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적혈구를 영장류에 수혈하니··· 하루 동안 혈액 지표 개선 효과

돼지의 적혈구를 영장류인 시노몰구스 원숭이에게 수혈해 혈액 지표 변화를 확인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국내 연구진이 돼지 피를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에 수혈한 후 혈액 지표가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수혈을 받은 원숭이는 하루 동안 적혈구·헤모글로빈 수치 등이 개선됐으나 이후 부작용도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림대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강희정·노주혜 교수와 안전성평가연구소 황정호 박사, 바이오기업 옵티팜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돼지의 적혈구를 영장류인 시노몰구스 원숭이에게 투여해 다른 종 간 수혈의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이뮤놀로지’에 게재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은 장기의 크기나 적혈구 기능 등 생리적인 요소들이 사람과 유사해 최근 이종이식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는 돼지의 적혈구를 활용해 혈액부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에선 일반 실험용 무균돼지와 함께 인간 혈액과의 호환성을 높인 형질전환 돼지의 혈액을 각각 임상용 적혈구 제제로 제조했다. 그 뒤 인간과 특성이 비슷한 시노몰구스 원숭이 12마리 중 각각 4마리씩을 실험군1, 실험군2, 대조군에 배정하고 25%의 혈액 손실을 유발했다. 일반 실험용 돼지와 형질전환 돼지의 적혈구는 각각 실험군1·2 원숭이에 수혈했다. 그리고 대조군 원숭이에는 출혈 전과 출혈 직후, 수혈 후 21일 동안 혈액 대신 생리식염수를 주입한 뒤 이들을 비교 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군1·2 모두 수혈 후 첫째 날까지 적혈구 수와 헤마토크리트 및 헤모글로빈 수치 등의 혈액학적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형질전환 돼지 적혈구가 일반 실험용 돼지 적혈구보다 전신에 드러나는 부작용이 덜했다. 하지만 이들 실험군1·2에 수혈된 돼지 적혈구는 24시간 이후 순환하는 혈액에서 빠르게 사라졌으며, 외부 물질이 몸 속으로 들어왔을 때 나타나는 강력한 항체반응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도 관찰됐다. 노주혜 교수는 “돼지 적혈구 수혈은 수혈 후 24시간까지 혈액학적 지표를 효과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으나 그 이후엔 생체 반응으로 인해 그 효과가 제한되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혈액기증이 줄어드는 추세가 점차 심화되면서 의료계에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방면의 연구를 진행중이다. 대한적십자사 자료를 보면 2014년 305만건에 달했던 혈액기증 실적은 지난해 277만건으로 약 9% 감소했다. 또한 고령화와 저출생 현상으로 헌혈가능인구 역시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국내의 혈액 수급 불균형도 개선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돼지 적혈구를 활용한 이종수혈의 즉각적인 혈액학적 이점은 입증했으며, 이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생체반응을 회피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돼지 유전자 변형과 면역 억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강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이종수혈의 임상 적용을 위한 중요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이종수혈 프로토콜 개발과 유전적 변형을 통해 돼지 적혈구가 인간 적혈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숭이 영장류 이종수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