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터나 흉강경 이용해 심장 부위 비정상 조직 파괴하는 치료
‘전극도자 절제술’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 임상 유용성 높아져
부정맥이란 심장의 박동이 정상을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부정맥 중 하나인 심방세동은 심방이 1분간 300~600회의 빈도로 불규칙한 소수축(바르르 떨림 등)을 반복하는 증세이다.
심장판막 이상(승모판협착증)과 판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폐쇄부전증이 주요 원인이고, 심장관상동맥경화증·고혈압·갑상선기능항진증·선천성심질환 등에서도 많이 생긴다.
심방세동은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과로, 음주, 흡연 시 발생 가능성이 높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숨이 차거나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는 심계항진이 유발되고, 치명적인 심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심방세동 환자들은 극히 예민하고 불안한 상태에서 여러 증상으로 인해 병원을 찾고, 응급실에 입원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러한 심방세동 치료에 약물뿐 아니라 최신 시술과 수술법도 임상적 유용성을 높여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극도자 절제술’이다.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위에 카테터를 이용해 에너지를 가해 비정상 조직을 파괴함으로써, 부정맥을 완치하거나 조절하는 표준치료법이다. 전극도자 절제술은 지난해 미국부정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심방세동 환자의 사망, 뇌졸중, 출혈 위험을 항부정맥치료제 치료보다 낮춘 것으로 발표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학의 대니얼 B 마크 박사팀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10개국의 126개 센터에서 등록된 전극도자 절제술군 1108명과 항부정맥제 복용군(항부정맥제군) 1096명 등 심방세동 환자 220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이다.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스웨덴의 대학 병원 4곳, 핀란드의 대학 병원 1곳에서 모집한 환자 155명(전극도자 절제술군 79명, 항부정맥제군 76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보고서에도 전극도자 절제술이 항부정맥제 치료 대비 심방세동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우수한 삶의 질 개선을 이끌어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순환기내과)는 “현재 국내외 심방세동 가이드라인은 항부정맥제 치료에 실패한 심방세동 환자에 한해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전극도자 절제술의 위상이 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흉강경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 또한 심방세동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 대한부정맥학회는 최근 ‘심방세동 카테터 절제술 대한민국 진료지침’ 개정판을 내고, 하이브리드 치료의 적응증과 치료법, 강점 등을 소개했다.
하이브리드 부정맥 치료는 외과 수술과 내과 시술이 접목된 치료법이다. 기존 내과적 치료(약물치료 등)에 반응을 하지 않거나 실패해 부정맥이 재발한 환자가 대상이다. 치료는 흉곽에 0.5㎝ 구멍을 내고 흉강경을 통해 심장을 직접 보며 양극성 고주파로 부정맥 유발 부위를 차단한다. 수술한 지 석 달여 지난 후에도 비정상 전기신호가 발견되면 내과적 치료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2012년 삼성서울병원 심장센터가 이 수술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부정맥팀(순환기내과 온영근·박경민, 심장외과 정동섭 교수)의 치료 성적은 하이브리드 치료 이후 1년간 심방세동 회피율이 92.3%에 달했다. 추가 시술 등을 포함하면, 2년이 지난 후에도 증상이 소실되거나 정상 박동이 유지되는 비율이 95%에 달했다. 정동섭 교수는 “흉강경을 이용한 수술적 절제를 포함해 하이브리드 치료가 심방세동 환자에게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