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축축…‘식중독의 계절’ 장마철 건강관리

김태훈 기자
눅눅·축축…‘식중독의 계절’ 장마철 건강관리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높은 습도와 마주할 시기가 됐다. 높은 습도가 불쾌지수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에 미칠 악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7월은 한 해 중 가장 습한 달로, 지난해 서울과 부산의 7월 평균 상대습도는 81%를 기록하며 연중 가장 높았다. 신체 건강에 가장 적합한 습도 범위가 40~60%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고온다습한 장마철 날씨는 불쾌지수를 높일 수밖에 없다. 각종 세균과 곰팡이 같은 미생물들의 번식 속도도 빨라져 식중독과 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하기 쉽다.

눅눅·축축…‘식중독의 계절’ 장마철 건강관리

식중독은 음식물 섭취를 통해 소화기가 감염되어 배탈과 설사, 발열, 구토 등의 증상이 급·만성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장마철에는 온도와 습도가 높아 음식물이 상하기 쉬우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살균 효과가 있는 햇빛의 자외선 양이 장마철에 줄어드는 것도 세균이 활발한 활동을 하는 데 영향을 준다.

식중독을 원인에 따라 분류하면 세균 자체에 의한 세균성 식중독 외에도 식품 속 미생물이 생산하는 독소 또는 동식물성 식재료에 원래부터 함유돼 있던 독소가 유발하는 식중독, 화학물질이 일으키는 화학성 식중독 등이 있다. 장마철에 특히 유의해야 할 식중독은 세균성 식중독인데, 대표적인 병원균으로는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이질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이 꼽힌다.

작년 7월 상대습도 81% 연중 ‘최고’
신체 건강에 적합 수치는 40~60%

여름철 유의해야 할 ‘세균성 식중독’
음식·식재료 4도 이하로 보관해야
구토·설사 땐 충분한 수분 공급부터

에어컨·제습기엔 세균·곰팡이 번식
작동 후 5분가량 환기시키면 ‘도움’
사용 후엔 송풍모드로 내부 건조를

증상이 가장 빨리 나타나는 건 포도상구균이 일으키는 식중독이다. 이 균의 독소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으면 1~6시간 내에 구토와 설사를 하게 된다. 이 경우 항생제나 지사제를 복용하기보다는 먼저 충분한 수분 공급을 해주는 것이 좋다. 살모넬라균은 닭·오리 같은 가금류가 가장 흔한 감염원으로, 계란도 감염원이 될 수 있다. 살모넬라균은 열에 약해 62~65도에서 30분 가열하면 사멸된다. 달걀을 익히면 감염을 피할 수 있지만,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다른 식품에 옮겨져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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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은 배설물 등으로 오염된 물과 변질된 음식을 통해 감염되며 전염성이 강하다. 이질균은 물속에서 2~6주 동안, 흙에서는 수개월 동안 살 수 있다. 위산에도 잘 죽지 않아 손에 조금만 묻어 있거나 200개 정도의 균에 감염돼도 이질을 일으킬 수 있다. 구역질, 구토와 같은 초기 증세에 이어 3~6주 동안 하루 여러 차례 설사를 하는 증상을 보인다. 어린이나 노인은 탈수가 심해져 혼수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으니 설사가 지속되거나 탈수 증상이 있다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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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리오 패혈증은 전염병 중 치료를 해도 환자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바닷물에서 서식하는 비브리오균은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에 급격히 증식한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균 한두 개가 몸속에 들어가 발병하는 것은 아니고, 대개 10만개 정도가 침입해야 발병한다”며 “생선회나 생굴 등 날해산물을 먹은 만성간염, 간경변증 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므로 이러한 지병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해산물을 익혀서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음식을 조리·보관하는 과정에서 알맞은 관리가 필요하다. 식재료나 조리된 음식 모두 4도 이하에 보관하는 것이 좋고, 가열은 60도 이상 온도로 해야 한다. 철저한 개인위생도 중요하다. 외출하거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는 손 씻기가 필수다. 정지원 교수는 “식중독 사고가 빈발하는 여름에는 마시는 물도 중요하다”며 “산이나 계곡, 해변에 놀러갔을 때 지하수나 약수, 우물물은 수돗물과 달리 염소 소독을 안 한 상태이므로 각종 식중독균 오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눅눅·축축…‘식중독의 계절’ 장마철 건강관리

높은 습도에서 세균·곰팡이 등이 번식하기 쉬운 장소가 또 있다.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에어컨과 제습기 역시 이들 미생물이 생장하기 좋다. 청결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 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에어컨은 가동을 멈추면 차가운 냉각핀 등 곳곳에 맺힌 물방울이 남아 있어 습한 환경이 유지되기 쉽다. 제습기 중 냉각식 제습기 역시 공기 중의 수증기를 물로 응축시키는 방식을 쓴다. 이 때문에 제습 과정에서 필터에 걸러진 유해물질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고 바로 틀면 미생물이 공기 중에 퍼지는 효과까지 더해져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에어컨을 켰을 때 퀴퀴한 냄새가 난다면 곰팡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아스페르길루스 곰팡이는 건강한 사람에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하거나 천식이 있다면 만성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주로 오한과 발열, 흉통, 호흡곤란, 가래 끓는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류혜승 인천힘찬종합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에어컨과 제습기의 필터와 열교환기 등에는 미생물이 서식하기 쉽고, 공기 중에 부유하다가 인체로 들어오면 알레르기 반응과 천식, 비염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컨에서 증식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유해균에는 레지오넬라균이 있다. 레지오넬라균은 주로 중앙냉방장치를 사용하는 건물의 냉각기 내부에서 냉각수가 오염될 때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중앙냉방장치가 있는 사무공간에서 장시간 생활할 경우 쉽게 노출될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는 등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독감과 같은 호흡기 증상을 보이거나 두통, 근육통, 고열, 오한 등 폐렴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특별한 치료 없이 회복되기도 하지만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고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으므로 초기에 정확한 진단 후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에어컨과 제습기를 세균·곰팡이 걱정 없이 건강하게 사용하려면 처음 쓸 때는 물론 사용 중에도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터는 최소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청소할 필요가 있다. 청소할 때는 우선 청소기나 칫솔 등으로 먼지를 털어낸 뒤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풀어서 닦고 그늘에 완전히 말리면 된다. 필터에 붙어 있던 곰팡이 포자가 공기로 퍼질 수 있으므로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창문을 열어둔 채 청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을 보다 건강하게 쓸 수 있는 사용 습관도 기억해두면 좋다. 에어컨은 켠 직후에 곰팡이가 많이 퍼지기 쉬우므로 작동 후 5분가량은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것을 권장한다. 장시간 켜두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동 중간에도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줘야 한다. 사용 후에는 10~20분 정도 송풍모드로 내부를 건조시키면 곰팡이 번식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류혜승 과장은 “에어컨 사용 후 열과 콧물, 인후통, 코막힘, 두통, 피로감, 관절통 등의 증상이 생길 경우 단순한 감기로 생각해 참지 말고 정확한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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