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까지 전이된 폐암에 ‘이 약제’ 쓰니··· 환자 절반 이상 종양 크기 감소

김태훈 기자
폐암은 진행이 빠르고 전이가 쉬워 뇌까지 암이 전이되는 경우도 흔히 나타난다. 게티이미지

폐암은 진행이 빠르고 전이가 쉬워 뇌까지 암이 전이되는 경우도 흔히 나타난다. 게티이미지

폐암 환자에게 흔히 발견되는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뇌로 전이된 종양을 치료하기 어려웠으나 3세대 티로신키나제 억제제가 개선된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임상연구가 발표됐다.

연세암병원 김혜련·홍민희 교수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강진형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최윤지 교수, 가천대 길병원 안희경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한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미국의학협회 종양학 학술지(JAMA Oncology)에 게재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진이 기존 약제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뇌 종양 크기가 감소한 환자의 비율을 뜻하는 뇌내 객관적 반응률은 55.3%로 나왔다.

폐암 가운데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에선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쉽게 발견된다. 이 변이는 암세포가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를 활성화시켜 성장을 촉진하는데, 여기에 티로신키나제라는 효소가 신호전달을 활발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물질로 작용한다.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한 티로신키나제 억제제가 개발됐으나 앞서 나온 1·2세대 약제는 뇌를 보호하기 위해 약물 전달을 막는 뇌혈관장벽(BBB)을 넘어 뇌 안까지 침투하기 어려웠다. 폐암은 진행이 빠른 공격적인 암이어서 4기 진단 당시 25%의 환자가 뇌까지 암이 전이된 양상을 보이지만 이를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뇌로 전이된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3세대 티로신키나제 억제제인 ‘레이저티닙’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종양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던 환자 38명 중 21명(55.3%)에게서 뇌 종양 크기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검사에서 뇌 내부의 암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나온 환자도 3명 있었다. 특히 1·2세대 약제에 대한 내성 때문에 나타나는 ‘T790M’ 변이가 생긴 환자 중에서는 객관적 반응률이 80%에 달해 더욱 효과가 컸다. 병의 진행 없이 생존하는 기간인 무진행 생존기간은 15.8개월을 기록했으며, T790M 변이에 따른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환자가 보인 부작용이 경미한 수준에 머물러 안전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혜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치료에 실패한 EGFR 양성 뇌 전이 환자에게 저항 돌연변이 T790M 발생 여부에 상관없이 3세대 억제제인 레이저티닙을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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