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통해 자살에 관련된 장면에 노출되거나, 고충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는 청소년들의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장)와 인천시자살예방센터 소속 연구진은 12~18세 청소년 2225명을 대상으로 자살 유발 요인을 분석한 연구에서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은 전체 대상자들을 자살위험성 평가 척도에 따라 고위험군 316명(14.2%)과 저위험군 1909명(85.8%)으로 나눠 자살 위험을 높이거나 낮추는 요인들을 검토·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15.4세로, 성별 비율은 여성이 1376명(61.8%), 남성 849명(38.2%)이었다. 연구 결과, 고위험군에서는 미디어를 통해 자살 관련 장면을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2.5%(229명)로, 저위험군의 51.2%(977명)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높게 나타났다. 또 어렵고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지체계가 없는 비율도 고위험군은 19.6%(62명), 저위험군 4.0%(77명)보다 높았다. 주변인 중 자살 사망자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고위험군 17.1%(54명), 저위험군 5.9%(112명)로 차이를 보였다. 반면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고위험군이 69.3%(219명)로 저위험군 91.2%(1741명)보다 낮았다.
성별과 연령이 자살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바로는 고위험군의 여성 비율이 67.7%로, 저위험군의 60.9%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여성 청소년이 남성 청소년보다 자살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연령별로는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미디어와 온라인 환경에서의 모니터링·캠페인 등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며 자살 유발 정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는 청소년의 자살 예방을 위해 또래와 교사 등을 중심으로 안전망을 구축하고, 자살 유족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승걸 교수는 “청소년 자살 위험성은 개인적 특성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환경적 요인과 연관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다양한 요인을 분석해 청소년 자살예방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