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뛰게 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관상동맥질환에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까지 동반되면 보통 각 질환별 치료 약제를 함께 복용했으나, 심방세동 치료제인 항응고제만 복용하는 것이 부작용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남기병·박덕우·조민수·강도윤 교수 연구팀은 심방세동과 관상동맥질환을 함께 갖고 있는 환자의 치료제 복용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치료법을 탐색한 연구를 저명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게재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진은 두 질환을 동반하는 환자 1040명을 대상으로 1년간 치료효과를 분석한 결과 질환별 치료제를 모두 복용한 복합치료 집단보다 심방세동 치료제만 복용한 단독치료 집단에서 사망·뇌졸중·심근경색·출혈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이 약 56% 낮았다고 밝혔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는 협심증·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은 전세계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흔하면서도 위험한 질환이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 역시 부정맥 중 가장 유병률이 높아 이들 두 질환이 동시에 동반되는 환자 또한 매우 흔하다. 일반적으로 관상동맥질환은 항혈소판제로, 심방세동은 항응고제로 치료해왔는데, 각 약제의 기전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혈액을 묽게 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때문에 두 질환을 같이 갖고 있는 환자가 두 가지 약제를 함께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두 질환이 함께 동반된 환자 1040명을 항응고제로만 단독치료한 집단 524명과 항응고제·항혈소판제를 모두 이용한 복합치료 집단 516명으로 나눠 1년 뒤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복합치료 집단에서는 사망·뇌졸중·심근경색·출혈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이 16.2%였던 반면, 항응고제 단독치료 집단에서는 6.8%로 낮았다. 단독치료 집단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이 약 56% 낮았고, 이런 결과는 출혈사건이 약 66% 감소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임상사건 가운데 사망이나 뇌졸중·심근경색 등의 발생률은 복합치료 집단 1.8%, 단독치료 집단 1.6%로 큰 차이 없이 모두 비교적 안전했다. 반면, 출혈사건 발생률에서만 단독치료 집단 4.7%에 비해 복합치료 집단은 14.2%로 큰 격차를 보였다.
연구진은 전세계 의사들의 임상치료 교과서로 불리는 ‘NEJM’에 게재된 이 연구를 통해 관상동맥질환과 심방세동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에게 부작용을 줄인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남기병 교수는 “그동안 최적 치료 방침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다기관 연구를 통해 치료 방침을 바꿀 중요한 결과를 얻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약물치료지침을 최적화해 환자들의 예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덕우 교수는 “심방세동과 관상동맥질환은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지만, 적절히 치료받으면 증상을 완화하고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따라서 환자 임의로 복용하는 치료제를 변경하거나 중단하기보다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의를 통해 본인에게 최적화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