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발 내놓기 민망해 ‘무지외반증’
엄지발가락이 발 안쪽으로 휘어지는 ‘발 변형 질환’…통증 느껴질 때부터 조기 관리 필수
여름철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히려 발이 노출되는 신발을 신을 때 이 질환이 있다면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일 수 있다. 바로 무지외반증이다. 엄지발가락인 무지가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는 질환인 무지외반증은 ‘하이힐 병’이라고 불릴 만큼 굽이 높고 볼이 좁은 신발을 장시간 착용할 때 생기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평발 같은 발의 구조적 요인이나 가족력 등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 질환은 주변 부위에 발생한 다른 질환과 혼동할 소지도 있어 발 건강을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무지외반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5만4665명으로, 이 중 약 81%가 여성이었다. 병원을 방문하는 남녀 환자 비율에선 큰 차이를 보이지만 실제 남성 환자 비율은 더 높을 수 있다. 여성이 하이힐 같은 불편한 신발을 신는 경우가 더 많은 데 비해 남성은 발의 변형이 일어나도 비교적 편한 신발을 신다 보니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영식 바른세상병원 수족부센터 원장은 “발이 드러나는 여름철이면 발 변형 콤플렉스로 교정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들이 늘어난다”면서도 “발은 생명과 직결되는 부위가 아니어서 통증이 있어도 간과하거나 발의 변형을 질환이라기보다는 신발 때문에 생긴 단순 통증이나 콤플렉스로 여기다 증상이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이힐 신는 여성들 발병률 높아
평발 같은 구조적 요인도 큰 영향
굽 높고 볼 좁은 신발 착용 피해야
교정 수술은 고난도…합병증 위험
스트레칭·족욕, 통증 완화에 도움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을 잡고 있는 안쪽과 바깥쪽의 힘줄과 인대의 균형이 깨져 변형이 시작되면서 발생한다. 엄지발가락의 변형이 심해질수록 관절부는 더욱 튀어나오는데, 이곳이 신발과 반복적으로 마찰하면 통증과 염증을 유발한다. 그 결과 볼이 좁은 신발을 신기가 어려워지고 걷기도 불편해진다. 증상이 심한 경우 관절 탈구나 관절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라면 볼이 넓은 편한 신발을 신고 발가락 사이에 보조기를 끼거나 교정 깔창 등을 이용하는 보존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무지외반증으로 걷기가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발가락이 휘어진 각도가 40도 이상의 중증변형이 되면 수술방법이 복잡해지며 수술 이후 재발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발이 변형되는 상태를 계속 방치하면 엄지발가락에 실릴 체중이 분산되면서 다른 발가락에 부담을 가중시켜 합병증을 부를 수도 있다. 또 통증 때문에 보행 자세가 정상에서 벗어나면 발목이나 무릎, 허리 같은 다른 부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윤영식 원장은 “엄지발가락 내측 통증이 심해지면 정상적인 보행이 힘들어지면서 무릎이나 허리 등에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무지외반증은 치료하기 전까지 발가락 변형이 지속되고 비수술적 치료로는 완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지외반증이 발생하는 엄지발가락은 다른 원인질환으로 통증이 나타나기도 쉬운 부위다. 전혀 다른 질환 때문에 혹은 2~3가지 원인질환이 겹쳐 이곳의 통증을 키울 수도 있어 감별이 중요하다. 엄지발가락에서도 아래쪽이 걸을 때마다 아프고 평상시에도 많이 부어 보인다면 종자골염일 수 있다. 엄지 관절 아래쪽에 있는 뼈인 종자골은 발을 디딜 때 힘을 가장 많이 받는 부위로, 특히 발의 아치가 큰 경우 종자골이 받는 압력이 더 높아진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을 때 역시 종자골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므로 무지외반증과 혼동될 수 있다. 그밖에 갑자기 운동량이 늘어 발을 많이 사용한 경우에도 종자골염이 생길 수 있다.
통풍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위 역시 엄지발가락이다. 혈액 속의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몸 곳곳의 관절에 요산이 결정으로 쌓이기 쉬워지는데, 특히 가장 말단부에 있는 엄지발가락 관절에 이 요산 결정이 잘 축적돼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통풍 때문에 엄지 관절에 급성 염증이 생기면 붓고 통증이 나타나므로 외형만 보고 무지외반증으로 혼동할 소지도 있으며, 두 질환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도 있으므로 각각의 질환을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원인의 발 통증을 구별하기 위해선 우선 발을 최근에 혹사해서 무리가 온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통증 발생 후 며칠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론 통풍 외에도 당뇨병이나 혈관질환, 신경계 질환 등 전신질환으로 발의 통증이 생긴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전신질환 때문이라면 발에만 국한된 통증 치료를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정덕환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발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들에게서 다른 전신질환이 원인이 된 경우를 발견할 때도 많다”며 “다른 질환이 없는 걸 확인해야 발 통증의 원인을 더욱 정확하게 찾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보존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환자의 불안까지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원인질환이 없고 발 변형 정도와 통증이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면 가능한 한 상태가 더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굽이 높거나 발 볼이 좁은 불편한 신발은 피해야 한다. 신었을 때 발가락 공간이 넉넉해서 발가락 움직임이 편한 신발을 선택하면 좋다. 평소 발의 피로감을 자주 느낀다면 발을 주무르고 스트레칭을 해주거나 따뜻한 물에 15~20분가량 족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지외반증으로 발이 변형돼도 통증이 없다면 반드시 수술 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반대로 통증이 심하면서 변형도 진행 중이라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뼈와 인대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변형된 엄지발가락 주변으로 중요한 신경과 인대, 혈관들이 지나가기 때문에 무지외반증 수술은 난도가 높다. 과거엔 변형된 뼈를 교정하기 위해 엄지발가락뼈 안쪽을 절개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한 탓에 수술 후 통증이 크고 주변 조직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도 높았다.
이에 비해 최근 많이 실시하는 최소침습 교정술(MICA)은 4~5㎜ 크기의 작은 구멍 4~5개를 통해 수술을 진행하므로 6~7㎝가량을 절개했던 이전 수술법보다 통증과 흉터가 줄고 회복 속도도 빨라진 장점을 보인다. 수술 후 1~2주 반 깁스를 한 뒤 2개월 정도 지나면 일반 운동화를 착용한 상태에서 정상 보행이 가능하다. 윤영식 원장은 “엄지발가락은 보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무지외반 수술은 족부 분야 전문 의료진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그에 맞는 수술을 받아야 수술 후 합병증이 적고 수술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