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 사각’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사회 조직은 비슷하게 움직인다. 정책은 이슈에 의해 수립되고, 복지는 보편성을 지향하고, 그나마 만들어진 것들도 행정의 틀에 갇혀 버린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은 필요성을 따져 선제적으로 수립돼야 하고, 복지는 절박성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며, 행정은 유연성을 가지고 내정된 혜택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이것은 전문가만이 제시할 수 있는 해법이 아니다. 상식이다. 그런데 왜 불행한 사건은 반복이 되고 상식이 해법인 것처럼 논의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관심추종자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들이 그 중심에 있다. 이슈가 되면 동정을 표시하며 각종 의견을 내놓다가 시간이 지나면 해결 여부와 상관없이 잊어버리는 우리들, 또 그것을 알기에 생색만 내다가 시간이 가면 용두사미처럼 사라지는 정책 입안자들이다.

더 심각한 것들이 있다. 개인적인 혹은 가족의 불행이 이미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슈화되지 못해 관심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경우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벗어날 수 있는 지푸라기도 잡지 못하게 된다. 시간이 다르게 설정된 시한폭탄이 줄줄이 놓여 있고 폭발할 것이 예견되지만 이슈화되지 않았기에 말 그대로 관심 밖이다.

많은 장애인의 보호자나 부모가 한결같이 한탄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본인들이 해당 장애인보다 하루는 더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 두고 가기엔 너무 가슴이 아프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발달장애인, 중증 마비 장애인들의 가족들에게 언제든지 불행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대책과 지원은 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간단한 예로 24시간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 가정은 이론적으로는 24시간 활동보조인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거주지, 구인, 지자체 보조 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제도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하염없이 절박한 삶은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하소연한다. 반복적으로 여러 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면 개선될 만도 한데 사건이 터지고 이슈화되면 주목받기 위해 관심을 가진다. 그래도 대책이 수립된다면 다행이지만 관심이 줄어들면 관심추종자들은 모두 슬그머니 빠져나가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채 봉합되어 버린다.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우려할 정도로 의료혜택이 확충되었다. 그러나 분석된 자료를 보면 적절히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재원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좀 더 신중히 계획을 세워 이러한 낭비성 재원을 안타까운 일이 예견되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활용하면 상당수 불행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가 쉽게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일상은 반복된다. 관심추종자들의 일상도, 사각지대 사람들의 일상도 반복된다. 하루하루가 버거운 사각지대 사람들의 시간은 시한폭탄의 맞춰진 시간을 향해 가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이 반복된다.


Today`s HOT
400여년 역사 옛 덴마크 증권거래소 화재 APC 주변에 모인 이스라엘 군인들 파리 올림픽 성화 채화 리허설 형사재판 출석한 트럼프
리투아니아에 만개한 벚꽃 폭우 내린 파키스탄 페샤와르
다시 북부로 가자 호주 흉기 난동 희생자 추모하는 꽃다발
폴란드 임신중지 합법화 반대 시위 이란 미사일 요격하는 이스라엘 아이언돔 세계 1위 셰플러 2년만에 정상 탈환 태양절, 김일성 탄생 112주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