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T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치료기술로 맞춤형치료 시대 열 것”읽음

헬스경향 이원국 기자

[인터뷰] 고홍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인체는 섬세하고 정교한 생명체다. 실제로 우리 몸은 수 조개의 세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일종의 거대한 면역체계인 셈이다. 문제는 이 면역기관에 한 번 이상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고홍 교수는 “FMT는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 이식방법을 활용해 치료하는 신의료기술”이라며 “이번 국책사업을 통해 데이터를 구축, 향후 치료제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홍 교수는 “FMT는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 이식방법을 활용해 치료하는 신의료기술”이라며 “이번 국책사업을 통해 데이터를 구축, 향후 치료제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면역체계는 인체를 외부의 위험한 침입자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때 항원은 면역체계가 인식, 면역반응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하는 물질이다. 항원이 위험한 것으로 인식될 경우 인체의 면역반응을 자극할 수 있다. 항원은 ▲세균 ▲바이러스 ▲다른 미생물 ▲기생충 또는 암세포 내부나 표면에 포함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면역체계의 중추는 어디일까. 혈액을 전신으로 공급하는 ‘심장’일까, 아니면 우리의 사고(思考)를 담당하는 ‘뇌’일까. 정답은 ‘장(腸)’이다. 장내에는 인체의 90% 이상의 미생물이 존재하며 평소에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식습관, 비만 등 외부환경 등을 통해 불균형이 야기되면 인체에 치명적인 질환을 발병시킨다.

여기서 착안된 것이 바로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이다. 실제로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은 여러 연구를 통해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뿐 아니라 자폐스펙트럼장애, 우울증, 알츠하이머병 등과 같은 신경계질환과 관련됐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며 전 세계에서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전 세계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21.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에는 6억4900만달러, 2024년에는 2018년 대비 167배 증가한 93억875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중요성을 인지, ‘FMT 기반 만성난치성질환 극복 선도형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치료기술개발’을 국책과제로 선정했다. 이에 국책사업 PI인 고홍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의 정의는 무엇인가.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을 설명하기에 앞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알아야 한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 군집을 뜻하는 마이크로비오타(Microbiota)와 유전체를 의미하는 게놈·지놈(GEnome)의 합성어로 다양한 미생물군의 유전정보를 포함한 대상을 의미한다. 이때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 인체와 관련된 마이크로바이옴을 뜻한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에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마이크로바이옴이 조화로울 때 더 건강하다. 무엇보다 또 이 작은 미생물 유전체 안에는 생존에 필요한 모든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은 2000년대에 들어 미생물에서 DNA를 시퀀싱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전 세계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 휴먼마이크로바이옴과 연계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것은 ▲종양질환(면역관문억제제) ▲뇌신경계질환(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조현병, 자폐스펙트럼) ▲심혈관계질환(동맥경화) ▲간담도계(비알코올지방간염) ▲장관계(염증성장질환, 위막성대장염, 다제내성균주감염) ▲요로계질환(심인성방광염) ▲피부질환(화농성한선염) 등이 있다.

- 휴먼마이크로바이옴과 분변미생물이식(이하 FMT)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FMT는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 이식방법을 활용해 치료하는 신의료기술이다. FMT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장내 미생물에 관해 알아야 한다. 장내 미생물은 체내 미생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사람 세포 수의 총합보다 10배 이상 많은 세포를 갖고 있다. 즉 장은 인체의 면역력을 담당하는 중추기관으로 여러 장기와 상호작용한다. 2014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10대 유망기술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항생제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또는 재발성 ‘클로스트리듐디피실 감염(CDI)’에 사용하는 신의료기술로 2016년 등록됐다.

- 이번에 FMT기반 만성난치성질환 극복 선도형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치료기술개발 책임자가 됐다. 사업에 관한 설명 부탁한다.

이번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며 운이 좋게 전체 PI를 담당하게 됐다. 사업의 목표는 휴먼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 간의 관계규명을 통해 질병의 발생과 진행, 악화·호전, 기존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여부에 관여하는 휴먼마이크로바이옴과 인간 장내 생태계를 이해해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사업기간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총 4년이며 연구비는 152억원이 책정됐다. 대상질환은 ▲궤양성대장염(세브란스병원) ▲비알코올지방간염(한림대병원) ▲천식(서울대병원) ▲우울·불안장애(고려대병원) 등 4가지다. 이밖에도 카이스트, 숙명여대, 경북대, 부산대, 한국공학대,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 유수 대학교는 각 대표 질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종근당바이오, 바이오일레븐, 한국베름, TMS헬스케어, 비티시너지 등의 참여 기업들은 유효균주 및 유효물질 제공, 독성시험, 스케일업 등을 담당한다.

- 사업은 2022년부터 2025년 동안 진행된다. 각 연차별 사업목표가 있을 것 같은데.

이번 국책사업은 일종의 ‘교두보’다. 먼저 마이크로바이옴은 미래 먹거리 사업인 만큼 그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신의료기술은 인간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국책사업을 통해 임상실험과 독성실험을 거쳐 데이터를 구축, 향후 임상시험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을 만들 예정이다. 무엇보다 FMT 기반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각종 질환치료에 대한 효과가 입증된 장내미생물을 소재로 개발하기 때문에 안전성에서 기본 의약품보다 월등히 높다.

- 국책사업 PI로 선정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쉬운 일은 없다. 솔직히 중간에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게 만들었던 계기가 있었다. 바로 ‘환자’다. 몇 해 전 염증성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염증성장질환이 너무 심해 등교 자체가 어려웠다. 또 너무 어렸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약제가 매우 한정적이었다. 최후의 교두보가 FMT였다.

그런데 FMT를 하기 위해서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사람마다 장내 미생물 환경이 다르고 기증자의 건강상태, 분변의 이식상태, 분변의 이식 전 처리과정, 분변 이식의 횟수 등 고려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는 버텨냈고 가족들도 전적으로 힘을 실었다. 결과는 성공적으로 현재 아이는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같은 꿈, 같은 생각, 같은 목표, 같은 진심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연구자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결국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이번 사업은 ‘환자를 위한’ 연구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 향후 목표에 관해 한 말씀 부탁한다.

최근 맞춤형 의약품이 대세다. 휴먼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가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휴먼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는 맞춤형 치료제로서 월등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치료제는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으로 예방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어떠겠는가.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편의점에 가서 맞춤형 휴먼마이크로바이옴 건강기능식품을 손쉽게 구매해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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