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NFT, 미래 먹거리일까?① 미술계 ‘의견 분분’

이유진 기자
다양한 분야에서 NFT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아티스트 고유의 가치를 소비하는 팬덤을 가진 엔터계와 미술계가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배우 강동원이 자신의 목공 영상을 NFT로 만들어 경매에 내놨고 배우 겸 화가 윤송아의 작품 ‘낙타시리즈’가 한 NFT 경매에서 1억2000만 원에 낙찰됐다. 모노튜브, 윤송아 제공

다양한 분야에서 NFT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아티스트 고유의 가치를 소비하는 팬덤을 가진 엔터계와 미술계가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배우 강동원이 자신의 목공 영상을 NFT로 만들어 경매에 내놨고 배우 겸 화가 윤송아의 작품 ‘낙타시리즈’가 한 NFT 경매에서 1억2000만 원에 낙찰됐다. 모노튜브, 윤송아 제공

‘최초의 트윗’ 디지털 소유권이 33억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여자친구인 가수 그라임스의 그림 10점이 65억원에 낙찰됐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이야기다. 방대한 분야에서 NFT 열풍이 불고 있지만 그 개념은 생소하고 어렵다. 온라인 부동산이나 고가의 패션 브랜드 아이템은 게임 속 세계에 대입해보면 그럭저럭 알 것 같다. 게임 리니지 아이템인 ‘집행검’은 이미 수억원을 호가하며 거래되니까. 그러나 ‘감상’의 영역인 미술 작품의 NFT가 거래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범인의 이해력이 덜그럭거린다. 실물 작품도 아닌 디지털화된 이미지를 거금에 낙찰받는다?

최근 자신의 NFT 작품 한 점이 1억원에 낙찰된 화가이자 배우인 윤송아에게 물었다. 디지털 작품, 누가 왜 사나.

아트테이너로 활동 중인 윤송아는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에서 중요 오브제로 사용됐던 ‘낙타 시리즈’ 2점을 NFT로 발행해 국내 아트테이너 작품 중 최고가(1억 2000만 원)에 낙찰시켰다. 윤송아 제공

아트테이너로 활동 중인 윤송아는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에서 중요 오브제로 사용됐던 ‘낙타 시리즈’ 2점을 NFT로 발행해 국내 아트테이너 작품 중 최고가(1억 2000만 원)에 낙찰시켰다. 윤송아 제공

■ NFT, 아트테이너들 나섰다

화가 윤송아의 ‘낙타 시리즈’ 그림은 지난달 초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NFT 부산 2021’에서 실물이 아닌 두 점의 NFT 작품으로 각각 1억원, 2000만원에 팔렸다. ‘NFT 부산 2021’ 행사의 최고 낙찰가였다. 국내 아트테이너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가이다.

윤송아는 ‘아트테이너’다. 아트테이너로 활동 중인 연예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그림을 전공하고 화가로 활동하던 중 배우가 된 경우다. 홍익대 회화과를 나온 후 국전(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차지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자연스럽게 출연하는 드라마 속 소품으로 자신의 그림을 제공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이번 NFT 경매에 출품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속 ‘낙타 시리즈’다. 주인공 조인성의 방에 걸려 있던 12호 사이즈 ‘낙타와 달’과 ‘낙타와 해’를 합친 작품으로 극중 “이 낙타 그림이 뭔 줄 알아?”로 시작되는 조인성의 명대사에 언급될 정도로 드라마 속 중요한 오브제로 활용됐다. 아트테이너 중 선두주자로 NFT 흐름에 안착한 윤송아는 누구보다 간단하게 NFT를 설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물 그림을 구입하면 화가의 인증서가 함께 오잖아요? NFT는 그 인증서가 디지털 작품에 포함됐다고 보시면 돼요. 이미지 파일 안에 블록체인 기술로 인증서를 심어놓는 거예요. 그렇게 작품의 소유권이 현재 누구에게 있으며 향후 누구에게 팔리는지 모두 기록되는 거죠. NFT 그림의 소유권을 타인에게 팔 수도 있으니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거고요.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그 안에 있는 내 집에 NFT 그림을 걸어놓고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는 거죠.”

