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위험 ‘유전성 망막변성 질환’ 환자, 유전자 검사 꼭 받아야

유형곤 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의술인술]실명 위험 ‘유전성 망막변성 질환’ 환자, 유전자 검사 꼭 받아야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고깔게임’이 등장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고깔을 가면 삼아 얼굴에 쓰고 고깔 끝의 구멍만을 통해 앞을 보며 각종 시합을 벌이는 게임이다. 고깔 끝으로 보이는 시야는 바늘구멍만큼 좁아 바로 앞에 있는 물건을 찾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고깔게임 참가자들은 게임이 끝나면 본래의 넓은 시야를 찾는다.

하지만 이렇게 좁고 어두운 시야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전성 망막변성 질환 환자들이다. 이 병은 빛을 받아들이는 망막에 이상이 생겨 각종 시각 장애가 발생하다 결국 실명에 이르는 치명적인 희귀질환이다. 유전적으로 망막세포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시력을 잃을 뿐만 아니라 마치 터널 안에 있는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면서 점점 시력을 상실하게 된다.

유전성 망막변성 질환이 치명적인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신체적, 정서적 발달이 가장 활발한 유아 및 청소년기, 심하면 출생 직후부터 야맹증, 시야 협착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절반 이상의 유전성 망막변성 질환 환자들이 청소년기에 시력 상실이 시작되어 많은 경우에 법적 실명으로 진행된다.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유전성 망막변성 질환 환자들은 보호자나 주변의 도움 없이는 정상적인 보행과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어두운 밤길이나 공간에서 주변 사물이나 사람에게 부딪혀 다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나 회사 등 기본적인 사회 활동까지 제약이 생겨 고립될 수밖에 없다. 또한 실명에 대한 두려움은 자살충동 등 환자들에게 정서적인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유전성 망막변성 질환을 발생시키는 유전자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도 수백개다. 이로 인해 치료를 진행하기에 앞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조차 어려웠는데, 유전자 진단 검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절반이 넘는 환자에서 유전성 망막변성의 원인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찾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유전성 망막변성 질환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증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보존적인 치료만 진행되어왔다. 최근에야 유전성 망막변성 질환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함으로써 망가진 망막 기능을 복구하고 시기능을 개선시키는 새로운 치료전략이 소개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전성 망막변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시기가 늦어져 망막세포가 파괴될수록 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망막 전문의를 찾아 되도록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 적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망막변성의 원인이 유전성인지 아닌지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유전자 치료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치료 가능한 유전자의 범위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근본적인 유전성 망막변성 질환 치료 방법이 실제 진료 현장에 빠르게 적용돼 환자들이 더 이상 실명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축되지 않고 새로운 삶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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