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닫힌다, 놔두면 크게 다친다…자칫하면 실명하는 녹내장

김태훈 기자

녹내장은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질환으로 꼽힌다. 자칫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지만 시신경이 80~90% 이상 손상될 때까지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기도 하다. 시야의 중심부만 남을 정도로 시야가 좁아지고 나서야 이상을 느끼거나, 아예 중심 시야까지 침범돼 시력이 떨어지고 난 뒤 알아차릴 정도로 시야 주변부에서 중심부로의 결손이 오랜 기간을 두고 진행된다. 치료받지 않으면 서서히 진행된 시야 결손이 말기엔 결국 실명으로 이어진다.

서서히 닫힌다, 놔두면 크게 다친다…자칫하면 실명하는 녹내장

국내 녹내장 환자 수는 2021년 108만명을 기록하며 100만명을 넘어선 이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녹내장이 여러 원인 때문에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고, 아직까지 손상된 시신경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하지만 이들 환자들이 모두 실명에 이르는 것은 아니며 치료와 관리를 꾸준히 하면 시력을 충분히 지켜낼 수 있다. 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은 한 번의 수술로 해결된다기보다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녹내장으로 실명을 하거나 생활에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의지를 가지고 철저히 관리해 나간다면 좋은 치료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화로 시신경 약해져 좁아지는 시야
젊어도 고도 근시 땐 방심할 수 없어
평소 위험 줄이려면 안압 관리 힘써야
“40세 이후라면 정기적 안저검사를”

녹내장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는 주요한 원인으로는 안압 상승이나 혈액순환 장애 등을 들 수 있다. 눈 안에는 방수라는 액체가 가득 차 있는데, 방수는 섬유주라는 부분으로 빠져나가며 순환한다. 이 섬유주가 막혀 안압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녹내장을 폐쇄각 녹내장이라고 한다. 반면 섬유주가 닫히지 않았는데도 다른 원인 때문에 안압이 올라가는 경우를 개방각 녹내장이라고 부른다.

안압 상승이 녹내장의 가장 주된 원인이긴 하지만 국내의 녹내장 환자 중에는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정상 안압 녹내장의 비율이 더 높다.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안압의 정도가 개인마다 다르고, 정상 안압에서도 시신경 자체가 약하면 쉽게 손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상 안압의 범위는 10~21㎜Hg인데, 이 범위 안에 있으면 녹내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해당 수치는 녹내장이 아닌 사람들의 안압을 통상적으로 측정했을 때 나온 결과일 뿐이어서 녹내장 발생 여부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닫힌다, 놔두면 크게 다친다…자칫하면 실명하는 녹내장

고령층에서 녹내장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나이가 들면서 안구 노화 때문에 시신경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면 특히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데, 시야가 좁아졌다고 느끼는 중기 이상이 되면 특징적인 증상을 보이므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운전할 때 주변 차량이 차선 변경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 발을 헛디디는 등 이전까지는 시야 범위가 유지됐기 때문에 자연스레 하던 행동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젊은 연령대라도 고도 근시가 있거나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녹내장 합병증이 올 확률이 높다. 그 밖에도 부모가 녹내장이 있다면 자녀의 녹내장 발생 위험은 약 2~3배 높아지며, 형제 중 녹내장이 있다면 발생 위험이 약 7~8배까지도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어렸을 때부터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녹내장 검사는 주로 안압 측정, 시신경·망막 검사, 시야 검사 등 3단계로 진행한다. 안압을 측정할 때는 눈에 마취 안약을 넣고 접촉 안압계를 사용해 정확하게 수치를 측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고압 공기를 내뿜어 각막의 변형을 측정하는 비접촉 안압계를 더 많이 사용한다. 시신경·망막 검사는 사진을 찍어 눈 안의 시신경이나 망막의 형태를 확인해 녹내장의 특징이 확인되는지를 살핀다. 최근에는 시신경을 단층으로 잘라 입체적인 두께나 부피 등을 확인하는 ‘안구 단층 촬영(OCT)’ 검사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치료의 관건은 안압을 조절하고 낮추는 데 있다. 녹내장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약물, 레이저, 수술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약물치료는 안약을 사용해 안압을 낮춰 눈 속의 혈액순환을 돕고 시신경을 보호해 시력이 나빠지거나 실명할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김영국 교수는 “안약을 투여할 때 눈물 통로를 통해 코나 입으로 안약이 흘러 불편하다면, 투여 후 약 2~3분간 눈물 통로를 지압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해 주는 것이 좋다”며 “또한 날카로운 안약병에 닿아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하고, 약병에 균이 옮겨가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레이저 치료법은 크게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과 레이저 홍채 절개술로 구분된다. 방수가 잘 나갈 수 있도록 개방각 녹내장일 때는 주로 섬유주에, 폐쇄각 녹내장은 주로 홍채에 레이저로 구멍을 뚫는 것이 차이점이다. 수술 치료는 섬유주 절제술과 녹내장 임플란트 수술이 대표적이다. 수술 치료 역시 방수가 눈 밖으로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2차 배수로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섬유주 일부를 절제해 배출 통로를 만들어주는 섬유주 절제술을 시행했다가 만일 염증이나 흉터, 외상 등의 원인으로 배출로가 너무 빨리 달라붙는 일이 생기면 눈 속에 관을 넣어 방수가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돕는 녹내장 임플란트 수술을 진행한다.

▶녹내장 진행 정도에 따른시야 차이

서서히 닫힌다, 놔두면 크게 다친다…자칫하면 실명하는 녹내장

녹내장은 수술 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수술한 눈을 과도하게 문지르면 염증이 발생하거나 수술 부위가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수술로 만드는 방수 통로는 대부분 윗눈꺼풀 아래 흰자 부분에 생성하므로 안약을 넣을 때는 아래눈꺼풀만 당기는 것이 좋다.

평소 녹내장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눈에 가해지는 압력을 높이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 물구나무서기, 관악기 연주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행동도 안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눈을 쉬게 하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그 밖에도 다량의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거나 넥타이를 세게 매는 경우에도 안압이 상승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전문의는 “특히 정상 안압 녹내장은 발견이 쉽지 않기 때문에 노화와 함께 시신경이 약해질 수 있는 40세 이후라면 정기적으로 안저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며 “만약 정상 안압 녹내장을 앓고 있다면 약물치료 등을 통해 안압이 더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눈으로 가는 혈액순환을 개선하기 위해 자전거, 달리기 등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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