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기간은 학기중보다 생활습관이 흐트러질 수 있고 열량이 높은 간식을 섭취하는 경우도 많아 소아·청소년의 체중이 늘어나기 쉬운 시기다. 전문가들은 성장기인 소아·청소년기에 비만으로 늘어난 지방세포의 수가 성인이 돼서도 유지되므로 평생 건강을 위해선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소아·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줄곧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대한비만학회가 지난 2월 발간한 ‘2023 비만 팩트시트’를 보면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19.3%로 나와 5명 중 1명 꼴로 비만에 해당했다. 의학적으로 정의한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장도표 상에서 성·연령별 체질량지수(BMI)가 상위 5% 기준을 넘는 경우를 가리킨다. 특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부비만 역시 성인과 마찬가지로 소아·청소년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유병률이 17.3%로 집계됐다.
어린 시절의 비만이 더 위험하고 관리가 필요한 이유로는 소아시기 비만의 50%, 청소년기 비만의 80% 가량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은실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비만은 지방세포의 수가 증가하는 ‘지방세포증식형 비만’과 지방세포의 크기가 증가하는 ‘지방세포비대형 비만’으로 나눌 수 있다”며 “한번 늘어난 지방세포 수는 살을 빼도 줄어들지 않는데, 소아비만은 지방세포증식형 비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소아비만은 성인비만보다 다양한 영역에 걸쳐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도 커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영양 섭취와 대사 과정에 관련된 합병증인 지방간과 고혈압, 당뇨병을 비롯해, 성조숙증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성장이 빠르게 끝나버릴 수 있어 장기적인 키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 우울증이나 자존감 결여 등 정신건강 문제까지 동반될 수 있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을 치료·예방하려면 조기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성장기라는 점을 고려해 급격한 체중감량 방법을 택하는 대신 꾸준하고 완만하게 몸무게를 줄여나갈 수 있게 지도하는 것이 좋다. 김은실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는 조기에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통해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며 “단순히 체질량지수만을 통해 진단하기보다는 피하지방형 비만과 내장지방형 비만을 구분해 정확한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생활습관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