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이기는 수면 꿀팁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열대야가 시작됐다.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인 열대야는 여름철 수면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하계 올림픽 경기 관람도 수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복병이다. 현지와의 시차가 7시간이라 일부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새벽까지 진행되므로 밤을 지새우고 경기에 과도하게 열중하다보면 잠이 부족해질 수 있다. 수면 부족은 다음날 활동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약화시켜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사람은 잠자기 2시간 전 가장 높은 체온을 유지한다. 이후 수면과 함께 점차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잠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면서 깊은 잠을 유지하게 된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신경과 교수는 “잠에서 깨어나기 2시간 전까지 체온이 내려가고 이후 조금씩 체온이 높아지면서 잠에서 깨어난다”며 “그런데 밤 동안 대기 온도가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높은 기온 때문에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되고 멜라토닌 분비도 되지 않아 깊은 잠에 들기 어려워 자주 깨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대야를 이기기 위해선 침실 상태를 시원하고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낮 동안 블라인드와 커튼을 사용해 뜨거운 햇빛과 공기가 집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여름철 한낮에 실내온도가 유난히 올라가는 집이라면 태양열을 상당한 수준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대처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밤에는 고성능 컴퓨터나 대형 TV 등 열이 많이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적게 사용해야 한다. 되도록 사용량을 줄이고 취침 1~2시간 전부터는 끄는 것이 실내온도 유지에 도움이 된다.
다른 가전기기는 껐더라도 잠들기 전 침대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쓰는 경우도 많다. 과학적인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이들 기기에서 나오는 청색광(블루라이트)이 수면에 들기 어렵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청색광의 영향은 차치하더라도 늦은 시간까지 밝은 화면을 바라보면 그만큼 뇌가 각성돼 잠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늦춰질 수 있다. 열대야가 입면시간을 늦추기도 하므로 적어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마트폰 등의 사용을 마치고 눕는 것이 좋다.
폭염에 밤에도 25도 웃도는 기온
파리 올림픽 시청에 잠 못 드는 밤
블라인드·커튼으로 실내 열기 차단
시원하고 쾌적한 침실 온도 유지
통기 잘되는 소재 침구 선택해야
경기 보며 맥주 한잔? 수면 방해
이뇨작용도 증진…탈수 올 수도
응원에 쉽게 떨어지지 않는 열기
미지근한 물 대신 찬물 샤워 좋아
올림픽 기간 중 밤까지 경기를 보더라도 관람 후 쉽게 잠들기 위해선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홍차 등은 피해야 한다. 또 더운 날씨에 응원 열기까지 더해지면서 맥주 한 잔 기울이며 갈증을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맥주를 마실 때는 시원해서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뇨작용을 증진시켜 탈수 현상을 부른다. 탈수 증상이 악화될 경우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전해질 불균형으로 근육경련,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갈증이 심할 때는 맥주 대신 물을 먹는 게 가장 좋으며, 음료를 다량 섭취하면 잠들고 나서도 요의 때문에 자주 깨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시청 중 졸음이 오기 시작하면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하루 이틀 정도는 늦게 잠드는 날이 있더라도 언제 잠들었는지와는 상관없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야 이후에도 수면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 잠이 부족해지면 낮잠으로 잠을 보충하고 싶어지지만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정 피곤해서 낮잠을 잘 때도 30분 이내로만 자는 것이 좋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방송을 통해 선수들의 열정적인 경기 모습을 시청하면서 정신적·심리적으로 흥분하기 쉬운데, 이때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면 스스로가 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밤늦게 경기를 볼 때는 가급적 흥분하지 않고 편안하게 봐야 잠에 잘 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높은 기온에 흥분된 감정까지 더해진 상태라면 시원한 물로 몸을 식히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양질의 수면을 위해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열대야에는 찬물 샤워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기온이 높지 않은 날씨에 찬물 샤워를 하면 혈관이 수축하고 몸을 흥분시키는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깊은 잠을 방해하지만, 열대야에는 높은 기온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으므로 빠르게 체온을 낮춰주는 방법도 좋다.
침실의 온도 조절을 위해 에어컨을 쓴다면 너무 낮은 온도까지 냉방을 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냉방병을 유발할 수도 있는 데다 체온과 외부 기온 간의 차이가 크면 오히려 혈관 수축을 일으켜 몸속 심부체온의 발산을 막으면서 체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수면에 들기 좋은 습도인 50% 수준을 맞추기 위해 제습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습도가 높으면 체감온도가 더 올라가 더위 때문에 잠들기 어려워지고 자주 깨기 쉽다. 자면서 직접 몸과 맞닿는 침구류도 통기가 잘 되는 시원한 소재로 된 것을 사용하면 좋다. 자면서 흘리는 땀을 잘 흡수하고 빨리 증발하게 해주는 소재의 침구를 쓰면 보다 쾌적한 수면이 가능하다.
잠이 적어지는 노년층이라면 잠을 설치기 쉬운 열대야 때문에 고민이 더 커질 수 있다. 소음과 온도 등을 조절해 편히 잘 수 있는 침실 환경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은 필수다. 특히 여름철엔 모기가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모기장을 치고 자기 전 방안에 모기가 있나 확인해 자는 동안 모기 때문에 깨는 일을 최대한 예방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평소의 습관을 교정해 수면의 질 자체를 올리는 방법도 권장한다. 주기적으로 오후에 운동을 하고 잠을 방해하는 음식은 줄여 멜라토닌이 생성되기 좋은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잠자리에 든 뒤에도 20분 이상 잠들기가 어려워 뒤척인다면 일어나서 독서나 편안한 음악 감상, 복식호흡, 스트레칭 등으로 몸과 마음을 진정시킨 뒤 잠이 올 때 다시 눕는 것이 좋다. 신원철 교수는 “60세 이후에는 생체시계가 위치한 시상하부가 노화하면서 기본적으로 예전보다 잠을 못 자게 된다”며 “그러므로 스스로 뇌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