NFT 디지털 그림은 이미지 파일에 고유한 ID를 부여하고 파일의 출처, 유통과정(판매 이력), 소유자 등 모든 정보가 저장되어 복제(사본)가 없는 희소성, 즉 대체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 토큰이 된다. 위작 논란이 잦은 미술계가 유독 주목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실물이 버젓이 있는데 디지털 이미지 소유권의 가치가 ‘1억원’이나 된다는 건 합당할까. 윤송아는 아트테이너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낙타’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괜찮아, 사랑이야>가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분들이 그림을 보러 오셨어요. 따라 그리기가 유행하기도 했죠. 국내 미술 애호가는 물론 미국, 중국, 아랍 회사나 부호들이 ‘원하는 값을 쳐줄 테니 팔라’고 제안했어요. 작가 입장에서 사람들이 그림을 보러 찾아주고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팔지 않았어요. 그러다 ‘네가 그렇게 잘났냐’는 욕도 먹었죠.”

그는 실물 그림이 ‘절대 팔지 않는 작품’으로 소문 나면서 이번 NFT 가격이 상승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뱅크시의 ‘멍청이’. 그는 자신의 그림을 NFT화하고 실물 작품을 태워버리는 퍼포먼스로 미술계 충격을 줬다. 유튜브 캡처

뱅크시의 ‘멍청이’. 그는 자신의 그림을 NFT화하고 실물 작품을 태워버리는 퍼포먼스로 미술계 충격을 줬다. 유튜브 캡처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Banksy)는 ‘멍청이(Morons)’라는 그림을 NFT로 변환해 경매로 내놓은 뒤 인터넷 생중계로 실물 그림을 불에 태웠다(사진). 해당 NFT 작품의 가치는 급등했다.

윤송아를 비롯해 아트테이너로 활동 중인 연예인 화가들이 속속 자신의 끼와 재능을 화폭에 담고 있다. ‘미대 오빠’ 박기웅은 ‘Before stage(비포 스테이지)’ 시리즈의 그림 8점을 NFT화해서 경매에 출품한 바 있다. 얼마 전 ‘슈퍼 카우’로 미술계에 등단한 하지원도 자신의 작품 ‘Gravity ver.2(그래비티 버전2)’를 NFT화한다고 선언했다. 하지원은 “내 그림 절반을 원작의 형태로, 나머지는 디지털화해 NFT로 존재시키겠다”고 밝혔다. 일부 아트테이너들의 작품은 가치에 대한 대중적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구매력을 갖춘 팬덤을 보유한 이들은 NFT 시장의 루키로 떠오르고 있다.

박서보 화벽은 자신의 SNS에 “내 그림 자체가 대체 불가능한 것”이며 “작품이 디지털 형식으로 거래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박서보 화벽은 자신의 SNS에 “내 그림 자체가 대체 불가능한 것”이며 “작품이 디지털 형식으로 거래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NFT, 미술계 인사들도 아직은 반신반의

손자에게 NFT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박서보 화백은 자신의 SNS에 “내 그림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사진을 찍어 만든 디지털 이미지가 ‘대체 불가능한’ 것이라는 이름으로 고가에 팔리며 내 그림을 대신할 수는 없다. 내 그림 자체가 대체 불가능한 것”이라며 “내 작품이 디지털의 형식으로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박 화백은 연일 작품 최고가를 경신하는 미술계 거장이다.

윤송아는 NFT에 대한 미술계 인사들의 반응이 반반으로 갈리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나이 많은 교수님들은 NFT로 저작권이 지켜지는 건지, 혹여 타인에게 넘어가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세요. 애초에 왜 디지털 이미지를 사는 건지 알쏭달쏭해하는 분들도 많고요. 워낙 기대가 많은 시장이라 약간의 거품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IT, 닷컴 시대도 그랬고 가상통화도, 전통의 부동산 시장도 거품을 운운하던 때가 있었죠. 시간이 지나면 실체에 해당하는 내용물이 남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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