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을 준비 되셨나요? 코로나가 바꾼 일상 백서읽음

김지윤 기자
마스크 벗을 준비 되셨나요? 코로나가 바꾼 일상 백서

직장인 조효정씨는 최근 치아 미백 치료를 시작했다. 그동안 마스크로 숨겨왔던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비단 조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성형외과·피부과 업종의 1일 평균 결제 건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9%, 7%씩 증가했다. ‘탈마스크’에 대비해 뷰티업계 역시 색조화장품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으로 하향 조정하고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여부를 논의 중인 정부 방침에 따라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여기서 일상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새로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 규정했고, 미국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 페이델포드 부회장은 “코비드는 2030년을 2020년으로 가져온 타임머신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러스와 함께 침투해 삶 전반을 흔들어 놓은 변화의 파동들은 무엇이 있을까. 엔데믹(풍토병화)을 앞두고 재편된 라이프 스타일의 면면을 살펴봤다.

1인 세신샵 ‘스파헤움’. 스파헤움 제공

1인 세신샵 ‘스파헤움’. 스파헤움 제공

■ 바야흐로 혼목의 시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누적된 피로를 풀고 구석구석 묵은 각질을 벗겨내며 세신 후의 개운함을 즐겼던 ‘대중탕 마니아’들에게 코로나19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연 여성 전용 1인 세신샵 ‘스파 헤움’은 이들의 헛헛해진 마음을 공략했다. 결과는 대성공.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 사이로 느껴지던 ‘스캐닝’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갈아입을 속옷만 가져가면 될 만큼” 모든 것이 준비된 서비스에 이용자들은 마음뿐 아니라 지갑까지 열었다. 75분 기준 10만원을 웃도는 다소 비싼 가격에도 당일 예약이 힘들 만큼 대기 인원이 많다.

총 4개의 룸으로 이뤄진 스파는 각각 독립된 공간으로 설계됐다. 이용자들은 입욕제를 푼 1인 욕조에서 10여분간 각질을 불린 뒤 최소 10년 경력의 담당 세신사의 안내에 따라 몸을 움직이면 된다. 애초 문신시술자, 유방암 환자, 연예인 등 대중탕 이용이 편치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계획됐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프라이빗한 공간을 선호하는 이들이 주 고객이 됐다. 가족의 사우나 사업을 지켜보며 아이디어를 낸 곽혜린 대표는 “기존의 목욕탕 세신 서비스에 에스테틱의 개념을 결합했다고 보면 된다”며 “대중탕에는 없는 ‘맞춤형’ 서비스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1인 세신숍은 재방문 비율이 높고 생생한 후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으로 퍼지며 개업 소식도 속속 들린다. 부천, 수원 등에서도 프랜차이즈의 형태의 1인 세신숍이 성업 중이다. 욕실브랜드 이누스 역시 도심 속 휴식이 가능한 1인용 스파 욕실 ‘후암별채’를 선보였다. 일반 가정 욕실에 샤워 부스의 비중이 높아진 점을 겨냥해 스파와 호텔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바스케이션’(Bath+Vacation)을 콘셉트로 한 것이 특징이다.

1인 피트니스숍 ‘GYM With 24’ (@gymwith_24)

1인 피트니스숍 ‘GYM With 24’ (@gymwith_24)

1인 헤어숍 ‘이룰헤어’ (@se_ha0823)

1인 헤어숍 ‘이룰헤어’ (@se_ha0823)

■진화하는 1인숍

개인에 특화된 서비스를 일컫는 ‘프라이빗 이코노미’는 코로나19를 기폭제로 빠르게 확산됐다. 한 명을 위한 식사, 전시, 쇼핑 등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나만의 공간과 경험을 중시하는 콘텐츠들이 주목받고 “돈을 더 내더라도 믿을 만한 공간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받겠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1인 피트니스 숍’도 마찬가지다.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GYM With 24’의 10평 남짓한 공간에는 근력, 유산소 기구들이 갖춰져 있다. 전문 트레이너가 상주해 ‘홈트(레이닝)’의 단점을 보완한다. 이곳을 운영 중인 배강산 대표는 “각자의 컨디션에 맞게 강습이 이뤄지고 온전하게 운동에 집중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50~90분 사이로 구성된 수업의 1회 비용은 5만5000원. 배 대표는 “헬스장의 PT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1인 헤어숍’ 이룰헤어의 이지현 대표는 “머리를 하는 동안 만큼이라도 북적거리지 않고 편안하게 쉬어가길 바랐다”며 “코로나19 이후에는 특히 다른 고객과의 동선이 겹치지 않아 안전한 곳이라는 인상이 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일대일 예약제로 운영되다 보니 대기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이 역시 큰 매력이다. 고객 정세희씨는 “번잡하지 않고, 지금 온전히 나를 위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감동”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건강 챙기기 열풍에 따라 급부상한 인기 종목은 테니스다.

