의학영어로는 ‘똥/똥을 싸다’는 ‘feces/defecate’와 ‘오줌/오줌을 싸다’는 ‘urine/urinate’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똥의 어원은 ‘뒤’, 오줌의 어원은 ‘앞’이라는 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오줌의 옛말은 ‘오좀’이었고 오줌을 싸는 행위를 점잖게 이르는 표현이 ‘소변보다’였던 것이다.

소변이라는 한자어 대신 오줌을 완곡하게 이르는 우리말로는 ‘소마’ 또는 ‘소피’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다. 예전에 소변이 오줌보다 더 점잖은 말로 취급받았는지 또 어느 말을 주로 사용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언 발에 오줌 누기’ ‘개가 장승 무서운 줄 알면 오줌 눌까’ ‘오줌 누는 사이에 십리 간다’ ‘발등에 오줌 싼다’ 등 오줌과 관련된 속담들이 많은 걸로 미루어 오줌이 소중한 대우를 받았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오줌은 원래 무색무취다. 특유의 지린내는 오줌을 상온에 방치했을 때 오줌성분인 요산이 세균에 의해 분해돼 암모니아로 바뀌어 나는 냄새다. 또 암모니아에는 때를 없애주는 세정효과가 있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오줌으로 손을 씻는다는 내용이 있고 규합총서에는 오줌으로 세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의 양귀비도 피부탄력을 위해 오줌목욕을 애용했다고 한다.

‘오줌 누는 소리를 듣고 외상을 준다’라는 옛말처럼 오줌은 건강의 척도로 여길 만큼 중요하게 여겨졌다. 흔히들 오줌을 더러운 배설물로만 취급하지만 소화에 필요한 세균이 포함된 똥과는 다르다.

오줌은 우리 핏속에 들어있는 물질로 구성돼 있고 세균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줌성분은 여러 장기의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에 현대의학에서도 오줌을 통해 요로계의 상태뿐 아니라 신체균형, 영양상태, 간기능, 혈당조절, 전해질상태, 생활형태 등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가늠한다.

정확한 분석은 병원에서 검사기기를 이용해야 하지만 가정에서도 오줌의 색깔, 냄새, 탁한 정도를 잘 보면 이상 유무를 발견할 수 있다. 오줌의 옅은 색깔이나 약한 냄새는 먹은 음식의 종류나 물의 양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정도가 심하거나 계속되면 요로계 이상이나 다른 질환 때문일 수 있다.

한자어 소변(小便)의 우리말 풀이는 ‘오줌을 점잖게 이르는 말’이라고 돼있다. 오줌과 소변, 어떻게 불리든 비뇨기과에서는 귀하게 다뤄지는 물질이다. 그렇다면 비뇨기과의사들은 점잖은 한자어인 ‘소변’을 사용해야 할까. 아니면 순수우리말인 ‘오줌’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

<심봉석 이대목동병원비뇨기과 교수 gatechenp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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