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 vs 예술행위, 문신 합법화 논쟁 계속

헬스경향 김보람 기자

1조200억원 문신시장…여전히 불법
전세계 한국뿐…관리하에 허용해야

반영구화장을 포함해 이제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문신(타투)은 ‘바늘 등을 사용해 인체에 독성이 없는 색소로 피부에 여러 가지 모양을 새겨 넣는 행위’다. 문신시장도 1조2000억원 규모로 급성장, 종사자만도 35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현행법상 문신업자의 시술은 불법이다. 현재 문신업 양성화에 대한 법안발의가 이어지면서 찬반논란이 뜨거운 상황이다.

문신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시술하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문신이 대중화된 만큼 문신을 양성화 해 소비자 안전과 종사자들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문신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시술하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문신이 대중화된 만큼 문신을 양성화 해 소비자 안전과 종사자들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성장하는 문신산업…관리·감독체계 無

문신업자의 시술이 불법이 된 것은 1992년부터다. 당시 대법원은 문신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피부진피에 색소가 주입될 가능성이 있고 문신용 침으로 인한 질병전염우려가 있다는 것.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의료행위는 의사면허를 소지한 사람만 행할 수 있다. 따라서 비의료인이 문신을 시술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30년간 문신산업은 급성장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문신 시장규모는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신시술자는 35만명(문신 5만명, 반영구화장 30만명), 이용자는 13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문신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의 법적 근거가 없어 보건위생상 안전과 문제상황 대응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문신업자들은 의료법에 따라 처벌되거나 범죄에 악용되고 이용자는 부작용이 생겨도 피해를 구제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엄연한 의료행위 vs 안전체계 마련 시 OK

의료계는 의학지식과 기술이 없는 비의료인이 문신을 하면 피시술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문신은 피부에 상처를 내 바늘을 인체에 넣는 ‘침습적 의료행위’로 그 과정에서 비위생적인 시술도구를 사용하면 C형간염, 매독,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등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 또 타투시술에 쓰이는 염료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한다.

반면 문신업계는 안전이 문제라면 오히려 문신을 양성화해 체계화된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한국타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국민건강과 공중보건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대안을 위한 고민과 현실적인 단계별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문신업자 17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98.9%가 ‘시술안전과 관련한 정부의 관리·감독 하에 비의료인에 의한 시술행위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국민 절반은 문신 합법화에 긍정적이라는 결과도 있다. 한국갤럽이 6월 전국 성인 1002명을 조사한 결과 51%가 문신 법제화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문신 합법화, 매번 국회 문턱서 좌절

문신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문신 합법화와 관련된 법안이 2013년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문신사법’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엄태영 의원(국민의힘)의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과 류호정 의원(정의당)의 ‘타투업법안’이 보건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은 문신업자의 면허자격과 업무범위, 시술제한, 위생 및 안전관리수칙, 관리의무 등을 담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류호정 의원(정의당)은 “문신은 대부분 미용이나 예술적 표현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음성적으로 타투를 시술하면 국민건강에 되레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문신업에 대한 규정을 법제화하고 양성화해 건전한 운영과 국민건강 증진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신 합법화 속도 붙나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문신 등 신체예술 관련 미국의 법제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해외사례와 우리나라 사회현실을 고려해 문신 등 시술행위를 양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면서 문신 합법화 추진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문신업소가 약 2만1000개소에 달할 만큼 시장규모가 큰 미국은 문신시술절차나 행위를 주법으로 엄격하게 관리·규율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는 문신과 반영구화장에 대해 시술면허와 주 집행기관 등록, 시설운영허가를 받도록 제도화해 시술 안전성과 합법성을 제고한다. 또 지난해 일본도 사회통념에 비춰 문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전 세계에서 문신을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보고서는 “문신에 대한 관리‧감독의 제도적 공백을 계속 방치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생각해 볼 일”이라며 “미국의 법 제도사례, 일본의 판례 및 우리나라 사회 전반의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신 등 시술행위의 양성화여부를 결론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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