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두통·구토 등에 목 뻣뻣하게 굳는 증세
심하면 혼수상태·후유증…“빠른 진단이 중요”
여름철 물놀이장이나 해외 여행을 다녀온 뒤 감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경우 뇌수막염일 가능성을 염두해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질환의 원인에 따라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세 겹의 뇌척수막이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발열과 두통, 구역·구토 등 일반적인 증상이 가장 흔히 나타나는 한편 목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 머리를 앞으로 구부릴 수 없는 경부강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혼수상태가 되거나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고 뇌염으로 진행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뇌와 척수에 가까운 곳에 염증이 생긴 탓에 신경계에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치료 후 환자에게 장애가 남는 경우도 있다. 소아에겐 감각신경성 난청, 뇌전증, 수두증, 뇌성마비 등이 생길 수 있고 성인도 뇌혈관 질환이나 뇌 부종, 뇌내출혈 등 중추신경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뇌수막염은 감염원의 종류에 따라 크게 바이러스성·세균성·결핵성·진균성 등 네 가지로 구분한다. 가장 흔한 형태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으로, 그 중에서도 수족구병의 원인인 엔테로바이러스가 약 90%를 차지한다. 그밖에도 콕사키바이러스와 에코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가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정상적인 면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1~2주 내에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드물게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장 심각한 상태까지 진행할 수 있는 세균성 뇌수막염은 폐렴구균이나 수막구균, 대장균 등의 세균 감염으로 발생한다. 합병증의 발생위험이 높기 때문에 신속히 항생제 치료를 시작해 10~14일 이상 치료해야 한다. 결핵성 뇌수막염 역시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질환만의 고유한 증상을 찾기 어려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뇌수막염은 감기나 뇌염 등 다른 질환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의 판단만으로 상태를 단정짓는 것은 위험하다. 원인이 바이러스인지 세균인지, 세부적으로는 어떤 종류인지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진단을 위해서는 뇌척수액검사를 통해 원인균 및 바이러스를 확인하며 뇌 영상검사와 혈액배양·혈청학적 검사, 뇌조직검사 등을 함께 시행할 수도 있다. 변정혜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뇌수막염은 원인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빠른 감별이 필요하다”며 “원인에 따라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질병이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예방백신이 있지만 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과거엔 드물었던 원인균이 더 많이 발견되는 추세다. 따라서 효과적인 예방을 위해선 백신 접종을 비롯해 자주 손을 씻는 등 개인위생을 강화하기 위한 생활수칙도 지키는 것이 좋다. 변정혜 교수는 “특히 여름철 물놀이 전후 위생에 유의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오염된 물을 피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