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과학입니다…주목받는 비만치료 연구

박효순 기자

엽산 먹으면 살찌는 사람?…있다, 건강한 뚱보가 살빼면?…더 건강해진다

다이어트는 과학입니다…주목받는 비만치료 연구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국내 비만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요즘 화창해진 날씨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에 발맞춰 묵은 체중과 뱃살을 날려보려는 사람들에게 다음의 연구 결과들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만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단이 중요하다. 보통 저지방, 고단백 위주의 식사가 살을 빼는 데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전자 등 개인 특성에 따른 식이조절 방법은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최근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은 일부 영양소 섭취에 따라 비만과 복부비만의 위험도가 다르다’는 연구논문이 나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연구가 비만치료 및 다이어트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진행하는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 이지원·권유진 연구팀
“비만도 높이는 유전자 변이 존재
유전자 검사 후 식단 달리 해야”

강북삼성 성은주·조인영 연구팀
“대사질환 없이 과체중인 사람도
체중 줄이면 지방간 위험 감소”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권유진 교수 연구팀은 “개인의 유전자 변이를 기준으로 식단을 조절해 맞춤형 비만치료를 계획할 수 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임상 영양저널’(Clinical Nutrition)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국립보건연구원 한국인 유전체 역학조사 사업 자료를 활용해 총 5만808명의 유전자 변이와 영양소 간 상호작용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같은 양의 지방을 섭취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복부비만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음이 밝혀졌다. 비만세포의 생성과 사멸을 조절하는 칼슘 결합 단백질 운반체에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이 총 섭취하는 칼로리의 30% 이상을 지방으로 섭취했을 때 해당 유전자 변이가 없는 사람에 비해 복부비만의 위험도가 3.73배 컸다.

엽산은 일반적으로 다이어트에 좋은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 지방 생성과 분해에 관여하는 성장호르몬 수용체에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이 키위 15개 분량(400mcg) 이상의 엽산을 하루에 섭취했을 때 유전자 변이가 없는 사람에 비해 비만 위험도가 1.34배 이상 증가했다.

체력보충에 도움을 줘 일명 활력 비타민으로 알려진 비타민 B군의 하나인 B12 섭취에 따른 위험도도 달라졌다. 당뇨병과 대사증후군 등을 유발하는 크리스탈린 베타 B2 유전자 변이가 있는 남자와 여자가 각각 1425㎎, 1125㎎ 이상의 비타민 B12를 섭취했을 때는 비만의 위험도가 1.54배 높았다.

반면 비만세포의 분화를 억제하는 카르복시펩티다아제 Q의 운반체에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이 하루에 100㎎ 이상의 비타민C를 섭취한 경우 해당 유전자 변이가 없는 사람에 비해 복부비만의 위험도가 0.79배로 낮아졌다. 해당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은 하루에 파인애플 약 300g(100g당 36㎎)을 섭취하면 복부비만 위험도가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지원 교수는 “개인 맞춤형으로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앞으로는 유전자 변이에 대한 검사와 이에 따른 섭취 영양소 종류와 양을 조절하며 개인 맞춤형 비만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만한 사람뿐 아니라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정상인 ‘건강한 과체중’이라도 체중을 감량하면 지방간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조인영 교수와 데이터관리센터 류승호·장유수 교수 연구팀은 2011~2019년 사이에 건강검진을 받은 수진자 중 지방간 및 간 섬유화가 없으면서 대사적으로 건강한 과체중인 성인 약 1만4779명을 5.2년간 추적 및 분석한 결과, “건강한 과체중 또는 비만한 사람도 체중을 줄이면 비알콜성 지방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첫 건강검진의 체중과 다음 건강검진의 체중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체중이 변하지 않은 군에 비해 체중이 1~5% 감소한 경우 비알콜성 지방간 발생위험이 17% 낮아졌고, 체중이 6% 이상 감소한 경우 비알콜성 지방간 발생위험이 48% 낮아졌다. 반면 체중이 1~5% 증가한 경우 비알콜성 지방간 발생위험이 21% 높아졌고, 6% 이상 증가한 경우 비알콜성 지방간 발생위험이 51% 높아졌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 연구는 미국 소화기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임상 소화기병학 및 간장학’에 실렸다.

대사질환이 있는 비만의 경우 체중 감량으로 비알콜성 지방간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은 기존 연구들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조인영 교수는 “대사질환이 없는 건강한 비만의 경우도 체중 감량이 비알콜성 지방간 위험을 줄인다는 것은 이번 연구에서 처음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류승호 교수는 “대사질환이 없는 과체중이더라도 안심은 금물”이라며 “수치적으로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사람은 비알콜성 지방간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 및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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