건강 챙기기 열풍에 따라 급부상한 인기 종목은 테니스다.

■건강 챙기고 멋도 부리고

팬데믹 초반부터 급증한 ‘건강 챙기기’ 열풍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건강 식품과 제철 음식으로 채우던 웰니스의 욕구는 현재 야외 활동으로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골프에 이어 급부상한 인기 종목은 테니스. 신체 접촉이 적고 적정의 거리 두기를 지킬 수 있으며 소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도심형 스포츠라는 점이 강점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소비트렌드’에 따르면 테니스장은 코로나19 이후 가맹점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 중 하나다. 2019년과 비교해 174%까지 늘었다. 연구소 측은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일상 회복에 대한 욕구와 누적된 활동 제약의 피로감이 역동적인 스포츠와 야외 활동을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장에서도 이를 체감하고 있다. 7년째 테니스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서민희씨는 “유명 강사들은 반년씩 기다려야 하고 코트 예약 또한 하늘의 별 따기”라며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특히 전통 귀족 스포츠 이미지와 팬츠와 스커트 등으로 개성있는 패션을 드러낼 수 있는 의상은 ‘인증’에 민감한 MZ세대들의 구미를 당기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패션 업계도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은 유니섹스 영 캐주얼 브랜드 ‘럭키마르쉐’ 테니스 라인을 론칭했고, 이랜드 ‘뉴발란스’는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운 테니스룩을 선보였다.

대면 수업이 진행되며 발표 기술을 교육하는 스피치 학원이 인기다.

대면 수업이 진행되며 발표 기술을 교육하는 스피치 학원이 인기다.

■‘말하기’를 배웁니다

‘코로나 1세대’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하성호군은 반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군의 특기는 ‘종이접기’다. 실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야외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그가 만들어 낸 다양한 동식물들은 언제나 친구들의 환호 대상이었다. 그러나 아기자기했던 교실 풍경은 머지않아 변화할 듯 보인다.

오는 5월 1일부터 전국 모든 학교가 정상 등교를 시행하고 장기간 중단됐던 수학여행을 재개하는 등 코로나 이전 수준의 회복을 추진한다. 이동식 수업, 모둠활동, 토론 등의 교과 활동도 재개된다.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이 서둘러 찾는 곳은 스피치 학원이다. 초등 4학년 자녀를 둔 김미란씨는 “화상 수업 등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다 보니 아이가 표준어보다 비속어, 비문 사용에 익숙해졌다”면서 “발음 개선은 물론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등록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우려는 학원가에서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서울 잠실에서 키즈 스피치 마루지 학원을 운영 중인 이지은 원장은 “3년 전과 비교해 학생들의 어휘력, 문해력이 뒤처지는 편”이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변수가 많은 대면 발표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이에 이 원장은 “목소리의 크기, 다양한 피드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스킬을 중점적으로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성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 원장은 “특히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진 ‘코로나 학번’의 경우 프레젠테이션, 면접에 특히 취약하다”며 “나와 나의 감정 표현의 기술이 떨어지다 보니 일상적인 대화조차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학교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위한 학원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도 눈여겨볼 만하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23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0%가 증가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일반 교과 비중이 높았는데, 그 배경에는 학교 수업 보충의 목적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에 대해 초등학교 교사인 공지현씨는 “코로나 이후 교육 격차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수치”라고 분석했다.

패션업계는 출근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원마일웨어’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더 제공

패션업계는 출근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원마일웨어’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더 제공

■원마일웨어부터 워크레저 패션까지

달라진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양가적이다. 10년차 항공사 승무원인 김혜진씨는 “개인적으로는 무척 기다려온 시간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스크를 착용하던 때가 편했던 것 같다”면서 “더 이상 감정이나 표정을 감출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만큼 갈등과 조화가 공존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2년이라는 시간은 꽤 긴 시간이었다. 변화에 대한 불안감과 지속에 대한 갈구가 충돌하며 당분간 혼돈의 시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했다.

그 속에서 ‘패션’은 조화를 택했다. ‘언택트’의 틈새를 파고든 ‘원마일웨어’가 ‘컨택트’ 시대에도 유효할 가능성이 크다. ‘원마일웨어’는 집에서 1마일 반경 내 가볍게 외출하거나 산책하기에 좋은 옷차림을 말한다. 편안함과 심플함이 강조된다. 원마일웨어를 변주한 ‘워크레저’ 패션 역시 하나의 축으로 자리잡았다. ‘워크레저’는 일과 여가를 함께할 수 있는 복장을 뜻하는 패션 용어다. 셔츠, 재킷, 슬랙스 등 격식을 차린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운동복을 입은 듯한 신축성을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미 격식으로부터 해방감을 경험한 만큼 그 매력을 쉽게 포기하진 못할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무실로의 출근을 준비하며 차려입은 듯한 느낌의 클래식한 스타일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기능성과 편안함이 강조된 패션들이 한동안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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