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장증’, 느린 성장 아닌 ‘성장호르몬결핍증’ 의심해야

헬스경향 이원국 기자

[인터뷰] 송경철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송경철 교수는 “저신장증은 성장호르몬결핍증의 가장 큰 증상”이라며 “다행히 이 질환은 매일 자기 전 일정한 양을 가정에서 투여하는 호르몬주사로 치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송경철 교수는 “저신장증은 성장호르몬결핍증의 가장 큰 증상”이라며 “다행히 이 질환은 매일 자기 전 일정한 양을 가정에서 투여하는 호르몬주사로 치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키’는 모든 부모의 고민이다. 특히 외모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키가 작으면 알 수 없는 자괴감에 휩싸인다. 이런 까닭에 부모는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 키가 작은 것이 유전 때문인지, 병 때문인지 고심을 거듭한다. 물론 늦게 성장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또래 아이보다 키다 유독 작다면 ‘성장호르몬결핍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우리의 키를 크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부적으로 뼈의 성장이 일어나는 곳에서 성장판을 자극해 뼈의 성장을 돕는다. 다행히 성장호르몬결핍증은 성장호르몬 주사로 치료 가능하다.

단 호르몬 주사치료는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치료받아야 하며 치료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해야 한다. 송경철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성장호르몬결핍증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소아청소년에게 발병하는 질환이 달라졌는지.

코로나19 이후 소아비만환자가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소아청소년 비만환자는 크게 증가했고 이는 ▲대사증후군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 등 합병증으로 연결됐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코로나19로 운동량·활동량 감소와 식습관의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한다.

- 성장호르몬결핍증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질환이다.

성장호르몬결핍증의 가장 큰 증상은 ‘저신장증’이다. 저신장증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저신장은 의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키가 또래에서 3백분위수 미만인 경우, 즉 100명 중 3번째 미만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단 키가 작은 것이 건강상의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이때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 성장호르몬결핍증이 주된 원인이다.

- 성장호르몬은 체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성장호르몬은 뼈의 길이 성장과 근육증진, 지방분해, 혈당유지 등의 대사작용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성장호르몬결핍증을 앓는 환자에게 저신장이 두드러지게 발견된다. 성장호르몬결핍증은 선천적인 뇌하수체의 결함과 구조적인 결함, 성장호르몬 생성과정의 문제, 유전적인 문제 등으로 발생한다. 또 다른 원인으로 뇌종양이 있다. 뇌종양은 수술, 항암요법, 방사선으로 치료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뇌손상으로 후천적인 성장호르몬결핍증이 생길 수 있다. 단 선천적 문제로 성장호르몬결핍증을 겪는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 과거와 달리 성장호르몬결핍증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성장호르몬결핍증 자체의 증가보다는 관심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갑상선암을 예로 들겠다. 갑상선암은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진단된 환자가 늘고 있다. 즉 성장에 관심이 증가한 만큼 보호자가 아이의 성장이 더디다고 의심해 병원을 방문, 성장호르몬결핍증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증가한 것이다. 다행인 점은 성장호르몬결핍증의 주된 증상이 저신장증인 만큼 보호자가 금방 눈치챈다는 것이다.

- 성장호르몬결핍증 진단을 위해 어떤 검사가 진행되는지.

치료에 앞서 정확한 진찰과 검사가 필수다. 우선 정확한 키 측정을 통해 평균 3백분위수 미만인지, 지금까지 키 순위가 계속 줄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일 키 순위가 지속적이고 적절하게 늘고 있다면 성장호르몬결핍증일 확률이 떨어진다.

이때 보호자 두 명 중 한 명의 키가 3백분위수 미만이면 유전적요인을 의심해야 한다. 이밖에도 칼슘, 인, 간수치, 심장병, 갑상선저하증검사와 유전질환에 대한 검사 등도 동반된다. 단 성장호르몬은 시간대에 따라 분비량이 다르기 때문에 외래에서 시행하는 검사로는 성장호르몬결핍증을 진단할 수 없다.

가장 정확한 것은 성장호르몬 유발검사다. 성장호르몬 유발검사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인슐린을 투약해 의심환자를 저혈당 상태로 만든 뒤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올라가는지 확인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성장호르몬을 자극하는 주사제를 투여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지 알아보는 검사법도 있다. 이때 성장호르몬 채혈을 총 10회 하는데 10번의 성장호르몬 수치 자체가 기준치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을 때 성장호르몬결핍증으로 진단한다.

- 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방법은.

성장호르몬결핍증은 성장호르몬 주사 투여를 통해 치료한다. 호르몬주사는 매일 일정한 양을 자기 전 가정에서 투여한다. 성장호르몬은 매일, 일주일에 6일간 맞는 것을 추천하며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계속 투여해야 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아쉬운 점은 환자마다 근본원인이 다르지만 아직까지는 치료방법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환자 개인에게 꼭 맞는 치료용량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 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제는 유전자재조합인간 성장호르몬제제(Recombinant human growth hormone)다.

과거에는 동물이나 사람 사체에서 성장호르몬을 추출했지만 감염 우려가 컸다. 이에 유전자재조합 인간 성장호르몬제제가 개발됐다. 우리 몸에서 단백질이 생성되는 과정은 유전체에 있는 DNA에서 RNA를 거쳐서 단백질로 발현된다. 이를 역으로 이용해 단백질에서 RNA, DNA를 추출하고 박테리아 등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방법으로 성장호르몬을 만들어낸다. 입증된 부작용으로는 두통과 혈당상승 등이 있지만 성장호르몬결핍증 치료제는 1985년에 미국 FDA에서 승인돼 오래 연구가 된 만큼 비교적 안정성이 확보돼 있다. 하지만 치료 중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은 반드시 필요하다.

- 성장호르몬을 얘기하다 보니 환경호르몬이 떠오른다. 실제로 연관이 있는지.

환경호르몬은 주로 사춘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비스페놀프리 영수증을 예로 들겠다. 비스페놀은 사춘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져 서서히 퇴출되고 있다. 이밖에도 여러 물질이 있지만 사춘기를 촉진해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만들고 키를 작게 한다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사춘기를 지연시킨다는 연구도 있어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 최근 의료환경이 변화하면서 디지털솔루션이 의료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소아내분비과 의사로서 디지털솔루션은 성장호르몬뿐 아니라 당뇨 부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연속혈당 측정기라고 해서 과거에는 혈당을 매번 채혈해 확인했지만 지금은 연속혈당측정기를 복부나 팔에 삽입한 후 24시간 연속적인 패턴 확인이 가능하다. 또 연속혈당 측정기와 인슐린 펌프가 연동돼 혈당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적절한 양의 인슐린을 주입하는 정도로까지 발전했다. 성장호르몬결핍증 역시 마찬가지다. 키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주사를 잊을 리는 거의 없지만 주사를 안 맞는 경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 자동기록돼 환자관리가 수월해졌다.

- 아이의 키가 작으면 보호자가 큰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다.

중요한 질문이다. 보호자 두 명 중 한 명만 작은 경우가 많고 다른 쪽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아빠가 작아서 이렇게 된 거냐고 물어보시면 어떤 대답을 듣고 싶냐고 역으로 질문하기도 한다. 사실 성장호르몬결핍증은 보호자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의 성장호르몬결핍증으로 보호자가 죄책감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또 키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성장 자체를 신경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신체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건강한 마음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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