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독증 등 그간 보장 대상에서 빠져
금융당국, 임신·출산을 ‘우연한 사건’ 해석
실손보험 표준약관 개정 여부는 지켜봐야
임신 중독, 임신성 당뇨 등등 수많은 임신·출산 관련 질환이 앞으로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간 ‘우연한 사건’이 아니란 이유로 임신·출산 관련 질환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는데 최근 금융당국이 유권해석을 통해 임신·출산도 보험에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다만, 실손보험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데다 소급 적용이 불가능할 수 있어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이 전날 2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임신·출산 질환에 대한 보험상품 개발을 허용한 데 따라 본격적인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9일 “여성전문 보험상품을 집중적으로 파는 보험사라면 앞으로 임신성 질환에 대한 보험상품이 더 많아질 수 있다”며 “기존에 특약으로 보장받았던 질환에 더해 난임 등 임신과 관련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게 관계자는 “앞으로 임신·출산 자체가 하나의 우연한 이벤트로 인정되면 보험사들은 임신 시 출산지원금을 주는 정액형태 상품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보험개혁회의는 다양한 보장상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임신·출산을 보험 보장 대상으로 편입하기로 했다. 당국은 약 20만명의 임산부가 보험금 보장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보통 일반적인 출산 비용은 국민건강보험과 정부 지원으로 대부분 보장이 된다. 자연분만 비용은 이미 국가가 전액 보장하고 있고 제왕절개 본인부담금도 기존의 5%에서 0%로 조만간 없어진다. 하지만 임신당뇨, 사산, 전치태반, 입덧, 자궁외 임신 등 다양한 관련 질환은 모두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빠져있다. 가입자 별로 태아보험 산모특약을 따로 계약하지 않는 이상 예상치 못했던 임신중독 등에 걸려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임신·출산에 대한 해석 때문이었다. 보험상품은 ‘우연한 사건’에 대한 위험을 보장하는 것인데 임신과 출산은 ‘우연’이라기보다 예측이 가능한 것으로 보는 해석이 많았다. 이에 습관성 유산·불임을 보장하는 4세대 실손보험을 제외한 1~3세대는 임신·출산 및 산후기 관련 질병 ‘O코드’를 모두 보상 범위에서 뺐다.
하지만 고위험 임산부 비중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유권해석에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뇨병·고혈압·갑상선질환·심장병 등에 노출될 위험이 큰 고위험 임신은 이미 전체 임신의 30%에 달하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35세 이상 고연령 산모가 계속 늘고 있어 당분간 이 수치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국내외 임신·출산 관련 보험상품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서 “임신·출산 관련 질환은 우발적인 사고”라며 “출산 연령이 증가하고 있고 임신중독증 환자도 증가 추세에 있음으로 관련 보험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험사가 당장 상품 개발에 나서더라도 얼마나 많은 임산부가 보험 혜택을 체감할지는 불분명하다. 실손보험은 표준약관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한동안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표준약관개정 여부 등 실손보험에 대한 부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어제 유권해석은 임신을 하나의 보험사고로 보고 지금까지 막혀있던 일반 보험 개발을 열어준 판단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손보험이 약관 개정으로 바뀌더라도 기존의 실손보험에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다는 점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새롭게 들어설 실손보험 5세대 등에 포함되면 새 가입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결국 기존 보험 가입자는 갈아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방향일 텐데 그게 과연 전체 질병의 보장성 측면에서 가입자에게 유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