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이 원인인 심인성 쇼크 환자의 사망 위험이 심근경색이 원인일 때보다 크게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심장기능이 급격히 악화돼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는 심인성 쇼크가 원인질환에 따라 다른 치료 결과를 보이므로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양정훈·최기홍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조주희·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유럽심부전학회지’(European Journal of Heart Failure)에 게재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연구에선 2010~2020년 중환자실에 입원한 18세 이상 심인성 쇼크 환자 13만6092명의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해 심근경색·심부전으로 인한 심인성 쇼크의 특성과 사망률 추이 등을 비교했다.
심인성 쇼크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져 인체 곳곳에서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같이 중증 심장질환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연구진이 최근 10년간의 심인성 쇼크 발생 추이를 분석한 결과 환자의 사망률은 감소한 반면, 치료비용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결과를 보면 원인질환에 따라 심인성 쇼크 환자의 사망률은 차이를 보였다. 심부전이 원인일 때의 원내 사망률은 40.3%로, 심근경색으로 인한 경우의 28.5%보다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환자가 퇴원한 후에도 이어졌다. 심부전이 원인인 심인성 쇼크 환자의 퇴원 후 추적관찰 사망률은 19.3%로 심근경색이 원인일 때의 8.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러한 차이는 두 원인질환에 심장기능을 저하시켜 심인성 쇼크를 유발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반되는 합병증에서 회복되는 정도가 달랐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심근경색 심인성 쇼크 환자 중 심혈관중재술 또는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은 비율은 84.2%였고, 인공심폐기 역할을 하는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치료를 받은 비율은 7.5%였다. 심부전이 원인이었던 환자는 이러한 치료를 받은 비율이 각각 17.6%, 4.8%로 낮았으며, 반면 심장 이식이 필요한 경우가 심근경색 환자보다 1.67배 더 많았다.
같은 심인성 쇼크처럼 보여도 심부전이 원인이면 더 고난도의 치료법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식할 수 있는 장기가 부족하고 기계순환보조장치를 보급하는 데도 제한이 있는 국내 여건 때문에 고난도의 심장 이식이나 보조장치를 활용하는 심장 대체 치료를 시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양정훈 교수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심인성 쇼크 환자는 늘고 있지만 사망률은 줄어드는 추세”라며 “심장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기계순환보조장치 등의 의료기술 발달과 투자의 증가, 심장 중환자 전문의 및 간호인력의 확충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결합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이어 “다만 심부전으로 인한 심인성 쇼크 환자의 높은 사망률은 여전히 넘어야할 과제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 기증 문화와 정책적 지원, 최첨단 심장대체치료 의료기기의 국내 도입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행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