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상황이 내가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을 때 짜증이 납니다. 그리고 짜증이 조금씩 더 쌓이기 시작하면 끝내는 ‘분노’라는 에너지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분노의 에너지는 내 안에 머물기보다는 상대방을 향하게 됩니다. 분노는 마치 한껏 발갛게 달궈진 쇠구슬과 같아서, 그걸 내 안에 머물게 하다가는 내 속이 다 타버릴듯한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본능적으로 밖으로 던져버리는 투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심하게 화를 내어서라도 상대방을 꺾으려 합니다. 그래야 상대의 생각이 바뀌고, 또한 앞으로는 내 생각대로 상대방이 변해줄 것이라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비난과 싸움 속에서 분노조절장애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정작 서로에게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서로 발목만 잡는 이전투구가 될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더 강하게 더 격렬하게 내 분노를 폭발하는 방식은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집집마다 수없이 시도되어 왔습니다. 이내 그 결과의 끝은 상대가 변하는 것도, 내 마음이 안정을 찾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파국만이 남게 되죠. 신혼부부들은 물론이고 삼십년 사십년을 함께 살아온 중년이나 노부부들도 마찬가집니다.
분노조절장애로 화를 폭발시켜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말은 분노를 폭발시켜봐야 소용없으니, 그냥 꾹꾹 참으면서 침묵만 하라는 의미일까요?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살란 말일까요? 이것이 흔히 말하는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일까요?
한의사 강용혁의 심통부리기 제 244화에서는 분노조절장애 때문에 내원한 30대 남성 ㄱ씨의 사례를 살펴봅니다. 신체증상도 불편하지만, 무엇보다 결혼생활 1년 동안 아내와 싸우게 되면 ㄱ씨는 화가 걷잡을 수 없고, 물건을 던지고 욕설까지 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결국, 아내가 이혼 요구까지 하게 되면서, 답답한 마음에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평소 잘 지낼 때는 사이가 좋습니다. 그런데, 아주 사소한 대화가 발단이 되어 늘 큰 싸움으로 번집니다.
최근 사례를 보면, 함께 TV를 보다가 한 연예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아내는 연기도 잘 한다며 호감을 표했고, 남편은 그 연예인이 도덕성이나 사생활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들어 비호감을 표현했던 거죠. 옥신각신 하다 이내 언성이 높아지고 물건까지 던지는 큰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ㄱ씨 입장에서는 “아내가 왜 도대체 한 식구인데 이렇게 생각이 다르고, 내 생각에 맞춰줄줄을 모르는지 답답하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그토록 사랑해서 결혼까지 한 사이에도 ㄱ씨처럼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통부리기 244화에서는 이런 분노로부터 나 자신을 지켜내고, 또한 나의 부적절한 분노로 인해 내 가족과 주변이 상처받지 않기 위한 소통의 기술에 대해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