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방판, 화려했던 옛 영화 되찾을까

헬스경향 이보람 기자

사극을 보면 종종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가 큰 보따리를 짊어진 아낙이 양반집을 방문해 참빗, 머릿기름 등 생활 속 잡화를 파는 모습이다. 이 때 물건을 파는 아낙이 양반집 규수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소문 등을 전해주고 머리를 손수 빗겨주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만 그려지는 옛이야기 같겠지만 21세기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화장품 방문판매원이 조선시대의 보부상이나 방물장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방문판매화장품의 시초는 조선시대에 등장한 ‘방물장수’다. 이후 개화기로 넘어오면서 그 맥은 매분구(買粉嫗)로 이어졌다. 매분구는 숙종 때 이름 붙여졌는데 화장품과 화장도구 등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화장품유통에 있어 본격적인 방문판매(이하 방판)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62년이다. 당시 쥬리아화장품이 방판을 시작해 급성장세를 보이자 태평양(현재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한국화장품, 피어리스 등이 방판조직을 갖추면서 ‘화장품방판’이 새롭게 등장했다.

그후 1960년대 중반부터 방문판매는 급속히 확대됐다. 특히 1980년대 초반에는 전체 화장품유통의 80%이상을 차지하는 등 약 20년 간 르네상스기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화장품방판 전성기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화장품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던 방판은 2003년 33%에서 2007년 24%로 비중이 급감했고 2012년에는 21%로 또다시 하락하면서 백화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몇몇 기업에서 내놓은 실적공시를 봐도 방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방판매출 비중은 2012년까지 20%대를 유지하다가 2013년엔 18.1%를 기록하며 최저점을 찍었다. LG생활건강도 지난해 방판비중이 10.2%에 불과했다.

방판시장이 줄어든 가장 큰 요인은 ‘브랜드숍’의 등장이다. 더욱이 매장에서 바로 테스트해볼 수 있는 브랜드숍은 젊은 층을 공략하며 새로운 화장품판매시장을 만들어냈다. 브랜드숍시장은 해가 갈수록 비대해지면서 젊은 여성뿐 아니라 방판으로 화장품을 구입하던 중년여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방판으로 화장품을 판매하는 기업에서는 새 활로찾기에 나서면서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판매원의 이미지를 아줌마에서 전문적인 카운슬러로 바꿨다. 또 방판을 영업이 아닌 고객관리로 인식을 전환했다. 여기에 상품, 미용정보, 피부검사시스템 등을 갖췄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10~30대 방판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디지털이나 면세점 같은 신성장채널이 생겨나고 고성장하면서 방판비중은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방판은 20%에 육박하는 주요핵심채널”이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체험형 방문판매사업 ‘뷰티 애비뉴(Beauty Avenue)’를 강화하고 있다. 뷰티 애비뉴에 방문하면 전문가로부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프리미엄화장품을 추천 받고 직접 얼굴에 발라보며 체험할 수 있다. 또 고가의 피부진단장비를 통해 전문적인 피부테스트와 상담을 받도록 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최윤주 연구원은 “일부 중소기업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방판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방판은 로드숍이나 백화점과는 또 다른 장점을 가진 유통채널이라 고객들이 원하는 맞춤형, 고품질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앞으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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