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만’은 질병
영양 과잉·부족한 신체 활동 탓
성인 돼도 비만 유지 가능성 높아
외모 자신감 저하 정신건강 해쳐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식사
무리한 감량보다 운동 습관 권장
‘어릴 때 찐 살은 나중에 크면 키로 간다’는 속설은 맞는 말일까. 결론부터 제시하자면 소아비만이 향후 키 성장에 이바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성조숙증을 유발해 성장 잠재력을 낮추고, 고혈압·당뇨 등 대사질환의 발병 소지를 높여 삶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더 크다.
의학적으로 소아비만은 유아기에서 사춘기까지 나이대에서 체중이 신장별 표준체중보다 20% 이상 많이 나가거나, 같은 연령대에서 체질량지수(BMI)가 상위 5%인 경우를 말한다. 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소아에게 가장 흔한 영양 장애로, 세계보건기구(WHO)가 해마다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하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BMI가 23 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국내에서도 6~18세 소아·청소년 5명 중 1명은 과체중 및 비만에 해당할 정도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소아비만의 주된 원인은 소모하는 열량보다 더 많은 양의 열량을 섭취하는 데 있다. 섭취·소모 열량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비만 발생에 관여한다. TV 시청이나 게임, 인터넷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 열량 소모량이 줄어들수록, 그리고 고지방·고열량·저식이섬유 식단을 불규칙한 간격으로 섭취할수록 비만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인석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명예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소아비만은 부모의 비만과도 연관이 있는데 양친 모두 비만이면 자녀 중 80%, 부모 중 한쪽만 비만이면 자녀 중 40%, 부모 모두 비만이 아니면 자녀 중 7% 정도에서 비만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 아동은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약간 큰 편이지만 사춘기가 빨리 오는 만큼 성장 후 성인이 됐을 때의 키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소아비만이 있으면 성인기에도 비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임 명예원장은 “비만은 결국 지방간과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질환을 다양하게 유발해 결국 수명 단축까지 초래할 수 있다”며 “그 밖에도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친구와 어울리는 것을 꺼리고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등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아비만 치료는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기본으로 삼는다. 효과가 없다면 약물요법과 비만수술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신체는 체중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갖고 있어서 무리한 감량에 들어가면 오히려 체내 대사량을 줄이고 지방을 축적하게 하는 ‘요요 현상’이 발생하기도 쉽다. 따라서 소아·청소년기에는 무리해 체중을 줄이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키 성장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임 명예원장은 “규칙적인 아침 식사를 하면서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고, 하루 1시간 이상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양육자와 아이가 함께 식단을 결정하고 외식이나 인스턴트 배달 음식, 간식은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