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으로 타고난 체질량지수(BMI) 예측치보다 실제로 측정된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당뇨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국인은 실제 체질량지수가 유전적 예측치를 넘어선 격차가 커질 경우 당뇨병 위험이 최대 3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곽수헌 교수,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이태민 교수 연구팀은 45만여명의 국내·외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질량지수가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 7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비만 여부와 수준에 대한 예측치를 의미하는 ‘유전 체질량지수’를 DNA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했다. 이후 유전 체질량지수와 실제로 측정된 체질량지수의 차이가 2형 당뇨병 위험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지를 한국(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7만4233명)과 영국(UK바이오뱅크 38만3160명)의 코호트 데이터를 통해 검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분야 국제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에 게재됐다.
성인 당뇨병이라고도 불리는 2형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분비 능력 또는 기능이 떨어져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이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인 비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를 대표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유럽인에 비해 동아시아인은 체질량지수가 낮은 저체중 인구에서도 2형 당뇨병이 잘 발생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등 체질량지수만으로는 당뇨병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유전 체질량지수와 실제 체질량지수 사이의 차이에 주목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유전적 예측치보다 실제 체질량지수가 클수록 2형 당뇨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유전적 예측치보다 실제 체질량지수가 작으면 발병 위험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또한 유전·실제 체질량지수 간의 차이에 따라 연구 대상을 5개의 단계로 구분해 비교한 결과, 한국인 중 실제 체질량지수가 유전적 예측치를 넘어선 정도가 가장 큰 집단은 유전적 예측치보다 실제 체질량지수가 더 낮았던 집단보다 당뇨병 위험이 약 3배 더 높았다. 특히 여성은 이 위험이 약 4배까지 증가했다. 영국인 데이터에서도 이런 연관성은 유사하게 나타났지만 위험 증가폭은 한국인보다 낮아 약 1.6배를 기록했다.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유전·실제 체질량지수의 차이에 관한 보다 세부적인 분석을 실시한 결과 타고난 유전적 예측치보다 실제 체질량지수가 더 클수록 인슐린 저항성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체내 세포들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에 잘 반응하지 않아 혈당이 쉽게 높아진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비록 실제 체질량지수만으로는 비만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도, 유전적으로 예측된 수준을 넘어선 상태라면 당뇨병 위험은 여전히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당뇨병 예방을 위해선 유전적으로 예측된 비만도까지 고려해 개인별 맞춤형 체중관리 전략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곽수헌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유전적으로 예측한 체질량지수와 실제로 측정한 체질량지수의 차이가 당뇨병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개별화된 체중 목표에 따라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정밀의료의 실현을 통해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